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원 코치, 공을 100개나 던진 사연은?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4.01.26 07: 20

2015년 1군 돌풍을 위해 땀을 흘리고 있는 kt의 캠프에 ‘익숙한 투수’ 한 명이 등장했다. 실전처럼 공을 100개나 던지며 선수들과 함께 호흡했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이 투수는 현역이 아니었다. 새롭게 kt 코칭스태프에 합류한 정명원(48) 투수코치가 주인공이었다.
두산을 떠나 지난해 kt로 합류한 정명원 코치는 현재 kt의 애리조나 캠프에서 숨은 원석들을 지도하고 있다. kt에는 심재민 유희운 박세웅 등 지난해 신인지명회의에서 선발한 가능성 넘치는 투수 자원들이 많다. 이들이 어떻게 첫 걸음마를 떼느냐에 따라 kt의 장기적인 미래도 달라질 수 있다. 때문에 두산 시절 흙속의 진주들을 발굴해내는 데 일가견을 선보인 정 코치의 합류에 큰 기대가 걸리고 있다.
때로는 엄하게, 때로는 부드럽게 선수들을 조련하는 정 코치다. 하지만 뒷짐을 지고 서서 선수들을 지도하는 것은 아니다. 솔선수범하며 어린 선수들과 함께 동고동락하고 있다. 최근에는 직접 마운드에 오르기도 했다. 팀 훈련을 돕기 위해서다. 아무리 훈련이기도 하지만 코치가 직접 마운드에 서 공을 던지는 것은 쉽게 볼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사연은 이랬다. kt는 주루 훈련을 실시하고 있었다. kt 코칭스태프는 실전과 같은 훈련을 원했다. 그러려면 마운드에서 투수가 대충 던져서는 안 됐다. 말 그대로 실전처럼 공을 던지고 실전처럼 주자를 묶어둬야 했다. 이를 위해 박계원 김민재 코치 등 작전·주루 파트 코치진이 투수조에 지원을 요청했다. 그런데 kt에는 던질 수 있는 투수가 없었다. 그 전에 피칭을 해서 다시 던지는 데 어려움이 있었고 그나마 투수조는 그 시간에 다른 훈련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위기(?) 상황에서 구세주로 등장한 이가 바로 정 코치였다. 주루 파트의 요청을 받은 정 코치는 선수들을 마운드로 올려보내는 대신 자신이 직접 등판했다. kt 관계자에 의하면 이날 정 코치가 던진 공은 100개 가량. 작전·주루 파트의 요청대로 실전처럼 던져 체력과 어깨는 더 고단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정 코치의 희생 덕분에 이날의 주루 훈련은 소기의 성과와 함께 마무리됐다.
프로통산 395경기에서 75승54패142세이브 평균자책점 2.56을 기록한 정 코치였지만 세월의 무게는 이기지 못했다. 정 코치는 투구 후 “정말 오래간만에 마운드에 올라가서 피칭을 했다”면서 “다음날 온 몸이 쑤셔서 힘들더라”라고 껄껄 웃었다. 하지만 선수들의 훈련에 도움이 됐다는 뿌듯함인지 불평이나 불만은 없었다. 이처럼 kt는 헌신적인 코치들의 지도와 함께 점점 프로팀의 면모를 갖춰가고 있다. kt의 앞길이 밝아 보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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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위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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