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차려진 밥상에 숟가락만 얹었을 뿐이다." 지난 2005년 제23회 청룡영화상 당시 배우 황정민이 내뱉은 수상소감이다. 하지만 황정민은 소감에서처럼 그저 간단히 숟가락만 올린 게 아니라, 갖은 노력과 땀, 좌절과 도전 등이 점철된 인생이었다.
지난 20일 방송된 SBS '힐링캠프'(연출 조문주)에는 영화 '신세계'로 제34회 청룡영화상 남우주연상을 거머쥔 황정민이 게스트로 출연해 자신의 솔직담백한 이야기를 전했다. 그는 MC인 이경규, 김제동, 성유리를 위해 오프닝에 직접 요리솜씨를 발휘해 전, 찌개 등 맛깔나는 음식을 대접하며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만들며 사소한 이야기를 이어갔다.
소박하고 담백하게 얘기하는 황정민의 앞에 주어진 것은 거짓말탐지기. 그는 자신을 향하는 다소 난처할 수 있는 질문들에도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답하며 순박한 모습을 내비쳤다.

황정민에 대한 몰랐던 정보들도 속속 드러났다. 아버지가 전직 드러머였고, 동생은 현 음악감동으로 예술가의 자질이 다분한 가정임이 밝혀지기도 했다.
또한 아내에 대한 러브스토리를 공개, 결혼 전 하지 못했던 프러포즈를 대신해 뒤늦게 '우리의 밤은 당신의 낮보다 아름답다'라는 노래를 프러포즈송으로 택해 열창하는 로맨티스트로서의 모습도 내비쳤다.
배우의 길을 택하며 부딪혔던 어려웠던 일들도 털어놨다. 고등학교때 극단을 만들어 공연을 열었으나, 빚덩이에 앉게 됐던 학창시절, 연기가 익숙지 않던 시절 짧은 대사도 제대로 소화하지 못했던 일, 여러 오디션에 수도 없이 낙방하며 다른 삶을 꿈꾸기도 했던 지난날들을 차례로 떠올리며 지금의 자신의 삶에 감사한 모습을 드러내 보는 이를 훈훈케 만들었다.
황정민은 "30대엔 경주마처럼 달리느라 즐기지 못했다"며 "40대가 된 지금 연기를 훨씬 즐길 수 있게 됐다. 배우가 훨씬 재밌어졌다"고 들뜬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배우를 언제든 그만둘 수 있다"고 말했지만, 막상 배우로서의 꿈을 물으니 "60세에도 멜로 영화를 찍는 배우가 되는 거다. 관객들이 '멋있다. 저 배우 잘 늙었다'는 소리를 듣고 싶다"고 답해 멋진 배우관을 드러냈다.
자신의 위치에서 묵묵하게 '연기'라는 매개체를 갖고 대중과 소통하는 배우라는 직업을 가진 황정민이 그의 바람대로 앞으로도 더 설레는 인생을 살 수 있게 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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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힐링캠프'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