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물고 물리는 형국이다. 무림에 누구 한 명 절대강자가 없다.
4라운드 막바지에 이른 올 시즌 프로농구는 디펜딩 챔피언 울산 모비스(1위, 25승 10패), 지난 시즌 준우승팀 서울 SK(공동 2위, 24승 11패), 창원 LG(공동 2위, 24승 11패)의 3강 형국이다. 시즌초반부터 형성된 3강 구도는 세 팀의 맞대결 전적이 서로 맞물리면서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18시즌 역사의 프로농구는 그간 독주체재나 양강체재가 두드러졌다. 정규시즌 35경기를 치르도록 상위 3팀이 한 경기차 안에서 서로 치고 박는 것은 처음 보는 광경이다. 마치 삼국지에 등장하는 위·촉·오 '천하삼분지계'를 보는듯하다.

선두 모비스는 10패 중 4패를 SK에게 당했다. 지난 17일 4차전에서 모비스는 연장전까지 가는 접전을 펼쳤다. 하지만 애런 헤인즈와 주희정에게 연장전 10득점을 얻어맞으며 무너졌다. 지난 시즌 모비스는 정규시즌 SK전 2승 4패의 열세를 챔프전에서 4-0으로 시원하게 갚았던 전력이 있다. 아무리 그래도 맞대결 4전 전패는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대신 모비스는 LG만 만나면 힘이 난다. 올 시즌 3번을 싸워 두 번 이겼다. 3경기 모두 7점차 내의 접전이었다. 경험이 부족한 LG는 뒷심부족으로 무너지는 경우가 많았다. 김진 LG 감독은 18일 삼성을 24점차로 대파한 뒤 “아무래도 조직력과 경험에서 모비스의 우위다. 우리는 (문)태종이 빼고 다 어린 선수들이다. 모비스전에서 좋은 경기를 하려면 우리 게임을 해줄 수 있어야 한다”며 21일 모비스전을 의식했다. LG가 모비스에게 다시 한 번 패한다면 징크스가 굳어질 수 있다.

LG는 SK를 상대로 3승 1패로 우위다. 68-75로 졌던 1차전 후 내리 3연승을 달리고 있다. SK에 헤인즈가 있다면 LG에는 문태종이 있다. 최부경의 높이와 김선형의 스피드도 김종규와 김시래로 상쇄할 수 있다. 선수층이 깊어진 LG는 SK와의 매치업에 크게 부담을 느끼지 않고 있다.
김시래는 “모비스는 조직적이고 단단한 팀이다. 뚫는 해법을 계속 연구해야 한다. 반면 SK는 우리와 템포나 분위기가 비슷하다. 한 번 분위기를 타면 걷잡을 수 없이 강하지만, 안 풀리면 어려운 것 같다”며 SK를 상대로 자신감을 보였다.
김진 감독의 생각도 같다. 모비스에 약하지만 SK에 강한 것을 두고 김 감독은 “상대성이다. 어디가 낫다고는 할 수 없지만 상대 키맨 김선형과 최부경은 우리 선수들이 가진 능력으로 커버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서로 물고 물리는 모비스·SK·LG의 상성은 마치 스타크래프트를 보는 것 같다. 스타크래프트의 흥행요인은 저그, 프로토스, 테란 3종족 중 특별히 어느 한 쪽으로 힘이 치우치지 않은 균형에 있었다. 또 세 종족이 각자 독특한 스타일을 갖고 있어 싸우는 재미가 더했다. 프로농구 탑3도 팬들에게 비슷한 재미를 주고 있다.
프로농구 3강 구도는 시즌 끝까지 지속될까. 아니면 깨질 것인가. KCC는 2009년과 2011년 정규리그 3위를 하고도 챔프전에서 우승을 달성했다. 꼭 3위 팀이 우승하지 말란 법도 없는 셈이다. 선두싸움을 하는 세 팀은 연일 피가 마른다. 하지만 지켜보는 팬들은 이보다 더 즐거울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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