든든하다. 그가 없었다면? 위태로운 그 청춘의 계절은 무사히 흘러갈 수 있었을까.
'국민 여동생' 박보영이 영화 '피끓는 청춘'(감독 이연우)을 들고 설 극장가를 찾는다. 2012년 신드롬급 흥행에 성공했던 '늑대소년' 이후 첫 영화다. 더욱이 늘 그를 따라다녔던 국민여동생, 청순녀 이미지를 과감히 버리고 욕하고 담배 피우고 연장도 휘두르는 일진 여고생으로 컴백했다. 놀랍지 아니한가.
'피끓는 청춘'은 1982년 충청도를 무대로 마지막 교복세대의 사랑과 우정, 고민을 그린 영화다. 김윤석-정경호 주연의 영화 '거북이 달린다'를 연출했던 이연우 감독은 1982년 마지막 교복세대에 대한 향수와 애정으로 다시 메가폰을 들었다. 그러나 이미 '복고'는 최근 몇 년 사이 대중문화계를 완전히 장악한 코드.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 공연 등이 복고에 심취해 열을 올렸던 만큼 이제는 사실상 피로감마저 안긴다.

그래서 이 감독은 '거북이 달린다'에서 보여줬던 특유의 해학과 유머 등의 장기를 역시 유지하고 1982년 충청도의 시대적, 공간적 배경을 나름 특징적이면서도 리얼하게 구현하는 데 공을 들인 모습이지만 그 결과물은 '탄성'을 자아내기 어렵다. 복고는 이제 그만큼 흔하고 뻔한 코드로 전락(?)했고 다양한 작품들을 통해 반복되어온 만큼 상당부분 지루하다.
그래서 2시간이 넘는 러닝타임동안 어딘지 개운치 않게 흘러가는 그 '피끓는 청춘'에서 박보영의 존재감과 역할은 더욱 중요했다. 그는 상당수 관객들에게 있어 향수에 젖기보다 피로를 느끼게 하는 그 '옛날이야기' 속에서 다행히도 새롭고 믿음직스럽다.

앳된 얼굴, 순수한 아우라, 그 가운데서 엿보이는 야무진 카리스마는 배우 박보영을 지배하는 이미지였다. '과속스캔들'과 '늑대소년'으로 이어진 흥행 홈런에도 동요하거나 들뜨지 않던 그는 오롯이 자신의 연기 그릇을 채우는 데만 공을 들인 모습.
20대 초반의 어린 여배우가 스타가 되고 인기에 휩쓸리면 화려한 겉치레에 탐닉할 법도 한데 이번 작품에서도 박보영은 민낯으로 촌스러운 교복과 수수한 트레이닝복을 갈아입으며 장면, 장면에 진정성을 부여했다. 예쁜 척도 고운 척도 없다. 흡연과 욕설은 기본이요, 연장으로 남학생 머리통까지 내려찍는 액션이라니, 이렇게 과감하고 진할 수 있을까.
'피끓는 청춘'은 박보영의 변신에 대한 갈망이 엿보이는 작품이다. 예쁘고 반듯한 소녀를 벗고 혼돈과 방황에 빠진 여고생으로 다시 태어난 점에서 그렇다. 박보영의 변신은 반복된 복고의 피로와 어딘가 듬성듬성한 편집의 아쉬움, 또 이종석의 다소 들뜬 연기의 한계 등 영화가 가진 단점들을 덮어준다. 22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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