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이 페이크 다큐를 품었다. 방송인 박명수가 근면성실하고 대중적인 큰 사랑을 받는 국민 MC가 된 것. 평소 신조와 180도 다른 미화된 박명수는 시청자들에게 빵빵 터지는 웃음을 선물했다. 특히 제작진은 '예능의 신' 박명수를 표현하기 위해 다채로운 구성과 특수효과까지 활용하며 '깨알재미'를 선사했다.
18일 방송된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은 가상 상황에 놓인 멤버들의 행동을 통해 웃음을 안기는 ‘IF 만약에’ 특집의 마지막 이야기가 담겼다. 노홍철과 장윤주의 가상 결혼 마무리와 국민 MC로 추앙받는다는 설정에 놓인 박명수의 이야기가 공개됐다.
무엇보다도 국민 MC가 됐다는 설정 하에 펼쳐진 박명수의 가상 상황이 시선을 끌었다. 박명수는 연예대상을 양보하고 출연료 삭감을 자진해서 말하는 겸손의 미덕을 갖추고 있다는 연기를 했다.

또한 예능국장에게 방송인으로서 사명감을 드러내고, 동료와 선후배들을 살뜰히 챙기는 모습을 보여주며 ‘국민 MC’의 자질을 표현했다. 이날 박명수는 한국 예능프로그램의 미래를 걱정하고, 예능인으로서의 신념을 지키기 위해 분투하는 행동을 연기하며 기존 이미지와 상반된 모습을 보였다.
덕분에 멤버들은 박명수의 도덕 교과서에만 나올 듯한 행동을 보며 웃음을 터뜨렸다. 김태호 PD와 ‘무한도전’ 작가들은 한껏 미화된 박명수의 모습에 웃음을 꾹꾹 참았다. 박명수가 없으면 예능계가 멈춘다는 설정은 페이크 다큐이기에 가능했다.
노홍철과 장윤주가 가상 결혼을 한 후 달콤하고 두근거리는 로맨스를 보여줬다면 박명수의 ‘국민 MC’가 됐다는 설정은 진화된 상황극에 가까웠다. 국민 MC에 대한 자격지심과 속이 좁은 행동은 실제와 달리 유재석이 연기하며 가상 상황에서의 박명수와 대비되는 효과를 거뒀다.
유재석은 평소 박명수의 모습을 관찰한 것을 배경으로 박명수를 연기했다. 때문에 예능인으로서의 능력과 대중적인 인지도, 마음가짐까지 완벽하게 갖춘 가상 상황 속 박명수는 실제 모습과 대비되며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선사했다.
‘무한도전’이 무려 3주에 걸쳐 방송한 ‘IF 만약에’ 특집은 현실을 비틀고 머릿속에만 있었던 가상 상황을 연기하며 진화된 상황극 형태를 보여줬다. 무엇보다도 제작진은 페이크 다큐의 촘촘한 구성을 위해 다양한 인터뷰를 끼워넣었다. 연예대상 시상식 화면을 재구성하거나, 현직 연예 기자들의 가짜 인터뷰를 집어넣고, 동료 연예인들의 과장 가득한 추앙 인터뷰를 통해 페이크 다큐의 재미를 더했다.
특히 예능인으로서의 욕심을 표현하기 위해 건물 옥상에서 떨어지는 특수 효과까지 구동해 억지스러운 캐릭터를 표현하는데 성공했다. 다소 유치하고 촌스러운 구성이었지만 페이크 다큐의 즐거움을 더하는 요인이 됐다. 그동안 상황극을 통해 다채로운 캐릭터를 보여줬던 ‘무한도전’의 색다른 시도는 언제나 새로운 구성을 시도하는 이 프로그램의 생존 방식을 다시 한번 실감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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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도전'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