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동석, 살인자를 미워하는 ‘살인자’의 딜레마 [인터뷰]
OSEN 정유진 기자
발행 2014.01.22 15: 57

영화 ‘살인자’(이기욱 감독) 속 배우 마동석은 섬뜩하다. 매해 수편의 영화에 출연하며 다양한 모습을 보였던 그지만 주로 돋보였던 것들은 거칠지만 따뜻한 마음을 가진 의리파 마초남 같은 이미지의 배역들이었다. 
그러나 ‘살인자’ 속 살인자 주협은 일종의 정신병을 앓고 있는 인물이다. 별다른 감정 표현은 없지만, 폭발하는 순간 잔인하게 사람을 죽이고 환상과 이명, 죄책감에 시달리며 살인 본능이 올라오는 자신을 억누른다.
항간에는 과거 전국을 충격으로 몰아 넣었던 ‘강호순 사건’을 모티브로 했다고 알려진 이 영화를 충무로 연기파 마동석이 선택한 이유는 뭘까. 일단 마동석은 ‘살인자’가 ‘강호순 사건’이라기보다 “악한 사람에게서 태어난 착하고 순수한 아들이 자신의 아버지가 악인이라는 걸 깨달았을 때 어떤 마음을 갖게 될까?”에 대한 질문에서 시작된 영화라 정정하며 설명했다.

“사실 살인자 역할은 몇 번 시나리오를 받았지만 그다지 제 마음을 당기는 역할이 없었어요. 이 영화는 온갖 악행을 저지르고 잔혹하게 사람을 죽인 어떤 사람이 그것을 숨기고 살아가다 어떤 아이에 의해 과거가 밝혀지고 그러다 보니 그 안에 내재돼 있던 살인 본능 같은 것이 튀어나오고 부딪히고 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에요. 개인적으로는 이런 사람을 싫어하는데….(웃음) 어쨌든 복합적이고 힘든 캐릭터고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되는 사람의 이야기기 때문에 캐릭터로서는 매력이 있었습니다.”
캐릭터의 매력도 매력이었지만, 마동석이 이 영화에 출연하게 된 것은 저예산 독립영화들에 대한 특별한 애정 때문이었다. 그는 매년 작은 독립영화들에 노개런티로 참여해왔고 실제 ‘공정사회’, ‘노리개’ 등의 영화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개봉을 이뤄냈고, 메시지가 지닌 가치를 인정받았다.
“개봉할 수 있어서 행복해요. 정말 개봉 자체로 참 감사한 것 같아요. 초저예산 노개런티 영화에 좋은 취지로 찍은 작품이에요. ‘개봉을 축하한다’는 문자 참 많이 와요. 사실 이런 영화들은 개봉을 아예 못하는 영화가 많으니까…. 의미가 있는 영화들인데 관객 분들이 많이 봐주시면 좋겠어요.”
마동석은 작은 영화라 시사회가 끝나고 뒤풀이를 할 생각도 못했는데 영화 관계자 등 300명 가량의 손님이 와서 갑작스럽게 뒤풀이를 하게 됐던 사실을 알리며 “참 고맙더라. 사실은 새벽 5시까지 함께 술을 마셨다”고 귀띔했다.
인터뷰 뿐 아니라 시사회에서도 마동석은 주인공 주협에 대해 느꼈던 불편한 감정을 드러냈다. 공공연히 “이런 사람들이 없어졌으면 좋겠다”, “싫었다”라고 말할 정도. 때문에 그는 주협의 행동에 대해 어떤 부분 이해가 가면서도 그게 잘 되지 않아 힘들었던 마음을 토로했다.
“왜 이렇게 할까? 나 스스로를 납득시키는 게 제일 큰 일이였어요. 아빠 역할은 몇 번 해봤지만 이 사람은 조금 달랐어요. 아빠로 나오지만 스스로의 트라우마에 갇혀 있어 아들에 대해서는 정말 기본적인 애정만을 드러내죠. 아이의 입장에서는 아버지로 사랑했던 사람이 실제로는 사람을 죽이는 악인이고, 게다가 자기의 사랑하는 사람을 죽이려고 한 걸 알게 됐을 때의 충격이 컸을 거예요. 아빠 쪽에서 보면 조용히 살고 싶은데 누르고 억누르고 있는 뭔가를 누군가가 자꾸 끄집어내려고 하니까 그걸 덮고 싶고, 그래서 외적으로, 내적으로 충돌하는 충돌점이 있어 참 독특했어요. 그래서 우리 영화는 공포 영화 같기도 스릴러 같기도 한 장면들이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아버지와 아들의 드라마라고 봐요.”
과장되게 말하지 않았지만, 영화를 찍으며 겪었던 고초(?)는 생각 외로 힘들었던 듯했다. 살인자의 감정에 몰입하면서도 그런 자신 때문에 ‘생감정’을 느끼는 아이들에 대한 안쓰러움과 살인 장면을 찍으며 느꼈던 “더러운 기분” 사이에서 힘들었다고.
“실제 칼로 찌르는 건 아니지만, 연기를 하다보면 실제로 내가 그랬다는 마음을 갖게 되잖아요. 그게 싫고 힘들어요. 기분이 더럽죠. 그런데다가 아이들의 생 감정을 옆에서 보고 있는 것도 참 힘들고 안쓰러웠고. 주협은 정신분열 증세가 있어 영화 속에서 환청을 듣는데 사실 저도 이 안에서(귀를 가리키며) 벌레 기어가는 것 같은 느낌이 한동안 계속됐어요. 나도 모르게 자꾸 귀를 파게 되고 얼굴 반쪽이 근질근질하고 그런 느낌이 들었어요.”
지난해 마동석은 주·조연으로 활약한 영화 외 카메오 출연까지 합하면 총 13편의 영화에 출연했다. 영화가 좋고, 좋아하는 사람들과 일을 하는 즐거움 때문에 쉼 없이 달려왔다. 그러나 그는 “이제 카메오는 당분간 사절”이라고 각오를(?) 밝혔다.
“지금은 이름이 더 알려져서 그런 것처럼(다작을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10여 년 동안 일을 이런 식으로 했어요. 그 중에 잘되는 영화도 생기고 그래서 관객들이 그렇게 느끼시는 것 같긴 해요. 그렇지만 우정 출연을 자주하다 보니 캐릭터의 소모가 있는 것 같아서 이제는 그런 것을 좀 피하고 내가 하는 작품만 하려고 생각하고 있어요.”
마동석의 목표는 "꾸준히 오래 가는 것"이다. "클린트 이스트우드 아저씨"처럼 오래오래 영화를 사랑하는 배우로 남고 싶다는 것.
"올해도 작년과 같이 하나하나 정성 들여서 하나한 최선을 다해서 하는 게 목표입니다. 하나하나 정성 들여 찍을 거예요. 많은 역할이 들어오고 있는데 저는 시나리오가 재미있는 걸 찾는 스타일이에요. 올해도 좋은 작품 많이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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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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