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준(39, NC)은 1994년 해태의 지명을 받았다. 올해 프로 21년차를 맞이한다. 이제는 배우기보다는 후배들에게 노하우를 전수해야 할 위치고 실제 그런 임무를 잘 수행하고 있다. 그런데 그런 이호준이 후배들에게 배울 점도 있다고 했다. 과연 어떤 점이었을까.
지난해 프리에이전트(FA) 신분을 얻어 NC로 이적했던 이호준은 뛰어난 성과를 남겼다. 126경기에 나가 타율 2할7푼8리, 20홈런, 87타점을 기록하며 팀의 4번 타자 몫을 톡톡히 했다. 여기에 분위기 메이커로서의 임무는 무형적인 가치였다. 필연적으로 어린 선수들이 많을 수밖에 없는 신생팀 NC의 분위기를 하나둘씩 만들어나갔다. FA의 모범 사례였다.
그런 이호준은 최근 부담감을 느끼고 있다. 개인 성적 때문이 아니다. 이호준은 개인 성적에 대해서는 “작년만큼만 했으면 좋겠다”라면서 큰 부담을 느끼지 않는다고 했다. 되려 이호준의 시선이 향하고 있는 부분은 팀 성적이다. NC는 1군 데뷔 첫 해였던 작년 7위라는 기대 이상의 성적을 냈다. 여기에 올해 FA시장에서는 이종욱 손시헌이라는 베테랑 선수들을 영입해 부족했던 점을 채워 넣었다. 젊은 선수들의 성장세를 고려하면 4강도 무리는 아니라는 평가다.

기대치가 높아지는 만큼 부담감도 덩달아 뛴다. 지난해 NC는 성적에 초연한 팀이었다. 못한다고, 꼴찌를 한다고 해서 뭐라 할 사람이 없었다. 이호준은 그런 홀가분한 분위기가 팀 성적에 도움이 됐다고 말한다. 그런데 올해는 상황이 다르다. 벌써부터 선수단 안팎으로 ‘4강’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분명 쉽지 않은 목표다. 이런 압박에 선수단이 조급해질 수 있다. 가장 앞 선에서 부담감이라는 통나무를 짊어지고 가야 하는 이호준의 마음이 편치 않은 이유다.
그런 이호준은 후배들을 보며 마음을 다잡고 있다. 이호준은 NC의 팀 분위기에 주목했다. 이호준은 “NC만의 분위기가 있다. 우리의 분위기는 ‘모두가 다 행복하게, 즐거운 분위기 속에서 야구를 하자’라는 것이다. 구단주님은 물론 감독님도 공히 주문하는 것”이라면서 “젊은 선수들의 모습이 인상적이더라”라고 말을 이어나갔다. 밝고 활기찬 모습에서 느끼는 바가 있다고도 털어놨다.
이호준은 “우리는 연습 시간이 짧다. 대신 그 짧은 연습 동안 선수들이 최선을 다하며 감독님과 코치님들을 만족시키는 모습에 정말 깜짝 놀랐다. 사실 선수들을 ‘잡아야 하나, 혼내야 하나’라는 생각도 했었는데 첫 날부터 그런 모습이 나오더라”라고 지난해 이맘때를 회상했다. 경력만 놓고 보면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이호준이 오히려 후배들이 가진 패기의 내공에 놀란 것이다.
이런 분위기가 부담감을 이겨낼 수 있는 원동력이 될 수 있을 것이라 내다봤다. 이호준은 “올해도 훈련 일정이 빡빡하지 않더라. 작년과 거의 비슷한 일정이다. 즐겁게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기대를 드러내면서 “올해는 더 나아지지 않을까”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긍정적인 훈련 분위기의 업그레이드. 부담감을 떨쳐내고 앞으로 전진하는 NC의 진정한 무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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