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한 쿼터 12분으로 바뀌나요?"
21일 울산 동천체육관에서 열린 모비스-LG전을 앞두고 한 선수가 취재진에게 물었다. 2014-2015시즌부터 시행하게 된 한 쿼터 12분제에 대한 선수들의 속마음이었다.
KBL은 지난해 9월 제 19회 정기총회 및 제2차 이사회에서 한 쿼터 10분 경기로 진행되고있는 경기 운영에 대해 종합적인 검토를 한 후 2014-2015시즌부터 미국프로농구(NBA)처럼 한 쿼터 12분 경기로 운영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사무국장 회의를 개최했지만 전지훈련 때문에 6명 밖에 참석하지 못해 제대로 된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실무진의 이해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KBL은 이사회를 개최했다. 한선교 KBL 총재가 제안한 한 쿼터 12분제는 결국 통과했다. 이사회를 통과하면서 다음 시즌부터 선수들은 한 쿼터당 12분을 뛰어야 한다.
세부적인 내용이 결정된 것은 없다. 일단 한 쿼터 12분제를 시행하는 것이 중요했다. 한 총재는 다른 문화 컨텐츠에 비해 부족한 시간을 채우기 위해서라고 강조했다. 제대로 된 이유가 되지 못한 첫번째 의지는 새로 바뀌었다. 2군리그를 활성화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를 바라보는 현장의 시각은 완전히 다르다. 선수들 자체가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이다.
12분제를 위해 KBL은 2군리그 활성화를 위해 적극적인 지원을 하겠다고 말했다. 많은 선수들이 경기에 나설 수 있는 방안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현장의 이야기는 달랐다. 어차피 승부를 위해 뛸 선수는 정해져 있는 것이다. 외국인 선수 제도의 변화도 없는 마당에 한 쿼터 12분제를 무턱대고 실시한다면 KBL은 '살인리그'가 될 수밖에 없다.
단순히 시간이 늘어난다고 경쟁력이 강화되는 것이 아니다. 한 쿼터 12분이라면 전체 경기 시간은 48분이 된다. 평소보다 8분이 늘어 난다면 접전 중에 나올 수 있는 하일라이트 필름은 물거품이 된다. 지난 SK-KCC전서 나온 김선형의 덩크슛과 3점슛은 48분 경기서 보기 힘들다. 체력적인 부담이 어마어마 하기 때문이다. 덩크슛을 선보일 만한 체력도 없을 것이고 3점슛 정확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일례로 지난 2009년 1월 21일에 열린 삼성과 동부전서 선수들은 경기를 펼치지 못했다. 연장 5차전까지 가는 접전 끝에 동부가 135-132로 승리한 바 있다. 외국인 선수 웬델 화이트가 41점을 넣었지만 경기 중 선수들의 의지는 꺾이고 말았다. 승리에 대한 의지가 부족한 것이 아니라 너무 피곤했기 때문이다. 그저 볼을 잡으면 외국인 선수에 패스하기 바빴다. 처절한 경기에 관중들은 환호가 아니라 연민을 보냈다.
총 4쿼터 48분 경기가 열린다면 이와 크게 다를 것이 없다. 2군리그가 활성화 되지 않은 상황에서 선수들이 체감하는 경기시간의 온도는 너무 다르기 때문이다. KBL 감독들도 대부분 한 쿼터 12분제에 동의하지 않는다. 이유는 분명하다. 어차피 내세울 선수는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한선교 총재와 KBL이 연모하는 NBA도 쿼터당 10분으로 경기시간을 줄이는 방안을 찾고 있다. 탁상위 공론이 아닌 현장의 목소리를 들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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