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출신 선수들이 게임을 못 뛰면 은사로서 기분이 안 좋다.”
하석주(46) 전남 감독이 제자들에게 애틋한 감정을 보였다. 전남 드래곤즈는 16일 충무공 이순신 장군이 ‘명량대첩’을 치렀던 격전지 해남 울돌목을 방문해 2014년 힘찬 출정식을 가졌다. 하석주 감독은 17일부터 올 시즌 우승을 목표로 본격적인 훈련에 들어갔다. 그는 17일 오후 취재진과 만나 새로운 시즌의 포부를 밝혔다.
여러 이야기가 오가던 중 마침 당일 도르트문트행이 확정된 지동원(23) 이야기가 나왔다. 지동원은 전남유스 출신이다. 이제 지동원은 전남을 떠났지만, 구단은 항상 지동원을 자기선수로 챙기며 정을 나누고 있다. 하석주 감독도 마찬가지였다.

하 감독은 “생각 외로 잘됐다. 독일에 (아우크스부르크로) 임대로 가서 잘할 때도 축하해주고 싶었다. 다시 프리미어리그서 고생하는 걸 보니 안타까웠다. 월드컵을 앞두고 감각유지가 중요하다. 아우크스부르크에서는 지동원이 선발로 뛸 것이다. 대신 도르트문트로 가면 경쟁을 해야 할 것이다. 우선 아우크스부르크에서 좋은 경기 감각을 찾아 월드컵까지 이어가길 바란다”면서 지동원에게 덕담을 건넸다.
하지만 윤석영 이야기가 나오자 하석주 감독은 아쉬움이 표정에 묻어났다. 윤석영은 지난해 1월 퀸스 파크 레인저스(QPR)에 진출했지만 팀이 챔피언십(2부 리그)로 강등됐다. 설상가상 기회도 없었다. 적응을 못한 윤석영은 최근 돈캐스터 로버스 임대를 마치고 다시 QPR로 복귀한 상황이다. 그는 소속팀에서 뛰지 못해 국가대표 복귀도 요원해지고 있다.

하석주 감독은 윤석영을 해외로 보낼 때 비화를 공개했다. 그는 “독일은 거칠지가 않아 아시아선수들이 많이 간다. 한국선수들은 빠르고 순발력이 있어서 최고의 카드다. 반면 EPL은 너무 거칠고 타이트하다. 템포도 빠르다. 세계최고리그다보니 어린선수들 적응이 쉽지 않다. 상처받고 망가지는 경우도 있다”고 분석한 뒤 “작은 리그에 가서 게임을 많이 뛰고 언어도 배우고 그 무대가 좁다싶으면 더 큰 무대로 도전하는 것이다. (이적시) 윤석영과 면담을 하면서도 그런 이야기를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윤석영은 하석주 감독의 조언을 듣지 않고 곧바로 프리미어리그로 향했다. 하 감독은 “지동원과 윤석영은 전남유스의 최고히트상품이다. 둘이 해외가서 게임을 못 뛰면 은사로서 기분이 안 좋다. 윤석영을 보낸 이유도 내가 힘들다고 선수 앞날을 막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대신 젊었을 때 실패하면 빨리 인정하고 다시 도전하라고 했다”며 애정을 보였다.
하석주 감독이 윤석영을 챙기고 질책하는 이유는 자신의 후계자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 감독은 “윤석영은 현역 때 나와 같은 포지션이라 더 애착이 간다. 팀을 옮겨서 빨리 대표팀에도 다시 갔으면 한다”면서 제자를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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