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프로야구에서 외국인 선수들이 차지하는 몫은 절대적이다. 그 외국인들이 얼마나 한국무대에 잘 적응하는지의 여부는 한 해 농사를 좌우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런 측면에서 두산은 걱정을 덜었다. ‘외국인 대장’ 더스틴 니퍼트(33)가 든든하게 중심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두산은 2011년부터 한국무대에서 활약한 ‘에이스’ 니퍼트와의 재계약에 합의했다. 능히 두 자릿수 승수를 올려줄 수 있는 마운드의 기둥을 지켰다. 니퍼트를 잡은 효과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새로운 외국인 선수인 호르헤 칸투(32)와 크리스 볼스태드(28)의 적응을 돕는 도우미 몫도 기대되고 있다. 외국인끼리 알력 다툼을 벌여 전체 팀 분위기를 망치는 경우도 있는데 두산은 이와 거리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다.
니퍼트와 칸투는 2011년 텍사스 레인저스에서 한솥밥을 먹은 기억이 있다. 두 선수는 포스트시즌 엔트리에도 나란히 포함되며 덕아웃와 클럽하우스를 함께 썼다. 칸투도 당시를 기억하고 있었다. 칸투는 “다들 알다시피 니퍼트는 정말 좋은 사람이고 좋은 선수이다. 그런 선수와 다시 함께 팀 동료로 뛰게 되어 좋다”고 기뻐했다. 투수와 야수라는 점은 다르지만 낯선 외국 생활에서 의지할 수 있는 든든한 동료다.

니퍼트와 볼스태드는 같은 팀에서 뛰어본 적은 없다. 그러나 볼스태드도 니퍼트에 대한 존중을 드러냈다. 볼스태드는 “캠프에 오기 전 통화는 했지만 와서 처음으로 만났다”라고 하면서도 “성격도 좋고 친근함도 느낄 수 있었다. 나와 상당히 비슷한 부분도 많이 느낄 수 있었다. 한국 생활로만 하면 4년 선배인데 많이 따라다니게 될 것 같다”고 미소 지었다. 같은 투수라는 점에서 니퍼트의 조언은 볼스태드에 더 직접적인 ‘과외’가 될 수 있다.
이렇게 니퍼트가 외국인 커뮤니티의 ‘중심축’ 몫을 할 수 있는 것은 역시 정평이 난 원만한 성격과 책임감 때문이다. 니퍼트는 특급 외국인 선수임에도 불구하고 굳이 자신을 드러내려고 하지 않는 성격이다. 조용하고 진중하며 자신이 있어야 할 곳에 반드시 있는 스타일이다. 이런 니퍼트의 성격은 국내 선수들과 코칭스태프에서도 신망이 두텁다. 이런 니퍼트의 성격이 적잖은 MLB 경력이 있는 칸투와 볼스태드에게도 인상 깊게 다가온 것이다.
한편 칸투와 볼스태드도 같은 팀에서 뛰었다는 인연으로 얽혀 있다. 두 선수는 2008년부터 2010년 중반까지 플로리다에서 함께 뛰었다. 2008년과 2009년이라면 칸투가 전성기를 보내던 시절이었다. 2008년에는 29홈런-95타점을, 2009년에는 16홈런-100타점을 기록했다. 2008년 빅리그에 데뷔한 볼스태드도 2008년과 2009년을 통틀어 15승을 기록했고 칸투가 시즌 중반 팀을 떠난 2010년에는 12승9패 평균자책점 4.58로 생애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좋은 기억의 시점이 비슷한 두 선수가 그 때의 활약상을 재현할 수 있을지도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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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베어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