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정민의 멜로 '남사', 겨울 극장은 눈물 바다
OSEN 손남원 기자
발행 2014.01.26 09: 05

차가운 겨울 추위를 녹이는 건 따뜻한 눈물이다. 관객들이 겨울 멜로를 찾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2014년 설 연휴를 앞둔 극장가는 지금 황정민-한혜진의 감동 멜로 '남자가 사랑할 때'로 인해 눈물 바다를 이루는 중이다. 이 영화, 눈물 한 바가지에 콧물 범벅으로 얼굴은 금세 엉망이 되지만 울음을 멈출 수 없다. "어이 브라더, 도대체 왜 나를 울리는 거야?"
22일 개봉한 황정민 주연의 '남자가 사랑할 때'는 웃고 손뼉 치게 만들다 끝내 눈물 한 바가지 펑펑 쏟게 만드는 최루성 멜로다. 충무로 영화계에서 '천의 얼굴'로 불리는 황정민이 있기에, 뻔한 멜로 스토리마저 전혀 새로운 스타일의 '신세계' 누아르 풍 멜로로 재탄생했다. 실제로 이 영화는 '신세계'의 제작진이 대거 참여해 만든 멜로 수작이다.
관객층이 협소한 멜로 장르임에도 불구하고 순풍에 돛 달았다. 개봉 4일만에 50만 관객을 넘보고 있다. 멜로 영화의 흥행은 관객의 눈물량과 비례한다는 충무로 공식을 그대로 보여주는 게 '남사'인 셈이다. 

'남사'에서 황정민의 멜로 파트너는 한혜진이다. 투박한 듯 순수하고 맑은 여인 한혜진은 황정민과의 생애 첫 연기 호흡에서 대단한 시너지 효과를 냈다. 겉으로 거칠지만 속으로 따뜻한 건달 황정민을 만나서 제목과 거꾸로 '여자가 사랑할 때'의 행복하지만 아리고 뼈 아픈 러브 스토리를 여과없이 연기했다.
멜로의 축은 당연히 남 녀 주연. 하지만 약방의 감초처럼 '남사'를 더 재미있고 공감가게 만드는 캐릭터가 한 명 있으니 바로 황정민의 '브라더' 곽도원이다. '황해' '범죄와의 전쟁' 등에서 연기파 배우로서의 개성을 영화팬 뇌리에 각인시켰던 그는 이번 '남사'에서도 밥알 튀기며 동생 황정민(실제로는 곽도원이 네 살 더 어림)과 티격태격 싸우는 장면에서 영화 몰입도를 몇 배로 높이게 만드는 인물이다.
황정민은 전도연과 출연해 대종상 남우주연상까지 수상했던 흥행 멜로 '너는 내 운명'에서 눈물 연기의 진수를 선보인 바 있다. 에이즈에 걸린 다방 종업원을 사랑하는 순진한 농촌 총각으로 등장했던 황정민의 연기는 명불허전이었다. 하지만 황정민답게, '너는 내 운명'식 멜로와 '남사' 식 멜로는 극의 탬포와 캐릭터, 분위기가 전혀 다르다. 같은 배우 맞나 하는 의문부호가 찍히게 되고 바로 이 점이 황정민 식 '천의 얼굴' 연기를 입증한다.
실제로 '달콤한 인생'의 천인공노할 악질 폭력배와 '신세계' 속 잔혹한 범죄자임에 분명하지만 인간미를 풀풀 풍기는 폭력배, '부당거래'의 선과 악 경계가 모호한 형사와 '사생결단' 속 물불 안 가리는 열혈형사 등 그는 같은 장르, 같은 역할을 갖고서 180도 다른 캐릭터들을 도화지에 그려낸 연기의 마법사였다.
그런 황정민이 올 겨울 '신세계' 정청 캐릭턱의 멜로 버전인 듯한 '남사' 출연으로 영화팬들을 살짝 웃기고 흠뻑 울리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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