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만큼 성숙한다. 롯데 자이언츠 투수 김사율(34)은 지난 시즌의 아쉬움을 통해 많은 걸 배웠다.
2012년 34세이브(평균자책점 2.98)를 거두며 롯데의 뒷문을 확실히 지켰던 그는 지난해 35차례 마운드에 올라 3승 7패 1세이브 3홀드(평균자책점 4.00)에 불과했다. 1년 전과 비교했을때 아쉬움이 없다면 거짓이다.
사이판 1차 캠프에서 만난 김사율은 지난 시즌을 되돌아 보며 "남은 야구 인생이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잊지 못할 경험을 했었고 야구에 대해 다시 한 번 깊이 생각하게 된 계기"라고 대답했다.

지난해 기대 만큼의 성과를 거두지 못한 원인은 무엇일까. 그는 "잘 해야 한다는 의욕만 앞섰다. 반면 예전에 비해 비중있는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것에 대해 많이 흔들렸던 것 같다"고 대답했다. 승리의 마침표를 찍는 소방수 역할을 맡았던 2012년과 달리 제 구위를 보여주지 못하다 보니 보직 변경도 잦았던 게 사실.
"나 자신이 뭔가 믿음을 주지 못했기 때문에 보직도 자주 바뀌었다. 당시에는 한없이 마음이 약해졌다"는 게 그의 말이다. 그리고 김사율은 "돌이켜 보니 당시 구위로는 상대 타자를 이길 만큼의 수준은 아니었다"며 "나 스스로 타자를 압도할 수 있는 경쟁력을 보여줘야 내 자리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김사율은 8차례 선발 등판을 통해 1승 4패 평균자책점 4.66을 기록했다. 최근 몇년간 계투 요원으로 뛰었던 그에게 다소 낯선 보직이었다. 하지만 선발 등판을 통해 배운 점도 많다. 그는 "선발 등판이라는 게 정말 소중한 기회이나 나 스스로 뭔가 조급했다. 한편으로는 '내가 불펜에서 믿음을 주지 못해 쫓겨 났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면서 "직접 경험해보니 선발 투수들의 고충을 해보니까 알게 됐다"고 말했다.
사이판 1차 캠프에 참가 중인 그는 투구할때 하체 활용 능력을 최대화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하체를 제대로 활용해야 구위, 컨트롤, 변화구 구사 등 모든 부분이 향상되기 때문. 김사율은 지난 시즌이 끝난 뒤 송승준, 이명우 등 동료들과 함께 대만에서 개인 훈련을 소화했다. 그 덕분에 현재 컨디션은 아주 좋다. "느낌이 좋다"고 거듭 말한 이유도 이 때문이었다.
"야구 인생에 있어 정말 중요한 시기다". 김사율은 올 시즌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그는 "불과 몇 년 되지 않았지만 1년 만에 많은 걸 느꼈다. 지난해의 아쉬움이 이어 진다면 더 힘들어질 것"이라며 "올 시즌을 전환점으로 잘 한다면 선수 생명이 길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리고 김사율은 올 시즌이 끝난 뒤 생애 첫 FA 권리를 행사한다. "FA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다면 거짓말"이라고 밝힌 김사율은 "의식한다고 되는 건 아니다. 내 공을 던져 벤치에 믿음을 주고 팀에 보탬이 되다보면 성적은 자연스레 따라오게 돼 있다. 좀 더 필요한 선수가 되면 내 가치를 인정받는다고 생각한다".
김사율은 전천후 투수로서 활용 가치가 높다. 그런 만큼 FA 시장에서 매력적인 카드가 아닐 수 없다. 이에 그는 "올 시즌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다르다"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팀이 필요하다면 어느 보직이든 상관없다. 이제는 무조건 전쟁이다. 들어갈 수 있는 자리는 얼마 없다. 마운드 위에서 씩씩한 모습으로 내가 가진 장점을 최대한 보여주고 싶다".
김사율의 눈빛에는 독기가 가득했다. 그는 2012년 영광 재현 그 이상의 목표를 향해 힘찬 날갯짓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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