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훈 2군 감독, 이양기 은퇴 만류 뒷이야기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4.01.23 13: 00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한화 외야수 이양기(33)는 지난해 프로 데뷔 12년만에 최고의 해를 보냈다. 56경기에서 타율 3할8리 57안타 3홈런 30타점으로 활약한 것이다. 특히 8월 이후에만 46경기 타율 3할1푼5리 3홈런 27타점으로 중심타자 역할을 톡톡히 했다. 무엇보다 은퇴 위기를 딛고 거둔 성적이라 더욱 인상깊었다. 
이양기는 지난해 시즌 초반 잠깐 1군에서 뛰고 난 뒤 2군으로 내려갔다. 어느덧 30대 중반이 되어가는 그로서도 향후 진로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는 구단도 마찬가지. 프로야구단의 선수 정리는 필연적인 과정이었고, 이양기도 칼날을 피해가기 어려운 분위기였다. 

하지만 이정훈 한화 퓨처스 감독의 생각은 달랐다. 이 감독은 "우리팀에 이양기처럼 왼손 투수 공을 잘 치는 오른손 타자는 없다. 컨택 능력이 좋고, 찬스에서 집중력이 뛰어나다. 이양기만한 선수가 있었다면 모르겠지만 그만한 선수가 없었다"고 강조했다. 
시즌 중 1~3군 코칭스태프 전체 회의에서도 선수 정리 문제가 화두에 올랐다. 이정훈 감독은 "이양기를 남겨 놓아야 한다"고 주장했고, 김응룡 감독도 이 감독의 의견을 받아들여 "그게 맞겠다"고 동의했다. 그러나 구단의 결정과 달리 이양기의 마음이 너무 확고했다. 
그는 이정훈 감독을 찾아 3번이나 은퇴를 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고등학교 코치 자리가 들어온 만큼 선수생활에 대한 미련을 접으려 했다. 이 감독에게 말이 통하지 않자 구단을 통해 은퇴 의사를 전했다. 그러자 이 감독은 구단에 "내가 책임질테니 그냥 놔두라"고 부탁했다. 
이 감독은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해볼 때까지 한번 해보자. 충분히 활약할 수 있는 실력이 있다. 열심히 제대로 몸부터 만들어라. 끝내더라도 아름답게 네 마음껏 한 번 해보고 끝내라"고 주문했다. 이 감독의 간곡함에 이양기도 은퇴 마음을 접고 3군에서부터 몸을 만든 뒤 2군 경기에 다시 투입됐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1군의 부름을 받았고 후반기 대활약으로 이어졌다. 이정훈 감독은 "김응룡 감독님께서 양기를 대타로만 기용했으면 그냥 그대로 끝났을 것이다. 하지만 감독님께서 믿고 주전으로 계속 기용해주셨기에 양기가 잘 해낼 수 있었다"며 "양기가 은퇴에 대한 생각이 생각보다 확고했는데 이렇게 잘 돼 나도 좋다. 타격에 눈을 떴기 때문에 올해도 1군에서 충분히 자기 자리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흐뭇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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