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정민의 "어이 브라더", 이정재에서 곽도원으로
OSEN 손남원 기자
발행 2014.01.22 09: 19

지난 해 '신세계' 조폭 넘버2 황정민은 경찰 프락치 이정재를 "어이! 브라더"로 불렀다. 한국영화사에 길이 남을 멋진 남자배우 콤비의 탄생이었다. 그리고 2014년 1월, 황정민의 브라더가 곽도원으로 바뀌었다. 이번엔 진짜 피를 나눈 형제지만 물과 불처럼 완전히 다른 캐릭터다.
22일 개봉한 황정민 주연의 '남자가 사랑할 때'는 웃고 손뼉 치게 만들다 끝내 눈물 한 바가지 펑펑 쏟게 만드는 최루성 멜로다. 충무로 영화계에서 '천의 얼굴'로 불리는 황정민이 있기에, 뻔한 멜로 스토리마저 전혀 새로운 스타일의 '신세계' 누아르 풍 멜로로 재탄생했다. 실제로 이 영화는 '신세계'의 제작진이 대거 참여해 만든 멜로 수작이다.
'남사'에서 황정민의 멜로 파트너는 한혜진이다. 투박한 듯 순수하고 맑은 여인 한혜진은 황정민과의 생애 첫 연기 호흡에서 대단한 시너지 효과를 냈다. 겉으로 거칠지만 속으로 따뜻한 건달 황정민을 만나서 제목과 거꾸로 '여자가 사랑할 때'의 행복하지만 아리고 뼈 아픈 러브 스토리를 여과없이 연기했다.

멜로의 축은 당연히 남 녀 주연. 하지만 약방의 감초처럼 '남사'를 더 재미있고 공감가게 만드는 캐릭터가 한 명 있으니 바로 황정민의 '브라더' 곽도원이다. '황해' '범죄와의 전쟁' 등에서 연기파 배우로서의 개성을 영화팬 뇌리에 각인시켰던 그는 이번 '남사'에서도 밥알 튀기며 동생 황정민(실제로는 곽도원이 네 살 더 어림)과 티격태격 싸우는 장면에서 영화 몰입도를 몇 배로 높이게 만드는 인물이다.
황정민은 '남사' 제작발표회 때 "내가 연기하면서 느낀 것이, 사랑 얘기할 때가 제일 어렵지만 제일 재미있다는 것이다. 사랑은 관객들과 같이 소통이 잘 되고 잘 공감할 수 있는 감정이라고 생각한다. 사랑은 누구나 하니까. 늘 관객들과 소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멜로를 사랑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멜로를 사랑하는 남자 황정민, 배우를 천직으로 아는 남자 황정민이 자신의 바람을 실어 찍은 영화가 '남사'인 이유다.  그의 멜로라면 이미 최루성 멜로의 고전으로 자리잡은 '너는 내 운명'이 있다. 에이즈에 걸린 다방 종업원을 사랑하는 순진한 농촌 총각으로 등장했던 황정민의 연기는 명불허전이었다. 하지만 황정민답게, '너는 내 운명'식 멜로와 '남사' 식 멜로는 극의 탬포와 캐릭터, 분위기가 전혀 다르다. 같은 배우 맞나 하는 의문부호가 찍히게 되고 바로 이 점이 황정민 식 '천의 얼굴' 연기를 입증한다.
실제로 '달콤한 인생'의 천인공노할 악질 폭력배와 '신세계' 속 잔혹한 범죄자임에 분명하지만 인간미를 풀풀 풍기는 폭력배, '부당거래'의 선과 악 경계가 모호한 형사와 '사생결단' 속 물불 안 가리는 열혈형사 등 그는 같은 장르, 같은 역할을 갖고서 180도 다른 캐릭터들을 도화지에 그려낸 연기의 마법사였다.
그런 그가 이정재에 이어 곽도원과의 브라더 호흡으로 또 하나의 명콤비를 탄생시켰으니 이 어찌 기쁘지 아니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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