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만 '변호인', 역대 천만영화와 뭐가 달랐나
OSEN 김경주 기자
발행 2014.01.19 07: 28

2014년, 새해 첫 천만영화가 탄생했다. 그 주인공은 영화 '변호인'. 개봉 이후 빠른 속도로 천만을 향해 내달리던 '변호인'은 결국 개봉 5주 만에 천만관객 동원에 성공하며 이로써 한국영화로는 9번째로 천만영화 반열에 이름을 올렸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집계결과에 따르면 '변호인'은 지난 18일 하루 동안 총 20만 6,754명을 동원하며 누적관객수 995만 5,051명을 기록했다. 이로써 '변호인'은 19일 천만 관객 돌파를 이루게 된다.
특히 '변호인'의 천만관객 돌파가 여타의 천만영화 탄생 때보다 주목을 받는 건 그간 성립해왔던 '천만영화' 공식과는 조금은 다른 코드들이 영화 속에 존재하고 있기 때문. 기존 천만영화들이 보편적인 공감대 형성으로 많은 관객들의 선택을 받았던 것과는 달리 '변호인'은 개봉 당시 논란에 시달렸을 정도로 광범위한 공감대를 이끌어내진 못했다는 점, 그리고 실존인물을 영화화해 처음으로 천만관객을 동원했다는 점 등이 그것이다.

#1. 광범위한 공감대는 없다..그래도 '천만'은 가능했다
 
 
'변호인'은 개봉 전, 그리고 개봉 이후에도 줄곧 논란에 휩싸여야 했다. 개봉 전에는 고의적으로 0점을 주는 평점테러에 시달렸으며 개봉 이후에는 한꺼번에 티켓을 대량으로 구매, 이후 영화 상영 직전 이를 취소하는 티켓테러까지 시달려야 했다.
특히 이는 '변호인'이 故노무현 전 대통령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는 것이 알려지며 정치적으로 양분된 세력의 다툼이 '평점테러', '티켓테러'를 일으킨 것 아니냐는 의견으로까지 번지면서 영화에 정치적인 색이 입혀지기도 했다.
사실 그동안의 천만영화들은 많은 이들의 마음을 만족시킬 수 있을 법한 대중적 코드가 존재했다. '도둑들'은 오락적인 색깔이 짙었고 '실미도' 등은 감동 코드가 강했으며 '해운대'에는 '우리나라에 쓰나미가 온다면'이라는 설정으로 공감대를 이끌어냈다. 이러한 것들은 모두 대중적인 취향에 부합하는 것들.
하지만 '변호인'은 시작부터 이분법적으로 편이 갈리면서 모두를 만족시킬수는 없었고 이때문에 흥행에 한계가 있을 거란 의견들이 제기됐지만 결국 천만관객 돌파에 성공하는 기쁨을 맛보게 됐다.
이에 '변호인'의 한 관계자는 "'변호인'은 이분법적으로 갈릴 수도 있었고 그런 논란의 여지를 갖고 출발선상에 선 작품이었다. 소재 자체는 이처럼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는 소재였지만 결국엔 영화를 보고 난 관객들이 온전히 영화 자체를 평가하면서 천만이 가능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영화를 보고 나서 그 인물이 좋아졌다거나 싫어졌다 등의 평을 말하기 보다는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80년대 그 시대상에 대한 이야기가 많고 영화 자체의 완성도를 이야기하는 경우가 더 많았다"라고 말했다.
#2. 실존인물 영화화..천만영화 중엔 없었다
 
 
'변호인'이 기존 천만영화와 달랐던 점 중 또 하나는 천만영화 중 처음으로 실존인물의 이야기를 영화화 했다는 점이다.
개봉 전부터 많이 알려졌듯, '변호인'은 故노무현 전 대통령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가 세금 변호사에서 인권 변호사의 길을 걷게 된 결정적인 계기, '부림사건'을 스크린에 그려낸 작품.
사실 한국영화들 중 실존 인물을 스크린에 담아낸 작품이 흥행에 성공한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 실제 이야기는 아니지만 실제 사건과 실제 인물에서 모티브를 딴 영화 '26년'이 약 300만 명의 관객을 동원한 것이 그나마 흥행에 성공한 케이스.
천만관객을 동원한 천만영화들 역시 실제 인물을 스크린으로 구현한 경우는 여지껏 단 한번도 없었다. 영화 '광해:왕이 된 남자'가 광해군의 이야기를 그려내긴 했지만 이는 인물만 실존 인물일 뿐, 그를 둘러싼 이야기는 어디까지나 추측과 허구에서 비롯된 이야기라 실화를 그려냈다고 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게다가 영화를 관람하는 대중이 단 한 번도 접하지 못했던 광해군, 연산군 등의 과거 인물이 아닌 근현대사를 살아낸, 많은 이들이 알고 있는 인물을 영화화해 천만을 돌파한 것도 이번 '변호인'이 처음이다.
이 점에 대해서 '변호인' 측 역시 굉장히 고무적이다. '변호인' 측 관계자는 "실제 인물, 특히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인물을 영화화해서 잘된 사례가 극히 드물다"라면서 "그런 면에서 천만 관객을 돌파한 것이 굉장히 차별화된 지점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사실 할리우드에서는 대통령이나 실존 인물을 영화화하는 경우가 굉장히 많지 않나. 그리고 그런 영화들이 흥행에 성공하는 경우도 많다"며 "하지만 우리나라에는 드물었는데 이번 천만을 계기로 한국 근현대사와 맞닿아있는 소재들도 광범위하게 영화의 소재로 사용됐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내비치기도 했다.
trio88@osen.co.kr
'변호인'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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