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박현민, 선미경 기자] '응답하라 1994'의 후속이라고?
케이블채널 tvN 새 금토드라마 '응급남녀'(극본 최윤정, 연출 김철규)가 D-0을 맞았다. '응답하라 1994'의 후속으로 금토 프라임 타임대에 방송되는 tvN의 새 콘텐츠라는 점만으로도 이젠 어느정도 주목을 받는데는 성공했다.
이혼부부, 혈압상승이라는 독특한 소재를 내밀어 로코물에는 아직도 뭔가 생소한 듯한 송지효와 최진혁이 호흡하게 될 '응급남녀'는 전형적 로코물을 tvN스럽게 얼마나 잘 변형 응용하느냐에 그 성패가 달릴 것으로 분석된다. 박현민 기자는 조금은 색다른 로코물이라는 점에 기대를, 선미경 기자는 그래도 여전히 전형적인 로코물에 머무를 것이라는 우려 포인트를 짚어봤다.

# 단순 로코라고? tvN 콘텐츠+이혼부부+혈압상승…확 다르다
일단 소재는 충분히 신선하다. 그간 수많은 로맨틱코미디(이하 로코)물이 남녀의 첫만남과 그들이 설레고, 두근대다가 결국엔 결혼에 골인하는 것으로 해피엔딩을 맞이했던 것과는 사뭇 다른 결혼 후 이혼한 두 남녀의 로맨스를 다룬 색다른 로코물이다.
세 쌍 중 한 쌍이 이혼을 하는 세상이다. 이제는 미혼과 기혼 뿐만 아니라 수많은 '돌싱'들이 이 시대를 살아가는 가구 형태로 자리매김했다. 인기 TV 프로그램에도 수 명의 돌싱들이 어떠한 거부감도 없이 시청자를 마주하는 그런 시대다. 그간 판타지에 의존했던 로코물에 현실을 덧입힌 격이다. 내세운 카피 중 '혈압상승로맨스'가 인상적이다.
이혼 부부를 연기하는 인물들도 흥미롭다. 부부에서 철천지원수가 돼 6년만에 병원 응급실 인턴으로 재회하게 된 오진희 역의 송지효, 오창민 역의 최진혁이 그 주인공들이다.
예능을 통해 다소 코믹한 이미지가 굳어진 듯한 송지효는 그간 영화와 드라마를 거치며 일부 우려에 직면했던 것도 사실. 하지만 그간 작품 속에서 킬러, 의녀, 여형사 등 다소 무거웠던 역할을 하며 예능과의 괴리감이 작용했던 것을 고려했을 때 로코물, 그것도 한때 사랑을 싹틔었던 연하남과의 과격함을 내포한 연상녀로서의 연기는 거부감이 전혀 없다. 방송 직후 '옷에 꼭 맞은 듯한 배역'이라는 평가가 나올 날도 머지 않을 듯 싶다.

최진혁도 마찬가지다. 드라마 MBC '구가의 서', SBS '상속자들'을 통해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로 주목받았다고 하나, 과거로 조금만 거슬러 올라가면 이미 tvN '로맨스가 필요해'를 통해 조여정과 로코물 호흡을 맞춰 여심을 뒤흔들었던 전례가 있다. 중점음 보이스, 훤칠한 키, 핸섬한 외모 등 삼박자가 어우러진 이 완벽남이 로코물 속에서 망가지는 모습 또한 여심을 잡기에 전혀 무리가 없을 예정이다.
더불어 이 모든 걸 차치하고서라도 '응답하라 1994'가 개척해놓은 금토드라마 시간대에 바통을 이어받는 후속작인 것만으로도 엄청난 후광효과가 자연스레 뒤따른다. '응답하라 1994'는 10%대가 훌쩍 넘는 시청률을 달성하며 해당 시간대에 케이블 유입 가능 시청자층을 여실히 입증했다.
지상파 주요 예능프로그램과의 경쟁에서도 결코 뒤지지 않았던 금토 프라임 타임대 편성으로 전작 '응답하라 1994'에 빠졌던 시청자 일부를 흡수하는 것만으로도 '응급남녀'의 성공여부는 판가름날 전망. 최근 복고, 할배, 여배우, 다문화가정, 섬마을, 1인가구 먹방 등 쉼 없이 다양한 콘텐츠를 선보이며 시청자에게 호응을 얻고 있는 tvN의 새 콘텐츠라는 점도 D-0 '응급남녀'를 기대하게 하는 요소다.
박현민 기자
gato@osen.co.kr
# 이혼 후 다시 시작된 사랑? 전형적 로코와 얼마나 다를까
이혼부부의 로코라는 점이 기존 드라마와 다르지만 다시 만난 후 티격태격하다가 서로를 이해하고, 후에 다시 사랑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설정은 흔하디흔한 구조다. 제작진은 여기에 응급실이라는 배경을 더해 신선함을 주려고 했지만, 김철규 PD가 말한 대로 뻔한 로맨틱코미디의 한계를 벗어날 어떤 특별한 에피소드가 20부작 종영될 때까지 신선함을 줄 수 있을지는 의문. 로맨틱코미디와 의학 장르를 섞은 새로운 시도인 것도 자칫 잘못하면 뻔한 병원 로맨스로 바뀔 수 있기 때문에 조심해야 하는 부분이다.

또 송지효와 최진혁의 연기 변신에도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가지고 있다. 로코물이 시청자들에게 반응을 얻는데 가장 중요한 요소로 다가오는 것은 바로 캐릭터들의 궁합, '케미스트리'다. 하지만 두 배우 모두 오랜만에, 혹은 처음으로 로맨틱코미디에 도전하며 연기 변신을 시도하는 것이라 걱정이 앞선다. 방송에 앞서 보여준 예고편이나 티저에서도 밝게 변한 두 배우가 어색해 보였던 것이 사실. 더군다나 예고편에서처럼 줄곧 2% 업된 상태의 연기를 보여준다면 시청자들의 시선을 잡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최진혁은 그동안 많은 작품에서 무게감 있는 캐릭터를 맡아왔다. 전작인 MBC 드라마 '구가의 서', SBS 드라마 '상속자들'의 캐릭터는 현재까지도 대중의 뇌리에 깊게 박혀 있을 정도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두 캐릭터 모두 어둡고 냉정하고 차가운, 그러면서도 마음을 움직일 치명적인 매력을 가지고 있었고, 시청자들은 두 작품 속 최진혁에게 많은 사랑을 보냈다. 그만큼 최진혁에게 '구가의 서'와 '상속자들' 속 캐릭터 같은 무게감 있고 진지한 캐릭터가 잘 어울린다는 것.
그런 최진혁이 '응급남녀'에서는 어떤 작품에서보다 가볍게 변신한다. 그의 굵고 낮은 목소리는 전부인과 유치한 실랑이를 벌이고, 예쁜 여자의 전화번호를 받는데 이용된다. 과연 '구가의 서', '상속자들'처럼 무겁고 어두운 역할을 주로 했고, 아직까지 대중에게 그에 대한 기억이 강하게 남아 있는 상태에서 최진혁의 변신이 얼마나 잘 받아들여질지 의문이다.
최진혁도 이런 부분에 대한 걱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최진혁은 지난 21일 오전 진행된 '응급남녀' 제작발표회에서 "그동안 연기를 무겁게 많이 해왔기 때문에 놀라실 것이다. 이런 시놉시스를 나에게 줬다는 자체가 의아했다. 이 작품을 보면 내가 지금까지 했던 역할이 무게감을 많이 잡고 나왔던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라며 "내가 아무리 연기를 해도 부자연스러워 보일 수 있고, 거부감이 생길수도 있다. 그래서 처음에는 약하게 가다가 점점 올라가는 것을 구상했다"라고 밝힌 바 있다.

송지효의 변신 또한 중요한 포인트다. 배우 김하늘과 김선아 등이 로맨틱코미디 작품과 어울려 좋은 성적을 보여줬듯 작품과 배우 사이에도 맞는 궁합이 있다. 그동안 영화 '쌍화점', '신세계', KBS 2TV 드라마 '천명' 등을 통해 보여준 진지한 모습과 SBS 예능프로그램 '런닝맨'을 통해 보여줬던 이미지를 얼마나 벗고 나올지가 관건이다.
최진혁과 송지효 모두 연기를 못하는 배우는 아니지만 캐릭터의 업, 다운 완급조절을 얼마나 잘해낼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일. 과연 '응급남녀'는 제작진이 말한 대로 유쾌하고, 밝으며, 뻔하지 않는 로맨틱코미디가 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선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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