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2억 달러(약 2128억 원)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충격적인 전망도 고개를 든다. 이것이 사실이 아니더라도 최소 1억 달러(약 1064억 원) 이상의 몸값은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메이저리그(MLB) 진출을 타진하고 있는 다나카 마사히로(26, 라쿠텐)의 이야기다. 엄청난 몸값에 자연히 논란이 따라붙고 있다.
일본 언론들은 20일 미 현지의 보도와 MLB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 시카고 컵스가 다나카에 7년 1억6000만 달러(약 1702억 원)을 제의했다고 대서특필했다. 이는 원 소속팀 라쿠텐에 지급해야 할 포스팅 금액 2000만 달러(약 213억 원)을 제외한 순수 연봉이다. 이 보도가 사실이라면 당초 1억2000만 달러(약 1277억 원)에서 1억4000만 달러(약 1490억 원) 사이로 점쳐지던 다나카의 몸값이 포스팅 마감을 앞두고 더 뛴 것이다.
현지 언론에서는 시카고 컵스가 앞서 뛰던 뉴욕 양키스, LA 다저스를 추월하기 위해 예상을 뛰어넘는 제안을 던졌을 것이라 보고 있다. 연봉 2500만 달러(약 266억 원)을 기본으로 6~8년의 장기 계약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보도의 진위 여부는 좀 더 시간이 지나야 드러나겠지만 8년 계약일 경우 총액은 2억 달러가 되는 셈이다. 얼마 전 클레이튼 커쇼(26, LA 다저스)가 투수 2억 달러의 문을 연 것에 이어 투수 계약으로는 역대 두 번째 규모다.

선택은 다나카의 몫이지만 어쨌든 다나카의 앞에 여러 가지 파격적인 패가 놓여 있는 것만은 확실하다. 어느 패를 집어도 1억 달러 이상의 대형 계약은 따라올 공산이 크다. 사실 의외의 과열이기도 하다. 복수의 MLB 스카우트들은 다나카의 선천적 재능이 다르빗슈 유(27, 텍사스)에는 미치지 못한다고 보고 있다. 뛰어난 투수이기는 하지만 이 정도 금액을 받지는 못할 것이라 예상한 이유다. 그러나 시장상황은 다나카를 MLB에서 손꼽힐 만한 비싼 선수로 만들어놨다.
시장은 수요와 공급의 법칙이 지배한다. 그리고 좋은 투수를 원하는 팀들은 항상 줄을 서 있다. 올해 MLB 자유계약선수(FA) 시장의 ‘투수 빅3’는 어빈 산타나, 맷 가르자, 우발도 히메네스였다. 이들은 다나카보다 MLB 경력이 풍부하다는 상대적 장점이 있지만 나이와 전반적인 기량에서는 다나카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 중론이다. 자연히 다나카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다. 여기에 한참 펄펄 날 만 26세라는 나이, 일본을 향한 마케팅 효과는 구단들을 매료시키기 충분한 가치다.
향후 FA 시장 상황과도 연관이 있다. 각 팀을 대표하는 에이스급 투수들은 FA시장에 나오기보다는 팀과 연장 계약을 맺는 것이 최근의 트렌드다. 지난해 저스틴 벌랜더(디트로이트)와 펠릭스 에르난데스(시애틀)가 그랬고 올해는 커쇼가 신기록을 쓰며 다저스 잔류를 선택했다. 내년 최대어로 불리는 맥스 슈어저(디트로이트)도 소속팀과의 연장 계약이 유력하다는 평가다. 점점 에이스급 투수들을 찾기 어려운 시대로 접어드는 것이다. 다나카를 ‘막차’로 보는 시선도 이에 기인한다.
그러나 반론도 만만치 않다. 다나카는 분명 두 자릿수 승수 이상을 기록할 수 있는 능력과 6~7년은 전성기에서 던질 수 있는 가치를 지닌 투수다. 그러나 연봉 2000만 달러 이상의 효용을 가져다 줄 지는 현지에서도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 시카고 연고 프로팀을 주로 다루는 < CSN시카고>의 최근 한 토크쇼에서도 몇몇 패널들이 이런 우려를 쏟아냈다. 다르빗슈의 사례를 들어 성공 가능성을 점치면서도 그 정도 연봉을 받으면 ‘사이영상’ 후보들의 성적 정도는 내야한다는 것이다.
젊은 나이에 대한 반박도 있다. 타자가 아닌 투수라는 점 때문이다. 한 패널은 “마크 프라이어는 24살에 부상을 당했다”라면서 “메이저리그의 어떤 레벨에서도 던져 보지 못한 투수로서는 최고 금액인데 이는 멍청한(stupid) 일”이라고 단도적입적인 반대 의견을 내비치기도 했다. 다르빗슈만한 활약을 보여줄 수 있는 '진짜'일까, 아니면 시장 상황이 만든 '거품'일까. 어쨌든 다나카가 향후 몇 년간 엄청난 화제를 몰고 다닐 것은 확실해 보인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