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정민표 멜로를 얼마나 기다렸던가.
배우 황정민이 영화 '남자가 사랑할 때'(감독 한동욱)를 통해 오랜만에 진한 멜로 연기를 선보인다. 충무로와 팬들 사이 흔히 '황정민표 멜로'란 표현이 통용될 정도로 그만의 멜로 연기는 정평이 나있다.
실상 이 배우는 액션 혹은 시대, 휴먼드라마나 로맨스 등 다양한 장르에서 꾸준히 연기 변신했지만 많은 이들의 뇌리 속에 '달콤한 인생'(2005)의 백사장 역 또는 지난해 '신세계' 속 정청 캐릭터로 자리하고 있다. 그만큼 그는 압도적인 건달 연기로 스크린과 충무로에 스스로의 존재감을 조각했다.

'달콤한 인생'에 이어 지난해 청룡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안긴 '신세계'는 그야말로 황정민식 건달(조폭)연기의 진수를 볼 수 있던 작품으로 꼽힌다. 물론 두 작품의 캐릭터는 판이하게 다르지만 평소 선하고 서글서글한 인상의 이 배우가 얼마나 불량스럽게 혹은 잔인하게 연기할 수 있는지를 증명하며 나란히 팬들을 설레게 했다.
그렇다면 이번엔 황정민표 멜로다. 숱한 영화에서 특별한 꾸밈이 없이 구수하거나 때론 잔인한 남자로 살았던 그는 이번 영화 '남자가 사랑할 때'로 '너는 내 운명'(2005), '행복'(2007)에서 이어지는 절절한 멜로를 연장했다. 그의 멜로는 역시나 뜨겁고 아프다. 사랑 앞의 남자가 얼마나 강인한지, 사랑 속 남자가 얼마나 처절한지에 대해 황정민은 수만 가지 표정과 오묘한 몸짓으로 얘기한다.

'남자가 사랑할 때'는 배우 황정민에게 '너는 내 운명'에 이어 또 다시 멜로 연기로 남우주연상을 안길 작품으로 기대를 모은다. '신세계'가 건달 연기의 최고봉이라면 '남자가 사랑할 때'는 황정민 멜로의 정점이라 꼽을 만하다.
빼입지 않았는데 멋들어지고 꾸미지 않았는데 사랑스럽다. 황정민표 멜로란 바로 순박하지만 폭발적인 감정이 원초적이고 투박한 비주얼에 덮여 있다가 분출되는 그 순간에 힘을 가진다. 사랑을 처음 하는 사람처럼, 사랑이 전부인 남자로 영화 속 그는 철저히 한 여인(한혜진)에 몰두하고 폭주한다. 다소 촌스러운 비주얼과 투박한 행동거지로 말이다.
황정민은 최근 열린 언론배급시사회에서 OSEN과 만나 "영화 시사와 개봉을 앞두고 이렇게 까지 긴장된 것은 처음"이라며 "'행복' 이후 대체 몇 년 만의 멜로영화인가. 그래서 그런지 무척 떨린다"는 속내를 밝혔다.
떨린다던 황정민은 스크린 속에서 피칠갑한 건달의 잔상을 말끔히 지우고 오롯이 사랑에 빠진 순진무구한 남자의 순애보를 터뜨렸다. 스크린엔 시장통에서 사채업을 하며 근근이 연명하던 중 보석 같은 여인 호정(한혜진 분)을 만나 인생에 단 한번 사랑에 빠진 남자 태일만이 살고 있다. 올해도 남우주연상 하나쯤은 예약한 걸로. 22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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