한국프로야구도 글로벌 시대를 맞아 미국이나 일본 등에 사는 한국인 피가 흐르는 현지 국적이나 혼혈 선수를 드래프트하려는 시도가 아깝게 무산됐습니다. 한국야구위원회(KBO) 이사회는 지난 14일 ‘부모 중 한 명이라도 한국인 출신인 외국 국적의 선수 영입을 위한 신인 드래프트 포함안’을 논의에 붙였으나 일부 구단 사장들의 반대로 부결됐다고 합니다.
반대한 사장들은 “아직 시기상조이다. 좀 더 연구해봐야 한다”는 의견이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사회에 올라가기 전 단장회의와 일선 실무자들인 스카우트들은 “글로벌 시대를 맞아 시도해볼만하다. 10구단 등 신생팀의 잇단 창단으로 실력 있는 선수자원이 부족한 상황으로 문호를 넓혀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고 합니다.
그러나 최고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에서 안건이 부결돼 당분간은 거론되기 힘들어 보입니다. 현장 실무진들이 선수자원 부족 타개책의 하나로 마련한 안건이 부결돼 아쉬운 상황입니다. ‘다문화 가정’이 많아지며 다문화 사회가 돼가는 우리 현실과도 거리가 있는 결정으로 야구 관계자들의 아쉬움이 더 큽니다.

근년에 프로농구에서는 외국 국적의 한국인 혼혈 선수들을 활발하게 국내무대로 이끌고 있습니다. 전태풍(KT)을 비롯해 문태종(LG)-문태영(모비스) 형제, 이승준(동부)-이동준(삼성) 등의 경우가 대표적입니다. 이들 대부분은 한국 국적으로 귀화한 프로농구의 ‘혼혈 5총사’로 맹활약하고 있습니다.
프로야구도 선수 보유 숫자를 늘려 이들처럼 혼혈이거나 외국 국적의 유망주들을 영입하려는 시도였으나 훗날을 기약하게 된 것입니다. 미국이나 일본 등에는 부모를 따라 어린 시절 이민을 갔거나 현지에서 태어난 선수, 또 외국인 아버지 혹은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다문화 가정의 자녀로 현재 한국인의 피가 흐르는 유망주들이 매년 2, 3명씩은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들 중에는 직접 한국 야구단에 입단 여부를 타진하기도 합니다.
현재 미국 메이저리그 LA 에인절스의 포수 최현도 부모는 한국인으로 국적은 미국인 선수입니다. 물론 최현처럼 빅리거에 있는 선수가 당장 한국무대로 오기는 쉽지 않아 보이지만 이번에 마련된 드래프트안이 통과됐다면 최현이 외국인 선수가 아닌 한국인 선수로 국내무대로 올 수도 있었습니다.
구단 현장 실무진들이 외국 국적의 한국인 선수와 다문화 가정 출신 선수를 신인 드래프트에 포함시키려는 이유는 외국인 선수 숫자 제한을 받지 않고 추가로 영입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이런 선수들을 데려오려면 외국인 선수로 분류돼 제한이 있습니다. 현재 각 구단이 뽑을 수 있는 외국인 선수는 3명(야수는 한 명 이상 무조건 포함)으로 돼 있기에 실력 검증이 안된 외국출신 한국인 선수를 받아들이기 힘든 시스템입니다.
한국프로야구가 초창기 안착하는 데에는 사실 재일동포 출신 선수들의 활약도 무시할 수 없었습니다. 1983년부터 뛰게 되었던 김일융, 장명부, 홍문종, 고원부 등 재일동포 출신 선수들의 활약은 초창기 프로야구 인기에 도움이 됐습니다. 그 이전인 1960년대에도 김영덕, 신용균, 김성근 등 재일동포 출신들이 한국무대로 건너와 실업야구 활성화에 기여하고 현재까지 한국야구계의 한 뿌리를 이루고 있습니다. 대부분 부모의 영향으로 국적이 대한민국이었으나 일부는 일본 국적으로 귀화한 선수도 있었습니다.
현재 프로야구에서 이전 재일동포 출신 선수들처럼 재외동포 선수들이 큰 활약을 펼칠 것으로 예상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신생팀 창단에 따른 선수자원 부족으로 야구 질이 떨어진다는 평이 나오는 시점에서 ‘외국 국적 선수 신인드래프트 포함 방안’은 적극 도입해볼만하다고 생각합니다. KBO 이사회가 좀 더 논의를 거쳐 야구 활성화의 한 방안으로 적극 도입하기를 기대해봅니다.
OSEN 스포츠국장 sun@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