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 미계약’ 박희수, 자존심은 챙겨줄까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4.01.20 13: 11

구단도, 선수도 “금액차는 그렇게 크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그러나 아직까지 계약을 맺지 못했고 결국 SK의 유일한 미계약자로 남게 됐다. 팀 불펜의 핵심인 박희수(31)의 연봉 협상이 좀처럼 결론을 맺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논점은 ‘자존심’으로 보인다.
SK는 19일 김강민과 3억 원에 2014년도 연봉 협상을 마무리했다. 팀 내 재계약 대상자 55명 중 54번째 계약 소식이었다. 이제 남은 선수는 단 한 명, 박희수 뿐이다. 몇 차례 만남을 가졌으나 의견차를 좁히지 못했고 결국 협상 테이블이 플로리다로 넘어갔다. 구단 관계자는 “좀 더 시간이 걸릴 것 같다”며 쉽지 않은 협상임을 시사했다.
박희수는 지난해 팀의 새 마무리로 등극했다. 마무리 전환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불안한 시선도 있었지만 말 그대로 기우였다. 43경기에서 1승2패24세이브1홀드 평균자책점 2.27을 기록했다. 제3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출전과 부상으로 시즌 초반 몸 상태가 썩 좋지 않았으나 결과적으로 군에 입대한 정우람의 공백을 잘 메웠다는 평가를 받았다.

세부 기록을 찬찬히 더 뜯어보면 세이브 숫자 이상의 활약상을 실감할 수 있다. 43경기에서 47⅔이닝을 던졌다. 1이닝 이상을 던진 경기가 많았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닝당출루허용률(WHIP)은 0.92, 피안타율은 1할8푼5리에 불과했다. WHIP가 ‘1’ 아래인 마무리투수는 오승환(삼성, 0.83)과 박희수 뿐이었다. 긴박한 상황에 마운드에 올라 주자를 최소한으로 내보내면서 뒷문을 걸었다는 의미가 된다.
하지만 경기와는 달리 연봉협상은 ‘마무리’가 잘 되지 않는 모습이다. 박희수는 팀을 떠난 크리스 세든을 제외한 나머지 투수 중 고과 2위다. 그러나 인상폭을 놓고 이견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K는 지난해 성적이 6위까지 떨어졌다. 선수단 전반적으로 대폭적인 삭감은 피했지만 대신 연봉 인상폭이 그리 높지 않았다. 예비FA 선수들을 제외한 나머지 선수들의 연봉 협상표에서 공히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다.
실제 실질적 투수 고과 1위였던 윤희상은 전년도 1억3000만 원에서 3000만 원(23.1%) 오른 1억6000만 원에 만족해야 했다. 윤희상 박희수에 이어 고과 3위인 김광현은 2억4000만 원에서 12.5%가 인상된 2억7000만 원에 도장을 찍었다. 즉 박희수의 인상폭도 윤희상과 김광현 사이 어디쯤에 있다는 추측이 가능하다. 소폭 인상의 계산이 나올 수밖에 없고 실제 구단도 그런 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구단 제시액에 박희수는 아직 도장을 꺼내들지 않고 있다. 지난해 연봉협상에서도 진통이 있었던 박희수다. 박희수는 2012년 65경기에서 8승1패6세이브34홀드 평균자책점 1.32라는 빼어난 성적을 냈다. 중간 투수 역사에 남을 만한 성적이었다. 계투 요원들과의 연봉협상에서 비교적 후한 인심을 선보였던 SK라 내심 2억 원 돌파도 기대됐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박희수는 진통 끝에 7000만 원에서 1억 원 오른 1억7000만 원에 계약했다. 선수가 원하는 액수보다는 구단 제시액 쪽에 좀 더 가까웠다.
금액 차이가 크지 않다는 것은 여러 의미로 해석이 가능하다. 박희수도 구단 성적에 홀로 역행하는 금액을 요구하지는 않았다는 의미가 된다. 결국 어느 정도의 자존심은 살리는 선에서의 합의가 필요한데 SK도 고민이 있다. 이미 윤희상 김광현 등의 계약을 마무리한 상황에서 박희수의 연봉만 더 높게 올려줄 경우 형평성의 문제가 생기기 때문이다. 합의점을 찾기까지 다소 시간이 걸릴 가능성이 높아보이는 이유다. 어쨌든 양쪽 모두 표정이 그리 밝지는 않은 연봉협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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