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수목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의 김수현이 결국 무너져내렸다. 400년동안 지구에서 살아온 외계인의 오열은 시청자들을 함께 가슴앓이하게 만들었다.
지난 23일 오후 방송된 '별에서 온 그대' 12회에서는 "떠날 날이 다가오고 있는데 기분이 어떠냐"고 스스로에게 물으며 눈물을 흘리는 도민준(김수현 분)의 모습이 에필로그 형식으로 전파를 탔다. 그리고 이를 연기하는 김수현은 채 1분도 되지 않는 시간 속에 담긴 민준의 오열로 놀라운 '연기 존재감'을 드러냈다.
민준은 사실 감정 표현에 서툴다. 게다가 곧 이 곳을 떠날 계획이니 더욱 송이를 향한 애정을 표현하지 않았다. 그럴수록 애가 타는 건 송이였다. 고백까지 거절당한 송이였지만 여전히 민준의 곁을 지키며 그에 대한 사랑을 드러냈다. 민준은 그럴수록 더욱 깊은 곳에 자신의 감정을 숨길 뿐이었다.

그러나 이토록 꽁꽁 숨겨온 사랑의 감정은 결국 터져버렸다. 담담히 떠날 날을 생각하는 듯하던 민준은 오열했다. 꿈에서까지 송이와의 행복한 미래를 그리지만 이 곳을 떠나야만 살 수 있는 민준의 처지는 그의 감정을 오갈데 없는 존재로 만들었다. 송이를 향한 마음은 송이를 향하지도, 그렇다고 숨기지도 못했다.
언제나 평정심을 지키던 나이 많은 외계인 민준의 눈물은 별다른 대사 없이도 그의 진심을 담아내기 충분했다. 갑작스레 눈물을 흘리는 민준의 모습에 시청자들은 함께 울어야 했다.
이러한 민준을 연기하는 김수현은 완벽한 도민준의 모습이었다. 그는 강해 보이지만 약하고, 차가워 보이지만 따뜻한 민준의 겉과 속을 표현해내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올해 27세가 된 이 배우는 60초 안에 보여준 눈물로 민준의 지금 상황과 심경을 모두 담았다.
한동안 그에게서 지난 2012년 방송된 MBC '해를 품은 달'의 이미지를 지우기는 힘들었다. 당시 이 드라마는 이례적으로 40%를 넘어서는 시청률로 대 히트를 쳤고, 그는 '해를 품은 달'을 통해 단숨에 인기 배우의 반열에 올랐다. 아직 김수현하면 '해를 품은 달' 속 왕 이훤을 떠올리곤 했다.
그러나 김수현은 '해를 품은 달' 안에서만 머물 배우가 아니었다. 어떤 캐릭터를 표현하든 김수현은 그동안의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그 캐릭터의 옷을 입었다. 이뿐 아니라 그는 그 옷들을 모두 맞춤옷처럼 딱 맞게 소화해냈다. '별에서 온 그대'의 도민준 또한 김수현이 아닌 도민준은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김수현 맞춤옷이었다.
특히 이날 방송에 담긴 오열은 그가 이 복잡다단한 외계인의 마음을 얼마나 잘 표현해낼 수 있는지 여실히 보여줬다. 그리고 1분도 안되는 시간, 그리고 대사 없이 오열만으로 이뤄진 장면은 연기자로서 김수현이 가진 역량을 입증했다.
한편, 이날 방송된 '별에서 온 그대'는 26.4%(닐슨 코리아, 전국 기준)로 자체최고시청률을 경신, 압도적인 동시간대 1위를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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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에서 온 그대'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