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가요계 히트 공식으로 떠오른 섹시 전략이 새해 본격적인 자극성 경쟁으로 나아가면서 이를 둘러싼 의견이 분분하다.
3년 전 리쌍의 'TV를 껐네'를 통해 여자들도 공감하는 '19금 힙합'의 전성기를 열어젖힌 개리가 솔로곡 '조금 이따 샤워해'로 수위를 크게 높였으며, 걸스데이, AOA, 달샤벳, 레인보우 등 걸그룹 등이 정상급 도약의 마지막 보루로 섹시 콘셉트를 갖고 나와 가요계 '19금'의 명과 암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성적인 상상력이 가요 히트에 필수불가결의 요소라는 데에는 대체로 의견을 같이 하고 있는 상황. 그러나 그 정도를 두고는 논의가 활발하다.

개리의 '조금 이따 샤워해'는 가사로는 남녀 연인간의 뜨거운 성애를 그려내면서 뮤직비디오에서는 여성을 성적 대상으로 묘사한 케이스로, 리쌍의 'TV를 켰네'보다 훨씬 더 나아간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가사도 상상력을 자극하는 데서 나아가 좀 더 직설적. 비유와 상징으로 이뤄졌던 'TV를 켰네'보다 더 구체적으로 몇몇 장면들이 그려졌다. '작지만 귀여운 너의 가슴이 난 좋아', '때론 너와 사랑할 때 난 3년 만에 집에 온 뱃사람 같아. 니가 날 거칠게 만드니까', '오늘 밤은 깍지를 끼듯이 너의 허벅질 내 다리에 끼고 살을 다 맞대고 삶을 말하고 싶어' 등의 가사가 이어진다.
반응은 대체로 좋다. 싸이는 이 가사들을 인용하며 "시 같다"고 호평했으며, 다른 동료 가수들도 응원에 나선 바 있다. 19금 딱지를 붙인 만큼 이 정도 수위는 문제 없다는 반응이다.
뮤직비디오는 호불호가 나뉜다. 수위를 화끈하게 높인 점은 표현의 영역 확장이라는 점에서 반길만 하지만, 이 과정에서 여성을 성적 대상으로만 전락시켰다는 점은 남성 가수의 19금 코드의 한계로 꼽힐 만하다. 뮤직비디오에서는 서양 모델들이 밑도 끝도 없이 개리를 유혹하려 들고, 거의 직접적이라 할만한 포즈들을 맥락없이 진열하며 시선모으기에 나선다. 이전의 그 어떤 가수도 도전하지 못했던 부분을 해냈다는 점에서 박수를 받는 반면, 이 뮤직비디오가 정치적으로 올바른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나뉜다.
걸그룹에 있어 섹시 전략은 더 이상 무작정 금지만 하기는 어렵게 됐다. 수위를 끌어올린 걸스데이가 보란 듯이 롱런을 하고 있고, 달샤벳, 레인보우, AOA 등도 기존 다른 분위기의 곡보다 훨씬 더 높은 성적을 내고 있어 섹시 콘셉트를 원하는 수요를 무시할 수 없음을 입증해내고 있는 것.
특히 옆트임 스커트를 입고 바닥에 눕다시피 하면서 시선을 모은 걸스데이가 보름째 음원차트 1~2위를 지켜낸 것은 '섹시 전략이 반짝 화제만 모으고 음악적으로는 성공하지 못한다'는 일부 우려를 말끔히 날려버린 것이기도 하다. 실력을 먼저 입증한 씨스타나 귀여운 히트곡을 먼저 냈던 소녀시대와 달리, 본격 섹시 콘셉트만으로 히트곡까지 내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섹시 전용 유닛을 내놓은 레인보우나 밴드그룹에서 섹시 그룹으로 정체성을 바꾼 AOA도 데뷔 이후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상태다.
수위는 방송사 및 온라인 반응을 보고 적절히 바꿔가고 있는 중. 달샤벳은 지난 주부터 가슴을 쓸어만지는 동작을 바꾸기로 했고, 다른 걸그룹도 첫방송 후 반응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섹시 전략 다음의 대책을 마련하는 게 쉽지 않다는 점은 걸그룹의 섹시 전략의 한계로 꼽힌다. 자극성을 끌어올린 후에는 또 다른 차별화와 강점을 어필해내야 하는 것. 이는 섹시 전략을 내세운 걸그룹들의 과제로 남았다.
하지만 섹시 전략의 흥행성이 보장됨에 따라 향후 개리, 걸스데이 보다 더 센 콘텐츠는 다수 만들어질 것으로 보인다. 확실한 '19금' 아래 성인들이 즐길만한 가요가 생겨난다는 것은 시장 확대라는 점에서도 반길만한 일. 문제는 유통 경로다. 일부 온라인 사이트는 '19금' 판정이 전혀 관계 없이 운영되고 있어 사실상 온라인은 뻥 뚫린 상태. 방송 심의에 개의치 않은 개리가 음원차트 1위를 휩쓸어, '센' 콘텐츠의 대중적 히트도 가능하다는 선례가 생김에 따라 19금 뮤직비디오 유통과 관련해 추가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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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리 '조금 이따 샤워해' 뮤직비디오 캡쳐(위), 걸스데이, 레인보우블랙, 달샤벳, AOA 뮤비(아래, 시계방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