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보다 빨리 시작하는 스프링캠프를 준비하기 위해 조금 더 빠른 템포로 몸을 만들고 있다”라는 말은 거짓이 아니었다. SK의 새 외국인 투수 로스 울프(32)가 팀 내에서 가장 빨리 불펜 피칭을 소화하며 상큼한 출발을 알렸다. 이를 지켜본 이만수 SK 감독도 만족감을 드러냈다.
지난해 메이저리그(MLB) 텍사스 레인저스에서 불펜 요원으로 활약했던 울프는 올해 SK와 계약을 맺고 한국무대에 선을 보인다. 같은 시기 영입한 외국인 타자 루크 스캇(36)의 이름값에 다소 가려 있기는 하지만 팀의 기대치는 스캇 못지않다. 일본으로 떠난 지난해 팀 에이스 크리스 세든의 공백을 메워야 하는 막중한 임무가 주어졌기 때문이다. 플로리다 캠프 시작부터 팀에 합류한 울프의 첫 투구가 관심을 모은 이유다.
일단 첫 번째 우려는 잠재우는 데 성공했다. 울프는 15일(이하 현지시간) 미 플로리다주 베로비치 히스토릭 다저타운에 위치한 SK의 1차 전지훈련에 합류했다. 16일 신체검사를 받은 뒤 곧바로 롱토스를 소화하며 의욕을 과시하더니 18일 오전에는 불펜피칭 40개를 소화하며 빠르게 올라오고 있는 몸 상태를 과시했다. SK 선수 중에서는 또 하나의 외국인 투수 조조 레이예스와 더불어 가장 빠른 페이스다.

사실 몸을 만드는 데 어려움이 있었던 울프다. 울프의 자택은 미 일리노이주에 있다. 이 지역은 최근 영화 를 연상케 하는 한파로 몸살을 겪었다. 울프 역시 전지훈련에 참가하기 전 OSEN과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일리노이 지역의 날씨가 너무 춥다”라고 훈련의 어려운 점을 호소하기도 했다. 하지만 보란 듯이 가장 먼저 불펜피칭을 실시하며 몸 상태에 대한 우려감을 싹 지워냈다. 코칭스태프와 구단 관계자들의 얼굴이 밝아진 이유다.
첫 불펜 피칭을 마친 소감도 당찼다. 울프는 “첫 불펜피칭이라 70%의 힘으로 던졌다. 한국프로야구 공인구는 내가 던져왔던 공보다 실밥이 좀 더 도드라져있어 생각보다 움직임이 좋다. 내게 유리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뒤 “빨리 잘 적응해서 팀에 꼭 필요한 투수가 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선발과 불펜에서 모두 뛸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울프가 쾌조의 컨디션을 보여준다면 SK의 시즌 전망도 밝아질 수 있다.
한편 울프의 첫 불펜피칭을 지켜본 이만수 감독도 일단 절반의 합격점을 내렸다. 이 감독이 주목한 것은 공의 움직임과 훈련에 대한 자세였다. 이 감독은 “첫 불펜피칭이라 속단하긴 이르지만 볼 끝의 움직임이 상당히 좋아 보였다”라면서 “본인이 갖고 있는 다양한 구종을 첫 불펜피칭에서 던졌다는 것은 몸을 잘 만들고 합류했다고 볼 수 있다”고 자세에서도 호평을 내렸다. 울프가 상큼한 출발을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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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와이번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