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수술은 안 해도 된다니 다행이네요”
15일 인천공항 출국장에서 만난 정민철(42) 한화 투수코치는 한숨을 내쉬었다. 힘찬 출발을 알려야 할 출국장에서 정 코치의 얼굴이 어두웠던 이유는 딱 하나였다. 바로 팀의 핵심 투수 김혁민(27)의 부상 소식 때문이었다. 정 코치는 자신의 일인마냥 안타까워했다.
김혁민은 전지훈련 출국 전 개인 훈련을 하다 불의의 부상을 당했다. 지난 12일 대전 인근 보문산을 등산한 뒤 하산하는 과정에서 왼 발목을 접질렀다. 보문산은 산세가 그렇게 험하지는 않아 한화 선수들이 자주 오르는 산인데 이 과정에서 부상을 당한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 말 그대로 운이 없었던 것이다. 치료 기간이 3주로 그리 길지 않은 것은 그나마 다행이었다.

2014년 재도약을 꿈꾸고 있는 한화로서는 김혁민의 힘이 반드시 필요하다. 지난해 9위의 쓴맛을 본 한화는 FA시장에서 대대적인 투자를 단행했다. 그 결과물이 정근우와 이용규의 동시 영입이었다. 여기에 중장거리 타자인 외국인 선수 펠릭스 피에가 가세해 전반적인 타선의 짜임새는 나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세 선수의 가세로 중심타선에 위치한 김태균 최진행 김태완 등의 파괴력이 배가될 가능성에 기대를 걸고 있다.
다만 마운드는 아직 미지수가 많다. 선발과 불펜 양쪽 모두가 그렇다. 바티스타, 이브랜드와 모두 재계약을 맺지 않은 한화지만 아직 외국인 투수 수급은 한 명(케일럽 클레이)에 그쳤다. 나머지 한 명은 물색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토종 선발 중에는 가장 믿을 만한 투수 중 하나인 김혁민이 불의의 부상으로 훈련 일정에 차질을 빚게 된 것이다. 김혁민에 대한 기대가 컸던 정민철 코치가 답답해 한 이유다.
하지만 정 코치는 애써 위안을 찾았다. 정 코치는 “일단 수술까지는 받지 않아도 돼 다행이다. 가급적 빨리 복귀했으면 좋겠다”라며 먼저 제자의 몸을 걱정한 뒤 “김혁민이 없어도 캠프에는 투수 인원들이 많다. 이들 중에서 좋은 선수를 발굴하고 찾아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모두에게 기회가 열려 있다는 메시지다.
나중에 김혁민이 정상적으로 복귀해도 어차피 경쟁이 불가피한 한화다. 사실상 백지상태에서 모든 투수들이 호시탐탐 한 자리를 노리고 있다. 이 경쟁을 팀에 도움이 되는 쪽으로 건전하게 유도하는 것이 정 코치의 몫이다. 정 코치가 김혁민에 대한 아쉬움을 뒤로 하고 스스로부터가 마음을 다잡고 있는 이유다.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는 정 코치가 캠프 종료 때는 시작과는 달리 밝은 표정으로 귀국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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