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캇-울프가 말하는 한국야구의 달라진 위상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4.01.24 06: 19

지난해까지 현역 메이저리거였던 루크 스캇(36)과 로스 울프(32)는 올해 나란히 SK의 4강 재진입이라는 목표와 함께 뛴다. 그렇다면 과연 그들은 왜 한국을 선택했던 것일까.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달라진 한국야구의 위상도 그 하나의 배경으로 자리하고 있다.
올해 SK와 계약을 맺은 스캇과 울프는 차례로 팀의 플로리다 1차 전지훈련에 합류했다. 자택이 있는 일리노이주에서 차분히 몸을 만든 울프는 전지훈련 시작에 맞춰 플로리다로 넘어왔다. 벌써 40여개의 불펜피칭을 했을 정도로 몸 상태가 잘 올라오고 있다. 개인 트레이너와 오클라호마에서 훈련에 매진한 스캇은 23일 플로리다에 합류했다. 착실한 준비에 SK의 기대도 커지고 있다.
두 선수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꿈의 무대’라고 불리는 메이저리그(MLB)에서 뛰었다. 울프는 강호 텍사스의 불펜 요원이었다. 시즌 중반 MLB 무대에 콜업돼 시즌 끝까지 25인 로스터에 머물렀다. 스캇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MLB 통산 홈런이 135개에 이른다. 역대 한국무대를 밟은 외국인으로는 가장 화려한 경력을 자랑하는 선수 중 하나다. 하지만 이들은 새로운 도전의 무대로 한국을 선택했다. 두 선수 모두 OSEN과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한국야구에 대해서 많이 들어봐 낯설지 않다고 설명했다.

스캇은 “한국 야구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다”라고 말했다. 특히 2009년 열렸던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을 또렷하게 기억한다고 강조했다. 스캇은 “당시 일본과의 경기가 상당히 인상 깊었다”라고 기억했다. 당시 대표팀은 세계의 강호들을 차례로 격파하며 결승전까지 올라 한국야구의 수준을 만천하에 알렸다. 현역 메이저리거에게도 당시 대표팀의 선전은 큰 인상을 남긴 셈이다.
국내서 뛰었던 선수들의 높은 만족도도 이들이 한국을 선택하게 된 계기가 됐다. 스캇은 “한국에서 선수 생활을 했던 동료들이 있었는데 이들이 모두 한국에서의 선수 생활에 대해 만족스러워했다”고 밝혔다. 앤디 밴헤켄(넥센), 레다메스 리즈(LG), 릭 밴덴헐크(삼성) 등과 친분이 있다는 울프 역시 “많은 선수들로부터 한국 야구의 높은 수준과 열광적인 팬들에 대해 들어봤다”고 증언했다.
불과 10년 전까지만 해도 한국프로야구는 미국에 거의 알려지지 않은 변방이나 다름없었다. 한 구단 관계자는 “계약을 하려고 접촉해도 선수들이 꺼려하는 경우도 있었다. 야구의 수준은 고사하고 ‘북한’으로 더 잘 알려진 나라였다”고 씁쓸한 기억을 떠올렸다. 그러나 스캇과 울프, 그리고 다른 구단의 외국인 선수들이 입을 모아 말하듯 한국야구의 위상은 많이 바뀌었다. 수준이 결코 낮지 않으며, 운동하기 좋고, 열광적인 팬들이 있는 긍정적인 인식이 자리하고 있다.
이제 관건은 이들이 미국이나 고국으로 돌아갔을 때 더 좋은 이야기를 할 수 있게끔 모두가 노력하는 것이다. 다행히 경기 외부적인 상황은 계속 좋아지고 있다. 재작년 한국에서 뛰었던 한 선수는 한국의 구장 시설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이제는 가장 사정이 열악했던 광주·대구에 신축구장이 들어섰거나 들어설 예정이고 다른 구장들도 리모델링 등으로 새단장을 하고 있다.
결국 남은 것은 수준 높은 플레이다. 가슴에 태극마크가 없더라도, 경기에 뛰는 모든 선수들이 한국야구를 대표한다는 책임감이 필요하지는 않을까. 외국인 선수들의 평판은 언제든지 달라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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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와이번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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