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수현과 전지현이 상반된 연기 스타일로 흥행 파워를 발휘하고 있다.
부동의 수목극 1위 SBS '별에서 온 그대'(이하 별그대)는 남녀주인공의 상반된 연기 스타일을 즐기는 재미가 쏠쏠한 작품이다. 김수현과 전지현은 각각 지구에서 400년을 살아온 외계인 도민준(김수현 분)과 대한민국 톱 여배우 천송이(전지현 분)로 분해 완벽한 연기 변신을 이뤘다.
특히 김수현은 절제의 미학을, 전지현은 오버(과장)의 진수를 담은 전혀 다른 연기 스타일로 시선을 끈다. 김수현이 감정과 제스처, 발성 등을 톤다운 시킨 연기로 시크하면서도 묵직한 도민준 캐릭터를 완성했다면 반대로 전지현은 한껏 과장된 발성과 제스처를 아끼지 않으면서 대조를 이룬다.

김수현과 전지현의 연기력은 시청자들로부터 고르게 호평 받고 있다. 김수현은 데뷔 이후 보여준 적 없는 캐릭터로 또 다시 연기 변신에 성공했다는 평이고 전지현은 '물을 만났다'는 찬사를 받는다. 전혀 다른 캐릭터들을 실감나게 소화하기 위해 각기 다른 연기 스타일을 보여주고 있지만 나란히 호평을 얻어내니 둘의 시너지가 입증되는 대목이다.
먼저 김수현은 천송이에 대한 관심과 호감을 애써 부정하거나 자신의 감정을 들킬까봐 시크한 척 위장하는 도민준의 심리를 자연스럽게 펼친다. 도민준은 얼마 후 어차피 지구를 떠나 자기 별로 돌아가야 하는 처지인데다 평소 이상형과는 거리가 멀었던 안하무인 아가씨에게 홀리는 제 자신이 참을 수 없었다. 상황적으로 천송이와의 로맨스는 달나라 얘기일 것만 같았지만 점차 그에게 빠져들고 결국 거스를 수 없는 사랑이 시작됐다.

외계인 도민준의 복잡한 심리, 사랑의 기로에 선 남자의 고뇌를 섬세하게 표현하는 건 바로 김수현의 연기력이다. 그는 긴장과 이완을 적절히 추구하며 폭발적인 감정을 중저음의 보이스와 흔들리는 눈빛에 담아낸다. 아직까지 격렬한 감정 연기는 많지 않았지만 오히려 절제된 제스처나 눈빛 연기 등만으로 도민준의 혼란스러운 내면을 투명하게 드러냈다는 평.
그런가 하면 전지현은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연기를 만나 만개하고 있다. 과거 영화 '엽기적인 그녀'와 '도둑들' 등을 통해 이미 보여준 에너지 넘치고 귀여우면서도 순진한 아가씨의 모습이 이번 드라마 속 천송이 캐릭터와 닮아있다. 안하무인 4차원, 하지만 솔직담백해 사랑스러운 여인의 캐릭터는 전지현이 아니면 대체가 어렵다는 평이 나올 정도로 압도적이다.
자동차를 의인화해 "맘마 줄까?"라고 외치거나 정신과 의사에게 도민준에 대한 자신의 감정을 토로하며 상담을 받는 장면 등에서 튀어나오는 연기들은 오버스럽기까지 하다. 뿐만 아니라 극 전반에 걸쳐 코믹은 오롯이 천송이, 전지현의 몫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엉뚱한 말과 행동을 일삼는 중이다. 그러나 오히려 그토록 완벽한 비주얼에 반전되는 이른바 '청순한 뇌', 그리고 과장된 몸짓이 천송이 캐릭터의 매력을 극대화하고 있다는 평.
이처럼 김수현이 폭발적인 감정을 절제된 표정과 액션으로 표현하는 고도의 연기를 펼치고 있는 가운데 전지현은 가슴 속내를 오히려 과장된 발성과 몸짓으로 적극 표현한다. 상반된 캐릭터와 그에 따라 나뉜 연기 스타일이 둘의 연기 호흡을 한층 찰지도록 만든 느낌이다.
issu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