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사이판 마리아나 구장에서 만난 '빅보이' 이대호(32, 소프트뱅크)의 표정에는 자신감이 넘쳤다. 이대호는 지난 4일부터 통역 정창용 씨, 조철수 토마토 피트니스 센터 대표와 함께 이곳에 미니 캠프를 차렸다. 강도 높은 훈련을 소화한 덕분일까. 이대호의 얼굴과 팔뚝은 사이판의 뜨거운 햇살에 그을려 구릿빛으로 변했다. 한눈에 봐도 살이 빠진 게 표시가 났다. 그만큼 훈련 강도가 높았다는 의미.
이대호는 "그동안 착실히 준비를 잘 해왔다. 유산소 운동을 비롯해 웨이트 트레이닝, 캐치볼, 토스 배팅 등 소프트뱅크 스프링 캠프에 합류하기 전까지 몸을 만들기 위한 준비 과정을 차근차근 소화했다"고 만족감을 표시했다. 이어 그는 "훈련 성과에 대해 상당히 만족한다. 스프링 캠프에 합류해 페이스를 한 번 더 끌어 올리겠지만 여러모로 성과가 많다"며 "뛰는 것도 가볍고 일본 무대 진출 첫해에 비해 몸이 가뿐하다"고 덧붙였다.
그의 일과가 궁금했다. 아침 7시에 눈을 뜬 뒤 공복 상태로 1시간 남짓 자전거를 탄다. 이대호는 "공복 상태에서 유산소 운동을 하는 게 더 효과적이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그리고 마리아나 구장에서 캐치볼, 토스 배팅, 프리 배팅 등 기술 훈련을 소화한다.

오후에는 사이판의 무더위를 피해 실내에서 가벼운 밸런스 훈련을 하고 야간에는 강도 높은 웨이트 트레이닝에 돌입한다. 조 대표는 이대호가 근력 강화 훈련을 할때마다 조금 더 힘을 낼 수 있게끔 도와준다. 이대호는 "옆에서 어드바이스해주니까 많은 도움이 된다"고 고마움을 표시하기도.
이대호는 지난달 소프트뱅크와 2+1년 총 3년간 14억5000만엔(약 148억 원)에 계약을 체결했다. 세부 내용은 계약금은 5000만엔이며 2014년 연봉 4억엔, 2015년 연봉 5억엔을 받는다. 별도의 옵션도 있다. 그리고 +1년은 이대호에게 달려 있다. 소프트뱅크 잔류 또는 타 구단 이적 모두 이대호가 선택할 수 있다.
특급 대우를 받고 소프트뱅크 유니폼을 입게 됐지만 마음가짐은 한결같다. 그는 "소프트뱅크에서 새로운 시작을 하게 됐다. 신인과 같은 마음으로 준비하겠다"며 "연봉을 많이 받는다고 해서 튀는 행동을 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소프트뱅크 베테랑 내야수 마쓰나카 노부히코는 이대호와의 주전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체지방 감량에 올인했다. 삼성의 1차 캠프가 차려진 괌에서 개인 훈련을 하며 건재를 과시할 태세. 이에 이대호는 "강팀이 되기 위해서는 내부 경쟁 구도가 형성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동료들과 선의의 경쟁을 하다 보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며 "소프트뱅크는 공격력이 뛰어난 팀이기에 내가 가서 잘 하면 시너지 효과를 일으킬 수 있을 것"이라고 대답했다.

지난해 마땅한 4번 타자가 없어 어려움을 겪었던 소프트뱅크는 외국인 타자 보강을 첫 번째 과제로 내세웠다. 이대호가 그 대상이었다. 소프트뱅크는 3번 우치카와 세이치-4번 이대호-5번 하세가와 유야로 이어지는 리그 최고 수준의 중심 타선을 구축하게 됐다.
이대호는 일본 무대에 진출한 뒤 '타율 3할 30홈런 100타점'을 시즌 목표로 내세웠다. 아쉽게도 2년 연속 달성 실패. 올해 역시 목표는 똑같다. 그는 "타율 3할 30홈런 100타점을 달성한다면 리그 최고의 타자로 평가받을 수 있다. 목표를 이루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소프트뱅크라는 강팀에서 타점이 더 많아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특급 대우를 받은 만큼 실력으로 보여줘야 한다는 의지도 강하다.
마지막으로 이대호는 "부상없이 전 경기에 뛰는 게 출장하고 싶다. 항상 홈런이 조금 모자란데 안타를 열심히 치다보면 나오기 마련"이라며 "신인과 같은 마음으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인터뷰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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