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박정아. 사진을 찍고 있는 모습이 도도하고 시크하다. 아마도 큰 눈과 JTBC 일일드라마 ‘귀부인’ 속 캐릭터 때문일 것. 그러나 막상 얘기해보니 굉장히 털털하고 밝다. 박정아가 시원시원한 성격을 가지고 있는 건 방송을 통해 많이 비쳤지만 대화를 나눠보니 마치 동네 언니와 수다 떠는 기분이 들 정도로 상대방을 편하게 하는 매력까지 있었다.
이런 그의 매력들을 ‘귀부인’의 이기적이고 도도한 이미나 역을 통해서는 볼 수 없지만 박정아는 ‘웃어라 동해야’에 이은 일일극 ‘귀부인’에서 연기 12년차 다운 내공으로 시청률을 이끌어가고 있다.
드라마 ‘웃어라 동해야’와 ‘내 딸 서영이’에서 시청률 40% 이상을 찍고 최근 카메오로 출연한 ‘별에서 온 그대’까지 시청률 연타석 홈런을 날린 박정아가 이번에는 일일극 ‘귀부인’ 시청률을 노리고 있다.

‘내 딸 서영이’에 이어 ‘귀부인’으로 안방극장에 컴백한 박정아가 흥행보증수표답게 ‘방송 시작 2주도 채 안됐지만 벌써 시청률 시동을 걸었다. 매회 자체최고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는 ‘귀부인’이 5회 만에 시청률 2.9%(닐슨코리아, 수도권 유료가구 광고 제외 기준)로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했다.
앞서 전작에서 좋은 성적을 낸 박정아가 ‘귀부인’까지 그 기세를 몰아 시청률을 끌어올리고 있는 것. 박정아와 같이 특정 배우가 드라마에 출연했다는 사실만으로 흥행 된다는 건 영광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다.
“제가 운이 좋은 거 같아요. 시청률이 잘 나올 거라 생각하고 작품에 들어가는 게 아닌데 내가 한 힘이 돼주는 것 같아 기분 좋아요.(웃음). 일단 ‘귀부인’도 잘돼서 흥행보증수표가 되면 감사한 일이고 시청률에 운이 따르는 사람이 되면 물론 좋죠. 하지만 그게 부담되기도 해요. 흥행보증수표라는 이미지라는 걸 원하면서도 무서운 것 같아요.”

어느 한 배우가 출연하는 작품마다 좋은 결과를 내고 또 다른 작품에 출연했을 때 시청자들이 기대하는 시청률이 있다는 건 배우에게는 부담되는 것이 사실이지만 박정아는 시청률에 배가 고프다. 그의 개인적인 욕심이라기보다는 그 누구보다 힘든 스태프들 때문.
“스태프들, 배우들 보면 정말 열심히 해요. 한 장소에 모인 사람들이 이 추운 겨울에 한두 장면 찍기 위해 아침부터 저녁까지 촬영하고 있는 걸 보면 많은 분이 봐줬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우리 배우들이 표현하고자 하는 것들을 시청자들이 같이 봐줬으면 하는 생각이 들어요. 스태프들, 배우들 열심히 하고 있는 사람들 보면 짠하죠. 저도 그 속에 속해있고 같이 응원해주시고 봐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죠.”
때문에 박정아가 바라는 건 지금처럼 시청률이 꾸준히 올랐으면 하는 것. 스태프, 배우들의 노력을 시청률로 보상받았으면 하는 것이 모든 드라마가 원하는 바지만 박정아는 조금 더 욕심을 부려본다.
“시청률이 7~8%까지 올랐으면 좋겠어요. 아니면 상상도 못 할 정도로 높은 시청률이 나오는 종편 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졌으면 하는 바람도 있죠.(웃음) 제 카카오톡 사진 옆에 쓴 글이 ‘원하고 또 원하면’이예요. 원하고 또 원하면 될 거라는 생각으로 열심히 하고 있어요.”

그러나 박정아는 열심히 하는 것에서 끝나면 안 된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흥행보증수표라는 타이틀도 중요하지만 그는 무엇보다 “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내 딸 서영이’를 할 때 김혜옥 선생님이 그랬어요. 열심히 하는 걸로 안 된다고. 잘해야 한다고 하셨어요. 그래서 이제는 열심히 잘하려고 노력하고 있죠. 지금은 장미희 선생님에게 많이 잘하는 법을 배우고 있어요. 제가 선주의 딸이라는 게 자연스럽게 보이도록 이미지 메이킹을 할 수 있게 도와주세요.”
또 하나, 지난해 박정아가 연기에 주력할 수 있는 더블유엠컴퍼니와 손을 잡은 후 본격적으로 배우활동을 하면서 마음가짐을 새롭게 다잡았다.
“그동안 연예인으로 살면서 연예인처럼 안 살았어요. ‘어떤 작품에서 어떻게 시청자들에게 보여줘야 하는 그런 책임이 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그런 부분에서 노력하고 있고 그런 생각들이 연기할 때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연기활동을 한 지 올해로 12년째인 박정아는 아직 일궈나가야 할 것이 많이 남아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국민드라마로 불리는 ‘웃어라 동해야’로 악녀 신드롬을 불러일으키고 ‘내 딸 서영이’로 연기호평을 받았지만 연기자로서 자신이 생각하는 이미지를 차근히 만들어가고 있는 과정에 있다.
“일일극, 주말극에 출연해서 많은 분들이 저를 편한 연기자로 느끼는 것 같아요. 하지만 제가 미니시리즈를 통해 기억에 오래 남을 만한 캐릭터를 남기지 못해 아쉬움이 있긴 해도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일단 좋은 연기를 하고 싶은 사람이 되고 싶어요. 믿을 수 있는 연기, 그리고 시청자들과 같이 숨 쉴 수 있는 연기를 하고 싶어요.”
kangsj@osen.co.kr
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