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전’ 레오-아가메즈, 누가 포효할까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4.01.22 07: 17

단순한 신경전이라고 보기는 어려웠다. ‘최고’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두 선수가 리그를 대표하는 두 명문의 가장 앞에 나서 기 싸움을 벌였다. 삼성화재 레오(24, 206㎝)와 현대캐피탈 아가메즈(29, 207㎝)가 그 신경전 후 첫 맞대결을 벌인다. 팬들의 이목이 집중되는 흥행카드다.
전반기를 나란히 1·2위로 마친 현대캐피탈(승점 40점)과 삼성화재(승점 39점)는 22일 천안에서 후반기 개막을 알린다. 승점 1점차의 살얼음판 리드를 지키고 있는 현대캐피탈은 삼성화재전 연승을 통해 독주 체제를 갖춘다는 심산이다. 반대로 삼성화재는 이번 경기를 잡고 선두를 탈환하겠다는 의지로 뭉쳐있다.
국내파 공격수의 대표격이라고 할 수 있는 문성민(현대캐피탈)과 박철우(삼성화재)가 모두 돌아온 상황에서 맞붙는 올 시즌 첫 경기다. 1·2라운드 맞대결 당시에는 문성민이 없었고 3라운드 맞대결 때는 박철우가 없었다. 말 그대로 첫 진검승부라고 할 만하다. 전통의 라이벌전에 선두 자리가 달려 있으니 관심은 증폭된다. 여기에 아가메즈와 레오가 '2라운드'를 벌이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관전 포인트다. 양보 없는 일전이 예고되어 있다.

3라운드 맞대결 당시의 신경전이 생생하다. 지난 5일 대전에서 열린 양팀의 3라운드 대결 당시 두 선수는 불꽃 튀는 기 싸움을 벌였다. 경기 내내 서로를 의식했고 서로의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표정이 얼굴에서 묻어나왔다. 급기야 두 선수 모두 주심에게 주의를 받는 일까지 있었다.
설전도 이어졌다. 아가메즈는 경기 후 “레오가 잘하는 선수라는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그는 가끔 자신이 최고라는 행동을 취한다. 상대방을 존중할 줄 알아야 한다”고 일침을 놨다. 레오도 물러서지 않았다. 레오는 8일 한국전력과의 경기 후 “비디오로 보면 알겠지만 아가메즈가 먼저 도발했다. 존중받고 싶으면 먼저 존중할 줄 알아야 한다”고 맞섰다. 레오는 이후 “더 할 얘기가 있을 것”이라며 이번 경기를 벼르고 있다.
프로배구 역사상 보기 드문 외국인 선수의 신경전이다. 그 바탕에는 서로의 자존심, 그리고 두 팀의 라이벌 의식이 있다. 아가메즈는 공격만 놓고 보면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선수로 정평이 나 있다. 국제무대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레오에 비하면 경력에서 자부심이 셀 법하다. 반대로 레오는 지난 시즌 한국무대를 평정했다. 올 시즌도 최고 외국인 선수의 자리는 흔들리지 않는다. 엄청난 명성을 가지고 있는 아가메즈를 보며 역시 전의를 불태울 만하다. 삼성화재와 현대캐피탈의 전통적인 라이벌 관계와 '특별한 공기'는 이를 더 부추긴다.
때문에 배구 관계자들은 “살벌한 경기가 될 것”이라는 조심스런 전망을 내놓고 있다. 올스타전에서 같은 유니폼을 입고 뛰기도 했던 두 선수는 휴식기 동안 체력을 충분히 비축했다. 이번 경기에 모든 것을 쏟아 부을 수 있는 여건이다. 이전 기억도 있으니 얼굴은 웃어도 마음 속에는 서로를 이기고 싶은 마음이 간절할 것이다. 역대 최고의 외국인 선수들이 벌이는 한 방 싸움은 오늘(22일) 오후 7시부터 천안에서 벌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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