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쉬 벨 울었냐고 물어봐 달라.”
김기태 LG 감독은 지난 시즌 부임 2년 만에 팀을 포스트시즌에 올려놨다. 선수단과의 격의 없는 의사소통을 핵심으로 한 친화적인 그의 리더십에 고참 선수들은 솔선수범했고 젊은 선수들도 따랐다. 지난 시즌 2위 확정 직후 이병규와 김용의가 김기태 감독에게 물통을 들이 부은 것은 선수단과 김 감독의 친화를 일정부분 보여준 장면이다.
애리조나 피닉스 LA 다저스 스프링캠프장에서 LG를 지휘하고 있는 김기태 감독은 20일(한국시간) 개인 사정으로 팀 오후 훈련 때 모습을 드러냈다. 라커룸에서 훈련장으로 이동하는 사이 외국인 타자 조쉬 벨과 마주쳤다. 김 감독은 “오전에 나 안 봐서 울었냐고 벨한테 물어봐 달라”고 옆에 있던 벨 옆에 있던 통역에게 말했다.

김 감독을 보자 90도 배꼽 인사를 한 벨은 “계속 (감독님을) 찾았다”고 재치 있는 답변을 해 웃음을 자아냈다. 스프링캠프가 꾸려지고 5일 남짓. 아직 팀 분위기와 문화에 익숙하지 못한 벨이지만 김 감독이 그에게 먼저 다가가 분위기를 누그러뜨렸다. 벨도 활짝 웃었다. 김 감독은 "나중에 가족과 함께 식사하자"고 벨에게 말했다.
이른바 ‘자아발전시간’도 김 감독의 친화력을 볼 수 있는 장면이다. 오전 훈련이 끝나고 오후 1시 10분부터 선수들은 공식 유니폼을 벗어 던진다. 자율 복장을 입은채 개인 훈련에 돌입한다. 포수 최경철과 윤요섭 등은 배팅 훈련에 돌입했고 오지환 등은 타격 훈련에 시간을 할애했다. 선수 각자가 자율 판단에 따라 움직인다.
‘자아발전시간’은 지난 시즌 스프링캠프에서도 있었다. 김 감독이 부임 첫 해부터 도입했다. 이병규(9번)는 “김기태 감독님 오시면서부터 생겼다”라고 전했다. 김 감독은 ‘자아발전시간’에 타격 훈련 파트 선수들의 타격 훈련 장면을 이병규와 이진영 등과 함께 곁에서 지켜봤다.
지난 시즌 가을야구를 맛 본 김기태 감독은 올 시즌 어떤 모습을 보일까. 김 감독의 친화력은 선수단을 더욱 끈끈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 LG와 김 감독의 행보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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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닉스(미국 애리조나)=손용호 기자 spjj@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