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유나이티드의 임시 주장 박태민(28)은 지난 23일 괌 전지훈련 전 코칭스태프에게 볼멘소리를 했다. “선수들이 지쳤어요.” 김봉길(48) 인천 감독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오늘 오후엔 족구대회를 열자.” 그리고는 상금 100 달러를 걸었다. 열흘 동안 강도 높은 체력 훈련을 해 온 선수들은 즐겁게 족구를 하며 피로를 풀었다. 김 감독은 이런 식으로 선수들과 ‘밀당(밀고 당기기)’을 한다.
코치 생활을 8년이나 한 김 감독은 선수들을 윽박지르는 법이 없다. 이래라저래라 하지도 않는다. 선수들은 이런 김 감독을 믿고 따른다. 어찌된 영문일까? “특별한 비결은 없습니다. 그저 선수들의 마음을 얻으려고 노력할 뿐이죠.”
김 감독은 어떻게 선수들의 마음을 얻을까? ‘풍운아’ 이천수(33)가 지난해 폭행 시비에 휘말려 곤욕을 치를 때, 김 감독은 비난을 감수하고 이천수를 품었다. 이천수가 심기일전한 건 당연지사. ‘선수를 데려와 부리는 게 감독의 역할이 아니다. 선수를 더 좋은 선수로 만드는 게 감독의 역할이다.’ 김 감독의 지론이다.

김 감독은 지난 시즌 많은 어려움 속에서 인천을 K리그 클래식 그룹A(상위 스플릿)에 올려놓았다. 시도민구단으로 그룹A에 포함된 팀은 인천이 유일하다. 김 감독의 2014 시즌 목표는 강등을 피하는 것이다. 김남일, 한교원, 디오고, 찌아고 등 주축 선수들이 떠난 상황에서 쉽지 않은 일이다. 시민구단의 한계를 절감한다는 김 감독은 “구단 재정이 열악해 매년 좋은 선수들을 내놓을 수밖에 없다. 또 좋은 선수들을 영입할 수도 없다”고 푸념했다.
이번 겨울 이적시장에서 김 감독은 심사숙고 끝에 3명의 외국인 선수를 영입했다. 키 193cm, 몸무게 86㎏의 당당한 체격을 자랑하는 니콜리치(24, 몬테네그로), 2012년 인천에서 활약하며 27경기에 출전해 4골 6도움을 기록한 이보(28), 2011년 K리그에 데뷔한 주앙 파울로(26, 이상 브라질)가 그들이다. 김 감독은 니콜리치를 원톱, 이보를 처진 스트라이커, 주앙 파울로를 왼쪽 윙어로 기용할 예정이다. 몬테네그로 대표인 니콜리치는 헤딩 슈팅 능력이 뛰어나고, 이보와 주앙 파울로는 K리그에서 실력이 검증된 선수들이다.
김 감독이 기대를 거는 선수들은 또 있다. “이번에 자유선발로 뽑은 수비수 김대중(22)과 미드필더 김도혁(22) 등이 기존 선수들과 손발을 잘 맞춰 주축으로 성장했으면 좋겠습니다. 다른 어린 선수들의 활약도 기대해 봐야죠.”
지난 시즌을 끝내고 쉬는 동안 김 감독은 최신 영화와 드라마에 흠뻑 빠졌다. “어린 선수들과 소통하고 어울리려고 본 겁니다. 고리타분한 감독이란 소리는 듣고 싶지 않아요.” ‘봉길 매직’은 이런 노력을 통해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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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