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모두가 제각각의 성장을 위해 필요한 헤어짐이었다. 그래서 아빠와 아이들이 여행을 한 지 딱 1년째가 되는 날 이뤄진 이별은 많은 아쉬움을 남기긴 했지만 충분히 납득될 만한 것이기도 했다. 또 제작진의 배려 속에 많은 추억이 함께 한 1기의 마지막 여행은 끝까지 따뜻하고 예쁘게 그려져 훈훈함을 줬다.
지난 19일 오후 방송된 MBC 예능프로그램 ‘일밤-아빠!어디가?’에서는 지난주에 이어 제주도에서 펼쳐진 1주년 기념 여행을 즐기는 아빠와 아이들의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 아이들은 여행 중 아빠들이 만든 음식 중 가장 맛있었던 것들을 제각각 뽑아왔다. 예상대로(?) 김성주의 ‘짜파구리’와 윤민수의 ‘둥근면이 떴습니다’, ‘카레치킨’이 뽑혔고, 성동일의 아들 성준은 첫 여행 날 아침 미처 식사를 준비하지 못했던 아빠가 처음으로 해줬던 김에 싼 감자를 택해 눈길을 끌었다. 또 윤후는 아빠의 음식이 아닌 김성주의 ‘라면땅’을 선택해 아빠들에게 의아함을 주기도 했다.

1년 전 여행의 초반에만 해도 아이들을 어떻게 먹여야 할지 몰라 서툴기만 했던 아빠들은 이제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음식들을 척척 해내는 베테랑 요리사가 됐다. 아이들은 언제나 투박한 솜씨로 만든 아빠들의 요리를 맛있게 먹어줬고, 이날 역시 추억이 가득한 아빠 표 음식들을 폭풍흡입하며 아빠들에게 뿌듯함을 선사했다.
식사 후에는 아빠들과 아이들이 각기 준비한 ‘올해의 어린이 대상’과 ‘올해의 아빠 대상’ 시간이 마련됐다. 아빠들은 각자 자신의 자녀로부터 ‘배우상·유기농상’(성동일), ‘축구상’(송종국), ‘MC상’(김성주), ‘요리상’(윤민수), ‘놀이상’(이종혁)을 받고 감동한 모습을 보였다. 특히 성동일은 “기분이 되게 울컥하다”고 감격을 표해 눈길을 끌었다.

아이들은 끝까지 아이들다웠다. 윤후는 시상식에서 자신의 이름이 나오지 않을까 두근두근 긴장하는 순수한 모습으로, 준수는 아빠 이종혁에게 전달할 상장을 읽지 못해 “삼촌이 읽어달라”며 보이콧을 선언하는 엉뚱한 모습으로 웃음을 줬다. 지아는 한라산 눈꽃 산행에 오르며 "이제는 (아빠에게 안기지 않고) 혼자 갈 수 있을 것이다"라는 삼촌들의 격려에 투지를 불태우며 끝까지 씩씩한 걸음으로 산을 올라가 놀라움을 안겼다. 맏형 민국이는 의젓한 모습으로 아빠와 함께 텐트에서 하룻밤을 보냈고 성준은 아빠 앞에서 한층 더 편안해진 모습으로 훈훈함을 자아냈다.
한라산 눈꽃 산행으로 마무리 된 1기 마지막 여행에서 아빠들은 남다른 소회를 전했다. 성동일은 "1주년을 잘 버텼고, 풍족한 결과를 얻었고 자식이 변한 모습 내가 변한 모습을 봐서, 우리 모두가 변한 모습 봐서 좋았다. 2013년은 영원히 잊지 못할 한 해다"라고 진솔한 소감을 전했다.
이어 김성주는 "민국이도 민국이지만 나 스스로 많이 성장했다. 아버지로서 역할이 뭔지 모르다가 2013년 올 한해 민국이와 여행을 같이 다니면서 나이만 많이 먹는다고 좋은 아빠가 되는 게 아니구나를 느꼈다. 10살 아들과 40살 아빠가 같은 추억을 공유할 수 있어서 너무 감사하다"고 했고 윤민수는 "아이랑 관계가 좋아지긴 했는데. 아직 조금 더 부족하다. 조금 더 아이랑 소통을 많이 해야 할 것 같다"며 앞으로의 각오를 드러냈다.
이번 1기를 끝으로 '아빠!어디가?'에서 하차하게 된 송종국은 "지아가 계속해서 다른 친구, 오빠들과 맞춰가는 모습 보니까 지아가 많이 성장한 것 같다. 나도 다니면서 많이 배운 소중한 시간이다"라고 소감을 전했고 "지아 외모가 많이 수수해졌다"는 성동일의 농담에는 "많이 자주 봐서 그렇다"고 반발해 끝까지 '딸 바보'의 면모를 제대로 보였다. 이종혁은 "가족끼리 오지 못하는 곳을 와서 우리 둘 만의 추억이 생겼다는 게 좋았다"라고 말했고 아빠와 함께 있는 다른 아이들과 달리 멀리 떨어져 잠과의 사투 중인 아들의 투정이 계속돼 웃음을 줬다.
'아빠!어디가?' 1기는 그간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성공을 이뤄냈다. 많은 주목을 받지 못한 채 시작한 아빠와 아이들의 여행은 아이들의 때묻지 않은 순수함과 유명 배우와 가수, 운동선수지만 아이들과의 관계에서 만큼은 초보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던 아빠들의 서툰 모습이 주는 재미가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았다. 그리고 아빠와 아이들은 아빠들이 표현한 감동처럼 각기 한 뼘 더 성장한 모습을 보여줬고 더욱 친밀해진 부자(父子), 부녀(父女) 관계는 많은 부모 시청자들에게 자녀들과의 관계를 돌아보게 하며 감동을 줬다.
그리고 딱 1년 째 되는 날 새롭게 2기를 시작한 것은 너무 이르지도 늦지도 않은 적절한 선택이었다. 빠르게 변화하는 예능 프로그램 판도의 특징 상 '아빠!어디가?'가 더 오래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기 위해 언젠가는 했어야만 하는 선택이었다. 모두가 박수칠 때 과감히 새로운 한걸음을 택한 용기에 박수를 보낼만 하다.
한편 이날 방송 말미에는 새로운 아빠들과 아이들의 모습이 잠시 전파를 탔다. 가수 김진표, 배우 류진, 축구선수 안정환의 자녀들은 1기 아이들 못지 않은 귀여운 외모와 발랄함으로 기대감을 줬다. 더불어 새롭게 합류한 멤버들과 기존 아빠들 윤민수, 성동일, 김성주가 발휘할 시너지가 어떤 모양일 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eujenej@osen.co.kr

'아빠!어디가?'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