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호가 역사적인 구장에서 2014년 새해 첫 시험대에 오른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FIFA랭킹 53위)은 오는 26일(이하 한국시간) 중남미의 강호 코스타리카(FIFA랭킹 32위)와 평가전을 치른다. 미국에서 치르는 3연전(코스타리카, 멕시코, 미국)의 첫 단추이자 월드컵이 열리는 새해 첫 날 치르는 A매치로서 대단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 경기다. 아울러 설 전날 연휴기간에 경기가 열려 대한민국 국민 대부분이 경기를 지켜볼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홍명보 감독과 선수들이 느끼는 중압감도 대단하다. 하지만 25일 LA 메모리얼 콜로세움에서 열린 공식기자회견에서 만난 홍명보 감독은 자심감이 충만했다. 그는 “브라질에서 일주일 좋은 시간을 보냈다. 브라질에서 만족할만한 컨디션 올리는데 성공했다. 코스타리카를 비롯해 남은 3경기에 대해 체력훈련과 전술훈련을 병행했다. 우리 선수들이 충분히 경기할 수 있는 컨디션”이라며 밝은 표정을 지었다.

이번 경기의 의미가 남다른 이유는 또 있다. 바로 경기를 치르는 LA 콜로세움이 유서 깊은 곳이기 때문이다. 1923년 개장한 콜로세움은 무려 91년이 된 낡은 구장이다. 그리스 로마의 콜로세움을 기초로 지은 모습이 정말로 검투사들의 혈투장을 연상케 했다.
콜로세움에서는 1928년과 1984년 두 차례에 걸쳐 하계 올림픽이 개최됐다. 1958년부터 61년까지는 메이저리그의 다저스가 홈구장으로 사용했던 이색경력도 있다. 지금은 없는 LA프로풋볼팀 램스도 1946년부터 1979년까지 적을 뒀다. 현재는 남가주대학(USC) 풋볼팀의 홈구장으로 사용되고 있다. 지역라이벌대학 UCLA와 USC의 풋볼 라이벌전이 열리면 약 9만 4000명을 수용하는 구장에 앉을 자리가 없다고 한다.

홍명보호는 22일 LA에 입성한 후 줄곧 이곳에서 전술훈련을 하고 있다. 잔디상태에는 이미 적응한 상태. 다만 경기 당일에는 일방적으로 코스타리카 팬들이 많이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LA에 남미인구가 많이 살고 있기 때문. 축구협회 관계자는 “한인들에게 적극적으로 홍보를 하고 있는데 워낙 구장이 커서 관중들을 모으기가 쉽지 않다”고 털어놨다. 타지에서 한국팬들의 충분한 응원을 받지 못하는 불리한 환경 역시 월드컵의 시험무대로 오히려 적격이다.
홍명보 감독은 지난 2003-2004시즌 LA 갤럭시에서 수비수로 활약했다. 당시 기억으로 미국에서 아직도 '선수 홍명보'를 기억하는 사람이 많았다. 홍 감독의 얼굴을 보기 위해 왔다는 한 아시아계 축구팬은 “아시아축구에서 한국이 월드컵에 진출해 자랑스럽다. 홍명보 감독이 LA에서 뛸 때 자주 응원을 갔었다. 반가운 기억이 있어 홍명보 감독을 보려고 왔다”며 취재진에게 한국대표팀 숙소를 묻기도 했다.
한국대표팀은 미국 현지에서도 언론과 시민들에게 많은 관심을 얻고 있다. 과연 콜로세움에서 열리는 코스타리카전에서 한국이 어떤 경기력을 보여줄지 기대가 모아진다.
jasonseo34@osen.co.kr
LA(미국)=손용호 기자 spjj@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