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프의 ‘지저분함’ 세든 공백 깨끗이 지운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4.01.21 06: 46

“똑바로 오는 공이 하나도 없어요”
SK가 새 외국인 투수 로스 울프(32)를 영입한 지 얼마 되지 않는 시점. SK의 한 관계자는 울프에 대한 큰 기대를 드러냈다. 단지 지난해 텍사스에서 시즌 끝까지 활약한 ‘현역 메이저리거’라 그런 것은 아니었다. 이 관계자는 경력보다 오히려 타자 앞에서 이리 휘고 저리 꺾이는 ‘지저분한’ 구질에 주목했다. 그런 울프가 SK 코칭스태프 앞에서 자신의 장점을 확실하게 드러냈다.
올해 SK와 계약을 맺은 울프는 15일(이하 현지시간) SK의 1차 전지훈련캠프가 있는 미 플로리다 베로비치 히스토릭 다저타운에 합류했다. 추운 일리노이 지방에서 건너온 까닭인지 시작부터 의욕이 넘쳤다. 16일 오전 신체검사를 마친 뒤 곧바로 롱토스를 자원했다. “충분히 던질 만한 몸 상태가 됐다”라는 무력시위였다. 그런 울프는 18일 40개의 불펜피칭을 소화하며 첫 걸음을 내딛었다. 팀 내 투수 중에는 외국인 투수 조조 레이예스(30)와 더불어 가장 빠른 페이스다.

울프는 지난해 14승을 올린 뒤 일본프로야구 요미우리 자이언츠로 이적한 크리스 세든의 대체자다. 세든의 빈자리를 메워야 한다는 팀 내 기대치가 있다. 때문에 이만수 SK 감독을 비롯한 투수 파트 코칭스태프들이 모두 울프의 불펜피칭을 지켜봤다. 소감은 비교적 만족스러웠다. 이 감독은 “첫 불펜피칭이라 속단하긴 이르지만 볼끝의 움직임이 상당히 좋아 보였다”라고 평가했다.
메이저리그(MLB) 통산 47경기(선발 3경기)에 나선 울프는 전형적인 기교파 투수로 분류된다. 울프의 직구 평균 구속은 91마일(146㎞) 가량이다. 빠르다면 빠르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구속으로 타자를 압도하는 유형은 아니다. 그러나 이런 구속을 가진 울프가 MLB 무대를 밟을 수 있었던 것은 변형 직구가 상대 방망이를 애태웠기 때문이다. 여기에 주 변화구인 체인지업의 위력이 좋아지면서 기량이 한층 좋아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울프의 투구 내용을 지켜본 이 감독도 “체인지업이 인상적이었다”라고 말했다. 울프의 체인지업 평균구속은 86마일(138.4㎞) 가량으로 타자 바로 앞에서 떨어지는 궤적을 가지고 있다. 투심을 많이 섞어 던지는데다 체인지업 구사 비율도 30%에 이르니 타자로서는 말 그대로 “똑바로 오는 공이 없다”고 느낄 수 있다.
플로리다 현지의 구단 관계자 역시 “예상대로 투심이 좋고 볼의 움직임이 좋다. 체인지업의 떨어지는 각도 또한 훌륭하다. 전체적으로 땅볼을 형성시키는 투수”라고 좋은 평가를 내렸다. 최근 한국프로야구에서는 볼이 그다지 빠르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투심이나 싱커, 커터 등 변형 직구 계통을 통해 재미를 본 선수들이 많았다. 울프도 그런 성공 사례에 포함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진 것이다.
시즌의 절반을 치러야 하는 문학구장을 생각해도 이는 긍정적이다. 문학구장은 좌·우 펜스 등 전체적인 구장 크기가 크지는 않은 축에 속한다. 뜨면 불안한 구장이다. 땅볼을 유도하는 것이 더 중요한 환경이다. 스타일과 경기장 사이의 궁합이 잘 맞는다. 한편으로는 신체 능력이 떨어질 때가 아니라는 점도 중요하다. 울프의 2007년 직구 평균 구속은 91.3마일(147㎞)이었는데 2013년에도 90.8마일(146.1㎞)로 큰 차이가 없었다. 아직 힘이 남아있다는 뜻이다. 공의 움직임과도 연관이 있을 수 있다. SK의 전지훈련 첫 걸음이 가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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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와이번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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