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비만 강화하면 희망이 있다”
이만수 SK 감독은 지난 15일 플로리다 전지훈련을 떠나기 전 누차 수비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수비력 향상을 위한 구체적인 훈련 계획을 가지고 있음도 드러냈다. 하루 이틀 이야기는 아니다. 지난해 마무리캠프부터 꾸준히 이어지고 있는 SK의 절대과제다.
SK는 2007년부터 2012년까지 6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해 세 차례 우승을 차지하며 왕조를 열었다. 이 기간 중 SK는 공·수·주 어디 하나에서 빠질 것이 없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 중 으뜸은 수비였다. 촘촘한 그물망 수비가 가뜩이나 강한 팀 마운드의 뒤를 받쳤다. 살 상대를 잡고 산 상대도 더 못 가게 하는 SK의 수비는 왕조 건설의 기반이 됐다.

그러나 지난해는 사정이 달랐다. 믿었던 수비가 말썽을 일으켰다. SK의 지난해 팀 실책은 84개나 됐다. 리그에서 네 번째로 많았다. 실책에 있어서는 항상 상위권이었던 SK가 중위권으로 추락한 것이다. 리그 최고 수비수라는 선수들이 종종 실책을 저지르며 팀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기도 했다. 자연히 체감하는 상실감은 더 컸다. SK가 승부처에서 버티지 못한 것도 수비 문제가 한 몫을 거들었다.
이만수 SK 감독도 이 문제를 반성하고 있다. 지난해 마무리캠프부터 수비 훈련의 비중을 확대했다. 보통 마무리캠프는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는 자리인데 수비에 가장 중점을 뒀다는 것은 이 문제의 심각함을 모두가 느끼고 있었다는 이야기가 된다. 이번 1차 전지훈련도 마찬가지다. 오키나와부터는 바로 실전에 들어가야 하는 만큼 공격보다는 수비부터 먼저 가다듬겠다는 것이 이 감독의 복안이다.
이 감독은 “선수들의 나이도 있다. 옛날만큼 할 수는 없는 문제다. 하지만 기준치 이상은 할 수 있어야 한다”고 한 뒤 “수비는 많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계획도 다 짰다. 전지훈련을 앞두고 세이케 수비코치가 새로 팀에 합류했다. 이 감독은 “세이케 코치가 합류했고 백재호 코치가 보조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라고 기대를 드러냈다. 세이케 코치는 SK의 인스트럭터를 역임해 팀 선수들이 그리 낯설지 않다는 장점도 있다.
펑고 등 훈련량도 다소 늘릴 계획이다. 이 감독은 “세이케 코치를 비롯, 백재호 코치와 조원우 코치에게 펑고를 많이 치도록 주문했다”고 밝혔다. 예전만큼 강훈련은 아니겠지만 선수들의 수비력 보완을 위해 코칭스태프가 직접 나서겠다는 의지로 풀이할 수 있다. 여기에 지난해 전지훈련에서도 인스트럭터로 SK와 인연을 맺었던 조이 코라도 주루는 물론 수비 쪽에도 많은 신경을 쓸 태세다. 정근우가 빠져 나간 2루부터 손을 본다는 생각이다. SK가 4강 재진입을 위해 수비에 올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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