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호가 에어컨도 어쩌지 못한 브라질 찜통더위를 한방에 물리친 비법이 있었다.
비결은 바로 ‘미역냉국’이었다. 아니, 한국에서도 맛보기 힘든 여름철 별미를 선수들이 어떻게 이역만리 브라질에서 먹을 수 있었을까. 뒤에서 묵묵히 헌신한 한 사람이 있기에 가능했다. 주인공은 축구대표팀의 브라질·미국 전지훈련에 동행한 신동일 부조리장(32)이었다.
사연은 이렇다. 대표팀이 처음 브라질 포수 두 이구아수에 입성했을 때 가장 큰 문제는 찌는 듯한 찜통더위였다. 한국의 삼복더위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푹푹 찌는 날씨에 선수들이 햇볕에 나가 공을 차는 것도 버거워했다고. 선수들의 입맛을 책임지며 영양까지 고려해야 하는 신 부조리장도 고민이 많았다. 이 때 떠오른 것이 바로 시원한 얼음에 미역을 넣어 감칠맛 도는 ‘미역냉국’이었다.

효과는 만점이었다. 선수들은 훈련의 피로를 한 방을 풀어주는 '고향의 맛'에 연신 엄지손가락을 치켜 올렸다고. 선수들이 “잘 먹었다”며 연습에 열중하는 것만으로도 모든 스트레스가 풀린다는 신동일 부조리장은 대표팀의 숨은 공신이었다.
신 부조리장의 일과는 새벽 6시 30분에 시작된다. 한인마트가 많이 있는 LA에서 이틀에 한 번씩 직접 재료를 공수 받는다고 한다. 아침을 호텔서 해결한 선수단은 오전훈련이 끝난 뒤 호텔로 돌아와 한식으로 점심을 해결한다. 이를 위해 신 부조리장은 본인의 점심도 대충 해결하며 50인분의 식사를 마련한다. 점심준비가 끝나자마자 선수들의 저녁식사까지 챙기고 뒷정리를 끝내면 어느새 밤 10시가 된다. 한 사람이 하루 100인분을 조리하다보니 하루가 짧아도 너무 짧다. 더구나 미국 식재료는 손질에도 더 많은 시간이 걸린단다.

신 부조리장은 “한국에서는 건어물만 가져왔고, 나머지는 현지서 조달하다보니 아무래도 맛이 좀 떨어진다. 그래도 선수들이 해외서 먹는 한식이라 별 탈 없이 맛있게 먹어주는 편이다. 소고기, 갈비찜, 오징어볶음, 부대찌개 등 다양한 메뉴를 내놓는다. 선수들의 입맛을 돋우면서 영양까지 잡아야 하는 것이 고민”이라고 고충을 털어놨다.
월드컵을 앞둔 선수들은 극심한 스트레스에 쌓인다. 민감한 이 때 타국에서 먹는 한식은 컨디션 조절에 엄청난 도움이 된다. 만에 하나 선수들이 탈이 나면 4년 농사가 도루묵이 될 수 있다. 신 부조리장은 여느 코칭스태프 못지않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는 셈이다.
축구협회는 이미 브라질 사전답사를 통해 현지교민들과 협력해 대표팀 식단구성에 만전을 기한 상황이다. 적어도 이번 브라질 월드컵에서 선수들이 입맛이 돌지 않아 고전하는 일은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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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일 부조리장 / LA=손용호 기자 spjj@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