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금토드라마 ‘응답하라 1997’의 1997년은 2세대 아이돌 그룹들이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십대 문화의 황금기였다. H.O.T 토니를 좋아하는 여주인공과 그를 둘러싸고 우정을 나눈 청춘들의 이야기는 그 시대를 보낸 많은 시청자들에게 공감과 즐거움을 주며 ‘응답하라 1997’이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는데 일조했다.
그리고 MBC 수목드라마 ‘미스코리아’(극본 서숙향 연출 장태유)는 ‘응답하라 1997’과 같은 시대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다만 아이돌 그룹에 열광하는 10대가 아닌 IMF 경제 위기 속 방황하는 20~39대의 이야기를 담아 조금 더 애잔하고 현실적이다.
현재 '미스코리아'는 시청률 면에서 같은 날 시작한 SBS '별에서 온 그대'(극본 박지은 연출 장태유)에 밀리고 있는 상황이다. '별에서 온 그대'가 20%가 넘는 시청률로 고공행진 독주를 이어가고 있다면 '미스코리아'는 보통 7~8%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하위권에 머무르고 있다.

이 드라마의 시청률에 대해서는 많은 이들이 아쉬움을 표하는 분위기다. 우선 드라마 시작 전 우려됐던 여주인공 이연희의 연기력은 더 이상 문제제기를 할 수 없을 정도로 일취월장했다. 이연희는 '미스코리아'의 주인공에 어울리는 눈부신 미모 뿐 아니라 이선균, 이성민, 이미숙, 송선미 등 뛰어난 연기파 배우들 안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극의 중심을 잡은 채 확실한 제 몫을 해내고 있다.
뿐만 아니라 날이 갈수록 공감에 공감을 더하고 있는 서숙향 작가의 현실적이면서도 감성적인 대사, 배우들의 매력을 하나하나 살려주는 권석장 PD의 섬세한 연출력 등은 '미스코리아'가 아쉬운 시청률 속에서도 웰메이드 드라마라는 수식어로 불리게 만들었다.
이와 더불어 주인공들이 처한 현실과 그 속에서의 선택은 많은 시청자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킨다는 평이다.
'미스코리아'는 IMF 외환위기를 배경으로 미스코리아가 돼야 하는 여자와 그 여자를 미스코리아로 만들어야 하는 남자의 이야기를 그린 로맨스 드라마다. 미스코리아를 꿈꾸는 오지영(이연희 분)과 미스코리아로 만들어 화장품 회사를 살려야 하는 김형준(이선균 분)의 세상을 향한 악바리 근성, 두 사람의 아련한 로맨스, 시대를 힘겹게 살아가는 소시민들을 대변하는 주변인물들의 분투기 등이 촘촘하게 얽혀 있다.
로맨스 드라마지만 마냥 따뜻한 환경 속에서 알콩달콩한 모습만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다. 주인공 오지영(이연희 분)은 이제는 거의 사라져 버린 엘리베이터걸 출신으로 IMF 경제위기와 겹쳐 부당한 해고를 당한 후 미스코리아에 도전하게 된다. 그를 돕는 첫사랑 김형준(이선균 분)의 상황은 더 가관이다. 대학 동창들과 차린 화장품 회사의 부도 위기에 처한 그는 빌린 돈을 갑지 못해 조폭들로부터 목숨의 위협을 당하고 있다. 그를 협박하는 조폭이라고 마음이 편할리 없다. 조직에서 위태로운 입지를 가진 늙은 건달 정선생(이성민 분)은 김형준에 대한 인간적인 연민과 생존 사이에서 고뇌한다. 더욱이 그는 김형준의 선배이자 회사의 연구원인 고화정(송선미 분)에게는 난데없이 찾아온 사랑의 감정을 느끼고 있다.
이처럼 먹고 살기도 힘든 상황 속에서 고군분투하는 주인공들의 삶은 많은 시청자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그리고 이들은 팍팍한 현실 속에서도 한 가닥의 희망을 잡은 채 서로를 붙잡고 사랑한다. 또 그 과정에서 세상에 아부하겠다며 하늘에 입술을 내밀고 "쪽쪽" 뽀뽀를 하는 오지영의 모습이나 함께 국밥집에서 말없이 밥을 먹으며 서로에 대한 연정을 이어가는 정선생-고화정의 모습은 기발하면서도 삶의 애환을 담아내고 있어 아름답다.
잊고 있었던 '응답하라 1997' 시대의 이면, 그리고 이를 통해 다시 한 번 현실을 돌아보게 만드는 '미스코리아'는 분명 시청률의 잣대로만 평가할 수는 없는 드라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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