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산 899G’ 류택현, 10% 힘이 가진 비밀
OSEN 이우찬 기자
발행 2014.01.21 07: 36

“중간 투수는 구질보다 구위다.”
항상 대기한다. 한 타자를 상대할 수도 있다. 때에 따라서 불펜에서 몸을 풀다가 상황이 뒤 바뀌어 마운드에 오르지 않기도 한다. 중간 투수가 이렇다. 그 어느 보직보다 힘든 위치다. 로테이션으로 뛰는 선발 투수보다 체력적 소모와 몸이 갖는 피로도가 클 수밖에 없다.
투수 통산 최다 경기 출장에 빛나는 류택현(43)은 LG가 보유한 왼손 중간 투수. 류택현은 올 시즌에도 어김없이 LG 스프링캠프에 몸을 실었다. 몸 관리에 대한 비결을 밝힌 류택현은 “구질보다 구위다”라고 단언했다. 21년째 프로생활을 해온 류택현의 몸 자체가 증거다.

현역 최고령인 류택현은 지난 시즌까지 통산 899경기를 뛰었다. 불혹을 훌쩍 뛰어넘었지만 지난 시즌에도 58경기에 나와 16홀드 평균자책점 3.07을 기록했다. 2007년에는 홀드왕을 거머쥐었다. 적지 않은 나이에도 활약하는 데에는 10%의 비결이 있었다. 
19일(한국시간) 애리조나 피닉스 LA 스프링캠프장에서 만난 류택현은 “보통 젊은 중간 투수들이 불펜에서 100% 전력을 다해서 30-40개 정도 던진다, 나는 90% 이상의 힘으로는 던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마운드 투입이 결정되면 100%의 힘으로 몇 개 던지고 마운드 위에 오른다”라고 말했다.
류택현은 전력보다 10%정도 힘을 덜 쓴다는 것. 간단해 보이지만 쉽지 않은 것 또한 사실이다. 젊은 투수들이 갖는 불안함이 그 이유다. 불펜에서 100%의 제구력을 만들어 놓고 마운드에 오르는 게 투수의 심적 부담감을 덜어줄 수 있기 때문에 어린 투수들은 100% 전력으로 실전 경기 못지 않은 개수의 공을 불펜에서 뿌린다.
류택현은 “불펜에서 100% 전력으로 대기했다가 경기에 나가지 않을 수도 있다. 결국 시즌 중반이 되면 구위가 떨어진다”고 했다. 불펜에서 30~40개의 공을 100% 힘으로 던졌다가 경기에 나가지 않게 되면 투수로서는 실전 경기에 나간 체력만 쓰게 된 것뿐이다“라고 했다.
류택현이 “구질보다 구위”라고 말한 이유다. 중간 투수에게 구위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 변화구 한 두 개만 있어도 싱싱한 구위가 뒷받침 된다면 괜찮은 중간 투수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오랫동안 구위를 유지하면서도 선수 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불펜에서의 소모를 막아야 한다는 것. 10%의 차이가 누적되면 자못 큰 차이가 된다.
류택현은 10% 차이를 알고 2004년부터 실천에 옮겼다고 했다. 30대 중반을 넘어 40대 중반까지 꾸준한 선수 생활을 해온 비결이다. 올 시즌에도 그는 LG 불펜을 뒷받침한다. “풀타임 1군이 목표다”라고 말한 류택현의 선수 생활은 멈출 것 같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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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닉스(미국 애리조나)=손용호 기자 spjj@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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