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3년에서 5년 그리고 10년까지 한화의 미래가 기대된다".
눈발이 흩날리는 21일 서산구장. 한화 퓨처스 선수단이 실내연습장에서 훈련에 몰두했다. 선수들을 이끄는 이정훈(51) 한화 퓨처스 감독은 "올에는 1군 뿐만 아니라 2군도 변화가 많을 것이다. 작년에는 훈련량도 많고, 타이트하게 했다면 올해는 담당코치들에게 특정 선수들을 맡기는 전 담지도로 함께 선수들에게도 스스로 할 수 있는 자율을 부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 선수들에게 감동주는 지도자되자

이정훈 감독은 지난 2012시즌을 마친 뒤 한화 퓨처스 사령탑으로 부임했다. 그는 선수단 분위기를 바꾸는데 힘썼다. 2군을 쉬어가는 곳으로 생각할 수 없게끔 했다. 이 감독은 "그라운드에서 대충하는 것 만큼은 용납할 수 없다. 보통 2군에서 뛰는 베테랑 선수들에게는 그런 분위기가 있는데 적어도 그라운드에서는 절대 그래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한화 2군에서는 이양기·김경언·이학준 등 고참급 선수들이 뒤늦게 존재감을 보였다.
젊은 선수들도 마찬가지. 이 감독은 "나이 어린 선수들은 만족이 빠르다. 만족하면 끝"이라며 "2군은 절름발이도 뛰도록 만들어야 하는 곳이다. 1군이 검증된 선수들로 운영한다면 2군은 갈고 닦고 조이고 만들어내야 하는 곳이다. 그래서 선수 뿐만 아니라 코치들도 힘들다"고 이야기했다. 지난해에는 밤 11~12시까지 특타를 하느라 코칭스태프도 쉴 날이 없었다.
그래서 이 감독은 코치들에게도 따로 주문을 한다. "우리 선수들에게 감동을 주는 코치가 되자. 몸과 마음으로 정성을 다해 선수들을 도와주자"는 것이 이 감독의 말이다. 올해부터 이 감독은 담당 코치들에게 특정 선수를 맡기는 전담지도제를 통해 효율성을 끌어올릴 계획. 코치들도 직접 아이디어를 내는 등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이 감독은 "이제는 코치들도 공부를 많이 해야 한다. 누군가를 가르친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공부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코치들에게도 공부를 강조하고 있다. 이 감독의 방에는 야구 이론 서적과 기록과 관련된 자료로 빼곡하다. 특히 스스로 생각하거나 좋은 글귀가 떠오를 때 적어놓은 '지도자의 역량'을 직접 손글씨로 써놓으며 스스로에게 책임감을 부여했다.

▲ 육성군 시스템 강화, 체계적 시스템
올해 한화 퓨처스의 또 다른 변화는 3군 이른바 육성군 강화다. 지난해 처음 도입된 3군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육성 시스템을 보다 체계화하기로 했다. 이정훈 감독은 "작년 2군은 육성에 중점을 뒀다. 올해는 3군이 기본기부터 인성까지 철저하게 육성에 전념하기로 했고, 2군은 1군에서 부를 수 있는 선수를 대기시키는데 신경을 쓸 것이다. 항상 스탠바이 상태가 되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화 구단도 선수 조련에 능한 이 감독에게 체계적인 육성을 주문하고 있다. 노재덕 단장도 "너무 서두르지 말고 길게 보고 육성해달라"고 이 감독에게 부탁했다. 당장 성과를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3년에서 5년 그리고 10년 이상 강팀 면모를 유지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데 힘 써달라는 이야기다. 이 감독도 절대적으로 동감하는 부분이다.
3군에 육성을 전담하게 됨에 따라 2군의 시즌 운용에도 약간의 변화가 있을 전망이다. 이 감독은 "작년에는 경기 승부보다는 어린 선수들에게 경험을 쌓는데 주력했다. 3군에서 육성을 확실히 전담하는 만큼 2군에서도 승률 5할 이상 가져갈 수 있도록 운영할 것"이라며 "3군에서 준비된 선수들도 2군 경기에 단계적으로 투입하는 방식으로 모두에게 기회를 줄 것"이라는 계획을 밝혔다.
▲ 희망의 땅 서산, 10년 미래 기대돼
이 감독은 "솔직히 작년에는 많이 힘들었다. 처음 왔을 때에는 앞이 깜깜했다. 하지만 1년간 코치들과 열심히 했고, 이제야 희망이 보인다. 한화가 과거의 영광을 재현할 수 있는 원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1군도 그렇고 2군도 전체적인 그림이 잡혀가는 것 같다. 올해는 1군 경기를 TV로 볼 때 많이 기대될 듯하다"며 웃어보였다.
이 감독은 "한화에도 좋은 선수들이 많아졌다. 최근에 좋은 신인들이 많이 들어왔는데 올해 신인들이 아주 괜찮다. 잘 가르치면 좋은 선수로 성장할 수 있는 자원들이 많아졌다"며 "투수 쪽에서는 송창현 조지훈 임기영 김종수가 작년 2군에서부터 많이 좋아졌다. 지난해 가을 교육리그 때 송창현과 조지훈은 일본 2군 감독들도 1군 투수가 아니냐고 놀랄 정도였다. 힘으로 일본 타자들을 제압했다. 송창현은 올해 10승도 가능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어 이 감독은 "야수 쪽에서는 포수 엄태용, 내야수 이창열, 외야수 장운호 송주호 노수광 박준혁 등이 주목해 볼만하다. 지금 선수들을 잘 키우면 앞으로 10년을 기대해도 좋을 정도"라며 "이 모든 것이 서산전용연습장이 있기 때문이다. 야외구장과 실내연습장, 야간훈련시설까지 갖춰져 있으니 원없이 훈련한다. 그 효과를 이제 곧 볼 날이 올 것"이라고 장담했다.
한화의 미래가 될 2군을 이끄는 이 감독의 어깨도 무겁다. 이 감독은 "남들은 내게 왜 그렇게 강하게 하느냐고 말한다. 하지만 강하게 하지 못하면 1군에서 절대 살아남을 수 없다"며 "내가 강하게만 가르친다는 건 모르는 소리다. 강하게 하되 뒤에서는 선수들을 아들과 조카처럼 안아준다. 선수가 충분히 납득할 수 있도록 1대1 면담도 많이 하고 뒤끝도 없다. 다 이미지 때문에 그런 것"이라고 설명했다.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이 감독의 리더십이 한화 미래를 더욱 기대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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