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망주란 발전할 가능성이 높은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하지만 좋은 소리도 오래 듣다보면 질리게 된다. 특히 운동선수들은 ‘만년 유망주’란 말을 듣고 싶어 하지 않는다.
하나외환의 앞 선을 책임지고 있는 박하나(24)도 마찬가지다. 숙명여고 3학년 시절 박하나는 평균 21.6점, 9.9리바운드를 기록하며 폭발적인 능력을 자랑했다. 변연하(34)의 대를 이을 국가대표 슈터재목이 나왔다는 말이 많았다. 박하나는 2008년 여자프로농구 드래프트 전체 2순위로 부천 신세계(현 하나외환)의 유니폼을 입었다.


15일 숙소에서 만난 박하나는 “유망주라고 하시면 좋긴 좋아요. 하지만 저는 신인 때부터 계속 들었던 말이에요. 이제는 유망주보다 잘한다는 소리를 듣고 싶어요”라고 솔직하게 고백했다.
박하나는 여자농구에서 돋보이는 ‘얼짱’이다. 운동을 마치고 나온 그녀는 곧바로 사진촬영에 임했다. 여자선수에게 꾸밀 시간을 주지 못한 기자는 미안함 마음이 앞섰다. 그럴 필요가 없었다. 박하나는 전혀 화장을 하지 않아도 자체발광 '꿀피부'를 자랑했다.
하지만 실력보다 외모가 돋보여 부담스럽고 불편한 것도 사실이었다. 더구나 2012년 하나외환이 창단하면서 구단과 이름이 같은 박하나는 팀을 상징하는 선수가 됐다. 박하나는 “얼짱이라고 하시면 사실 좀 민망해요. 팀명과 이름이 같다보니 처음에 부담감을 많이 느꼈어요.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서 죄송스런 마음이 있어요. 항상 열심히 해야겠다는 마음뿐이에요”라며 아쉬워했다.

코트 위에서 박하나는 공주나 서울 아가씨와는 거리가 멀다. 박하나는 “사실 전 3점슛이나 어시스트보다 슬라이딩해서 공을 잡았을 때가 더 소름이 돋아요. 제가 그런 플레이를 더 많이 하면 곱상한 선수가 아니구나 하실 것 같아요. 또 후배들이 설렁설렁 뛰면 뭐라고 해요. 어린 선수들이 빠릿빠릿하게 뛰어다녀야 하잖아요?”라고 반문했다.
미녀선수를 모셔놓고 어두운 질문을 한 기자가 잘못했다. 박하나는 같은 말띠인 남자농구 이대성과 친한 사이라고. “대성이랑 가끔 연락을 해요. 모비스 코치님이 제가 대성이랑 닮았다면서 대성이를 하나라고 부른데요. 기분나빠하지 말라고 하시더라고요. 정말 닮았나요?” 이번에는 모비스 코치가 잘못했다.

이 질문 하나를 던지기 위해 이토록 많은 시간을 기다려왔다. 박하나의 이상형은 누굴까. “이상형이요? 딱히 없어요.” “김우빈과 이종석 중에서요? 김우빈이요. 매력 있잖아요? 너무 잘생긴 사람보다 매력 있는 사람을 좋아해요” 설마 김우빈이 못생겼다고 착각하는 사람은 없길 바란다. “연애요? 지금은 안하지만 다 (애인)있으면 몰래몰래 사귀지 않겠어요?”
쉴 때는 무엇을 할까. 박하나는 “핸드폰 만지고 놀아요. 캔디 크러쉬 게임을 많이 해요. 한 번씩 바깥바람을 쐬면 좋은데 감독님이 쉽게 외박을 못 주세요. 이해하지만 좀 답답해요. 바로 앞에 나가면 명동이고 종로인데...”라고 고백했다.
꽃다운 나이에 운동에만 전념하는 박하나의 모습이 대견하면서 안타까웠다. 박하나는 "이번 시즌 끝나고 FA가 되니까 일단 부상 없이 시즌을 마치고 싶고요. 남은 시간 제 실력을 최대한 많이 보여드리고 싶어요. 아직 보여드리지 못한 부분이 많아요"라고 다짐했다.
조동기 감독님 하나외환 선수들 이기면 외박 좀 팍팍 주세요. 네?
jasonseo34@osen.co.kr
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