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당장은 어렵겠지만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
미국 메이저리그가 비디오 판독 확대를 결정한 가운데 한국프로야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메이저리그는 지난 16일 구단주 총회를 통해 만장일치로 올해부터 비디오 판독 확대를 결정했다. 2008년부터 홈런 타구에 한해 비디오 판독을 실시했지만, 이제는 스트라이크·볼 판정을 제외한 13개 판정으로 대폭 확대했다.
메이저리그의 변화에 발맞춰 한국프로야구에서 어떤 움직임을 보일지도 관심이다. 2008년 메이저리그에서 홈런 타구 비디오 판독을 실시하자 이듬해 한국과 일본에서도 나란히 이를 도입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에는 제반적 여건의 한계로 인해 지금 당장 비디오 판독 확대를 실시하기에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국야구위원회(KBO) 정금조 운영육성부장은 "지금 당장 비디오 판독 확대에 대해 결정난 건 없다. 규칙위원회에서 이 문제에 대해 논의하지 않은 건 아니다. 메이저리그에서 비디오 판독 확대 움직임을 보인 후 우리도 내용을 보며 고민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금 당장 시행에는 어려움이 따른다고 했다. 정 부장은 "아직 우리는 비디오 판독을 할만한 여건과 시스템이 안 되어있다. TV 중계 리플레이에 의존하는 상황이라 메이저리그와는 방식이 다르다. 기본적으로 우리 실정에 맞게 준비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졸속 결정보다 심도있는 논의와 준비가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메이저리그는 TV 중계 리플레이 뿐만 아니라 구장마다 12대의 카메라를 지정 위치에 설치했으며 홈플레이트 부근에 통신 장비도 보유토록 했다. 이 같은 영상·통신 시스템을 뉴욕에 위치한 메이저리그 비디오 판독 본부에서 검토한다. 경기에 투입되는 심판 4명을 제외한 2명의 심판과 판독관이 뉴욕 본부에서 요청된 비디오 판독을 결정하는 방식이다. 시스템과 인력이 잘 갖춰져 있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야구장 시설이나 인력 등 모든 면에서 비디오 판독 시대를 맞이하기에 모자람이 있다. 시행착오가 불가피하기에 시기상조라는 판단이다. 정금조 부장은 "지금 당장 도입은 조심스럽다. 하지만 메이저리그의 시행세칙을 바탕으로 우리 사정에 맞는 룰을 고민하고 있다. 당장은 어렵더라도 조금 더 신중하게 검토해 보고 결정하겠다"며 향후 비디오 판독 확대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현장에서도 비디오 판독 확대에 부정적인 의견을 비치는 분위기도 있다. 모 감독은 "비디오 판독이 확대되면 경기 흐름도 끊기고 좋을게 없다. 야구가 야구다워야 하는데 자꾸 기계 힘을 빌리면 끝도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비디오 판독 자체에 대해 야구계 전반의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점도 확대가 쉽지 않은 이유 중 하나다.
그러나 지난 몇 년간 끊임없이 불거지고 있는 심판 판정 논란으로 인해 심판의 권위는 땅에 떨어졌고, 이제는 기계의 힘을 빌려야 한다는 주장에 점점 힘이 실리고 있다. '오심도 경기의 일부'라는 말도 정확하고 객관적인 판정 앞에서는 논리가 맞지 않다. 비디오 판독 확대는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 되어가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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