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도 거인’ 오승환, 한신의 커쇼될까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4.01.26 10: 30

오승환(32, 한신)에 대한 일본 언론들의 기사에 항상 빠지지 않는 ‘레퍼토리’가 있다. 바로 이 새로운 한신의 소방수가 요미우리 자이언츠라는 거인을 뛰어넘는 데 일익을 담당할 수 있느냐는 물음이다. 지금까지는 큰 기대가 몰리고 있는 가운데 ‘타도 거인’은 구단과 팬들의 신뢰를 재고하는 데 있어 꽤 중요한 요소일 수도 있다.
한신과 2년 계약을 맺고 일본프로야구 진출을 선언한 오승환은 지난 23일 출국해 본격적인 시즌 준비에 들어갔다. 지난해 12월 괌으로 건너가 충실히 개인훈련을 한 오승환은 현재 몸 상태에 대해 “지난해보다 좋다”라는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일본무대 도전을 위해 충실히 몸을 만들고 있다는 뜻이다. 괌에서 이런 오승환의 훈련을 취재한 복수의 일본 언론들도 오승환의 준비 상태에 대해 만족감을 표시하고 있다.
한신은 지난 2005년 마지막 우승을 차지한 이래 아직까지 정상에서 포효하지 못했다. 오히려 선두권과의 격차는 더 벌어지는 추세다. 그리고 그 선두는 대개 한신과 일본 최고의 라이벌 구도를 형성하는 요미우리였다. 팀 자존심은 물론 지역의 자존심까지 걸린 흥행카드다. 다만 막강한 자금력을 앞세워 선수들을 보강하고 있는 요미우리가 지난해에도 센트럴리그 정상을 차지한 것에 비해 한신은 이렇다 할 대항마 몫을 하지 못했다.

오승환을 영입한 것도 요미우리를 따라잡으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거액을 들여 지난해 가장 문제가 됐던 마무리 보직을 보강한 것이다. 전체적인 금전 규모에서 요미우리에 못 미치는 한신으로서는 통 큰 투자를 했다고도 볼 수 있다. 자연히 ‘타도 거인’에 대한 오승환의 기대치는 커지는 추세다. 일본 언론들도 요미우리의 간판 타자들에 대한 인상을 묻는 등 이런 부분을 집요하게 파고들고 있다.
요미우리는 리그 최고의 팀이고 좋은 타자들이 즐비한 팀이다. 그러나 오승환으로서도 물러설 수 없다. 오승환이 등판한다는 것은 보통 한신이 앞서 있는 상황을 의미하고 실패는 곧 뒤집힌다는 것을 의미한다. 요미우리를 상대로 한 역전패는 다른 패배보다 상실감이 크고 여론의 역풍이 셀 수밖에 없다. 반대로 오승환이 든든하게 뒷문을 걸어잠궈 요미우리를 잠재운다면 그 세이브는 1세이브 이상의 가치를 가진다. 투구 내용이 압도적일수록 환호는 커질 것이다.
포지션은 다르지만 클레이튼 커쇼(26, LA 다저스)도 비슷한 사랑을 받고 있는 선수다. 커쇼는 다저스의 최대 지역 라이벌인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전에 통산 22경기 출전했다. 팀으로는 콜로라도 로키스전(23경기)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등판이다. 그런 커쇼는 샌프란시스코전에서 통산 11승5패 평균자책점 1.38의 압도적인 투구 내용으로 라이벌을 잠재웠다. 특히 상대의 홈구장인 AT&T파크에서는 10경기에서 6승2패 평균자책점 0.78로 무자비했다.
라이벌을 잠재우는 에이스의 존재는 팬들에게도 큰 반가움일 수밖에 없다. 커쇼의 데뷔 이후 샌프란시스코는 월드시리즈 우승까지 차지하는 등 상대적으로 다저스보다 성적이 좋았다. 이런 상황에서 커쇼에 대한 팬들이 각별함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다. 오승환에게도 요미우리는 그런 팀이 될 수 있다. 쉽지 않은 상대지만, 그들을 넘었을 때의 박수는 상상 이상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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