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저께TV] ‘꽃보다누나’ 짐꾼 이승기, 신의 한 수였다
OSEN 오민희 기자
발행 2014.01.18 08: 11

‘꽃보다 누나’가 첫 배낭여행의 대장정을 마쳤다. 신비로운 여배우들의 민낯을 담아낸 여행기는 에필로그를 통해 여행의 추억을 되새기며 여운을 남겼다. 특히 9박 10일간의 여행을 통해 짐에서 짐꾼으로 성장한 이승기는 ‘꽃보다 누나’가 자신의 인생에 터닝포인트가 됐음을 고백해 눈길을 끌었다.
지난 17일 오후 방송된 tvN 예능프로그램 '꽃보다 누나'에는 꽃누나들(윤여정, 김자옥, 김희애, 이미연)과 이승기의 여행 뒤풀이와 미방송분이 포함된 에필로그가 전파를 탔다.
이날 방송에서 이승기는 “내가 어떻게 했는지 알기 때문에 첫 회는 보고 싶지 않았다”라며 시작부터 좌충우돌했던 모습을 회상했다. 알고 보니 이승기는 출발 직전까지 터키에서 달러가 통용되는 줄 알고 터키 돈을 환전하지 않았다. 그러나 수년간 ‘1박 2일’을 통해 나PD와 호흡을 맞춘 이승기는 스태프들의 묘한 분위기를 감지, 불안감에 휩싸였다. 이승기는 그제야 터키에서 달러가 통용되지 않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들이 탄 비행기가 터키에 도착하는 시간은 새벽 6시로 현지 은행은 문을 열지 않는 상황. 뒤늦게 사태를 파악한 이승기는 얼굴이 굳어졌지만, 이내 터키 사람을 찾아 환전을 시도했다. 낯선 외국인에게 환전을 시도하는 것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이승기는 부지런히 발을 옮기며 정중히 환전을 부탁했다. 결국 이런 승기의 모습에 한 터키 아저씨가 흔쾌히 도움을 줬고, 호텔을 가는 방법을 모르면 언제든지 전화하라며 전화번호까지 알려줬다. 발을 동동구르며 문제를 해결하려는 승기의 노력이 외국인의 눈에도 든 모양이었다.
본능적으로 트램 티켓 자판기를 이용했던 이승기에게 짐꾼으로서 여유가 생긴 것은 승합차를 빌리면서부터였다. 이승기는 “승합차를 빌린 게 신의 한수였다. 그때부터 행운이 여신이 나를 도와줬다”라며 짐에서 짐꾼으로 성장했던 당시를 회상하며 미소지었다. 그러면서도 이승기는 “네 분의 캐릭터가 다르다. 미연이 누나는 와일드하고 빨리 운전하는걸 좋아한다. 차를 추월했다가 칭찬을 받았지만, 김자옥 선생님에게는 욕을 먹었다. 누구에게 조금 더 맞춰야할지 어려웠다”고 어린 짐꾼의 고충을 털어놨다.
하지만 나이가 어리다고 생각까지 어린 것은 아니었다. 엄친아 이승기의 진면목은 선글라스 분실사건을 통해 잘 드러났다. 사건은 이랬다. 누나들은 식사를 마친 후 승기가 테이블에 놓고 간 선글라스를 챙겼다. 김자옥은 일부러 승기의 선글라스를 쓰고 다녔지만, 자신의 것인 줄도 모르는 승기의 모습에 웃음을 터뜨렸다. 누나들은 “집에 가서도 승기는 선글라스가 없어진 줄도 모를거야”라고 아직은 철이 없는 듯한 승기를 걱정했다.
그러나 반전 사실이 공개됐다. 이승기는 식당에 나올 때부터 김자옥이 자신의 선글라스를 착용한 것을 알고 있었지만, 김자옥이 쓰고 싶어하는 줄 알고 돌려달라는 말을 안 했던 것. 특히 이승기는 스태프들에게 “김자옥 선생님이 나보다 더 선글라스가 잘 어울리신다”라며 칭찬까지 덧붙였다. 이런 이승기의 깊은 속과 배려는 그의 착한 품성을 엿볼 수 있게 했다.
마지막으로 이승기는 ‘꽃누나’가 스물 일곱 자신의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됐다고 남다른 소회를 밝혔다. 10대 시절부터 연예인 생활을 한 이승기에게 이번 여행은 단순한 여행이 아니었다. 그야말로 홀로서기를 시작한 계기가 된 것. 이승기는 “제일 가까운 우리 매니저들에게 ‘다음 일정은 뭐야. 거기 어떻게 가’ 등의 질문을 했다. 그런데 이렇게 많이 물어보면 안 되겠구나. 앞으론 기다려줘야겠구나”라고 느꼈다"라며 함께 일하는 사람에 대한 미안함과 고마움을 전해 눈길을 끌었다.
이렇게 ‘꽃보다 누나’는 표면적으로 짐에서 짐꾼으로 성장한 이승기의 이야기였다. 하지만 생애 첫 배낭여행을 통해 이승기는 세상을 살아가는 가치관이 달라진 듯 했다. 그 동안 연예계 활동을 통해 엄친아 이미지를 구축한 이승기는 ‘꽃누나’를 통해 좌충우돌하는 청춘의 모습을 보여주며 대중에 더욱 친숙해졌다. 잘 하려고 노력하지만 마음먹은 대로 일이 풀리지 않아 좌절하고, 자신의 한계에 부딪치면서도 다시 도전하며 성장하는 모습은 젊은 세대의 공감대를 형성했다. 이서진보다 부족함이 많은 짐꾼이지만, 이승기의 ‘꽃보다 누나’ 섭외는 단연 신의 한 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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