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한국 남은 롯데 2군, 상동의 힘 믿는다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4.01.21 06: 01

이제 프로야구 2군도 해외 전지훈련을 떠나는 시대가 왔다. 2012년 삼성이 2군 선수단을 괌으로 전지훈련을 보내면서 시작된 열풍은 2013년을 거쳐 올해는 9개 구단 가운데 8개 구단이 2군까지 해외 전지훈련을 보냈다. 2014년 퓨처스리그 진입을 앞둔 KT는 한 술 더떠 작년 11월 이미 애리조나에 전지훈련 캠프를 차렸다.
구단들이 만만찮은 비용을 감수해가면서까지 2군 선수단을 해외로 보내는 이유를 팜 시스템 정착 노력에서 찾을 수 있다. 2군이 강해야 1군도 강해진다는 걸 구단들이 깨닫게 된 것이다. 이러한 가운데 롯데는 유일하게 2군 선수단을 해외로 보내지 않았다. 대신 김해 상동구장에서 정상적으로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롯데만 국내에 머문 이유는 무엇일까. 롯데 역시 지난해 2군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통감했다. 시즌 중반 고전하던 시기에 2군에서 올라 온 선수들이 깜짝 활약을 펼치면서 팀에 새로운 기운을 불어넣은 기억이 있다. 이에 대해 롯데 구단 관계자는 "비용적인 면 보다는 상동구장에서도 충분히 동계훈련을 실시할 수 있기 때문에 굳이 (해외 전지훈련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면서 "상동구장은 겨울에도 따뜻한 편이고, 실내 연습장도 갖춰져 있어 큰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롯데가 2군 선수단의 국내 동계훈련 효과를 자신한 이유는 따로 있었다. 최근 롯데는 총액 6억3000만원을 들여 김해 상동구장을 대대적으로 보수했다. 거인관(숙소)을 3층에서 4층으로 증축해 영화관과 노래방, 훈련장을 신설했고 숙소 수용인원도 30명에서 48명으로 늘렸다. 2군 선수단을 해외로 보내는 대신 상동구장에 과감한 투자를 한 것이다.
특히 숙소 4층에 실내연습장을 신설한 것에 대한 선수들의 반응이 뜨겁다. 구단 관계자는 "그 동안 선수들은 일과시간 이후에 따로 훈련을 하려면 숙소에서 나와 연습장까지 가야했다. 이제는 언제든지 선수들이 편하게 훈련을 할 수 있는데, 다른 것보다 이것(훈련장 신설)을 선수들이 반기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번 공사를 담당했던 윤동배 상동야구장 소장 역시 "선수들이 많은 연습량을 소화해내고 있기에 이에 따른 적절한 휴식 여건 개선이 필요했고 상동야구장이 운동만 하는 곳이 아닌 효과적으로 성장하는 공간으로 탈바꿈하여 선수들의 훈련과 휴식에도 도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기대감을 감추지 못했다.
젊은 선수들이 즐길 수 있는 여가시설이 늘어난 것도 주목할 점이다. 상동구장은 대중교통으로 찾아가기 힘든 곳에 위치하고 있다. 조용히 야구에만 전념하기에는 최적의 조건이지만, 선수들이 답답함을 호소했던 것도 사실이다. 구단 관계자는 "노래방이나 영화관으로 선수들을 모두 만족시키기는 힘들겠지만, 향후 계속해서 보강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롯데의 상동구장 투자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향후 그라운드에 내야 조명등을 설치, 야간에도 훈련을 할 수 있도록 조치할 계획이다. 해외 전지훈련 대신 2군 내실 다지기에 나선 롯데, 어떤 결과를 낳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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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자이언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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