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가수’ 재도전과 ‘지니어스’ 논란, 우린 왜 분노했나
OSEN 표재민 기자
발행 2014.01.21 09: 48

MBC 예능프로그램 ‘일밤-나는 가수다’(이하 ‘나가수’)는 2011년 김건모의 재도전으로 인해 거대한 후폭풍에 시달렸다. 제 아무리 웃자고 만들었다고 해도 서바이벌 예능프로그램에 있어서 규칙을 준수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것을 방송가에 몸소 보여준 프로그램이었다.
요즘 tvN 예능프로그램 ‘더 지니어스: 룰브레이커’(이하 ‘더 지니어스’) 역시 출연자들간의 연맹에 있어서 기본적인 도덕 정신이 깨졌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시청자들의 반감이 매섭다는 것을 실감하게 한다.
지상파와 케이블 채널의 파급력이 다르다고 해도, ‘나가수’와 ‘더 지니어스’에서 발생한 논란은 궤를 같이 한다. 예능프로그램이더라도 최소한 지켜야 할 선이 있고, 넘지 말아야 할 신성불가침의 조약이 있다는 것. 바로 프로그램 제작진과 출연진이 사전에 동의한 규칙은 남녀노소, 일반인과 연예인 가리지 않고 공평하게 적용돼야 한다는 점이다.

‘나가수’가 김건모가 경연에서 탈락한 후 대선배 가수이기 때문에 재도전의 기회를 부여하는 것처럼 비쳐진 것은 시청자들의 공분을 샀다. 경연에 있어서  선배 예우 등의 다른 부당한 요인이 작용했다는 시선은 프로그램의 근간을 뒤흔들만큼 위협적인 실수였다. 결국 MBC는 한순간의 이 땅의 모든 부당한 제도의 온상처럼 비쳐졌다. 제작진이 교체되고, 프로그램은 일정 기간의 휴지기를 거친 후에야 방송이 재기될 수 있었다.
그로부터 3년 후인 현재 ‘더 지니어스’ 역시 매회 홍역을 치르고 있다. 다수의 출연자가 연합을 통해 다른 진영의 출연자들과 대립하기도 하는 이 프로그램의 기본적인 구성 방식은 태생적으로 다른 이들을 따돌려야 살아남는 이 사회의 생존 방식과 맞닿아 있다. 승리를 위해서는 다른 이들에 대한 ‘왕따’를 조장하고 사기도 서슴지 않는 생존 방식은 불공정한 협작이라는 시선을 피할 수가 없다는 것.
결국 지난 11일 노홍철, 은지원, 조유영 등 연예인이 방송인이라는 이유로 똘똘 뭉쳐 일반인 이두희를 경기에서 배제시키기 위해 신분증을 은닉한 대목을 계기로 시청자들의 분노가 폭발했다. 프로그램의 운용 방식이 출연자간의 합종연횡을 내세우고 있다고 해도 신분증 은닉은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생명인 공평한 기회 부여 원칙에 어긋나는 동시에 평등한 삶을 누리지 못한다는 울분 속에 살아가는 많은 시청자들을 분노하게 했다.
‘더 지니어스’는 제작진의 거듭된 사과와 해명에도 방송마다 온라인 게시판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나가수’가 김건모의 재도전 논란 이후 시즌 2까지 방송되면서 규칙 준수에 그 어떤 프로그램보다 심혈을 기울이며 논란 재발에 신경을 쓴 것과 달리 ‘더 지니어스’는 ‘나가수’에 비해 명확한 규칙이 없어 프로그램 구성상 논란을 떠안고 갈 수밖에 없는 상황. 논란을 거듭하며 화제성도 더해가고 있는 ‘더 지니어스’가 시청자들에게 비호감 프로그램으로 전락하지 않으려면, 왜 안방극장이 유독 거센 반발을 보였는지 ‘나가수’ 논란과 함께 곱씹어보는 시간이 필요한 듯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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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tvN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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