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균-신감독, 이제는 말할 수 있다 "'응사'는 도박이었다"[진실토크]
OSEN 윤가이 기자
발행 2014.01.27 07: 00

[OSEN=윤가이, 김사라 기자] "거봐요! 감독님! 내가 분명 우린 금방 다시 만날 거라고 했죠?"
사진을 촬영하며 다소 긴장한 기색이던 김성균은 입구에 들어서는 신원호 감독을 보곤 '포블리'표 순박한 미소를 지으며 쪼르르 달려갔다. 아이 같았다. 거의 안기다시피 했다. 신 감독은 쑥스러워하면서도 숨길 수 없는 반가움을 모든 안면근육으로 표현하고 있었다.
둘은 불과 이틀 전 공항에서 헤어진 사이다. 사이판 포상휴가를 함께 다녀왔다. 드라마도 끝났고 여행도 마쳤지만 내일이라도 다시 촬영장에서 마주할 것 같은 기분으로, 아직 헤어짐이 실감나지 않는 그들은 금방 다시 만나자고 약속하고 돌아섰던 길이다.

이틀 만에 재회한 포블리와 신 감독의 인사는 그렇게 정다울 수가 없었다. 끝났지만 끝난 게 아니었던 tvN 금토드라마 '응답하라 1994'의 여운이 대한민국을 휘감고 있던 날, 신원호 감독과 삼천포 김성균이 지난 10일 서울 홍대의 한 포장마차에서 마주했다.
이 둘의 '취중진담' 인터뷰는 예상보다 쉽게 성사됐다. 그만큼 막역한 사이란 얘기다. 대개 카메라 앞에선 '우리 감독님', '최고의 배우'하는 배우와 감독 사이도 카메라 꺼지면 서로 어색해하거나 '뒷담화' 난무하는 경우까지 왕왕 있을 정도니, 양측에 '조심스럽게' 제안해야 했다.
"성균이가 좋대? 그럼 나도 좋지~", "감독님이랑 한다고요? 그럼 전 완전 좋죠!"
그렇게 양쪽으로부터 단박에 '콜'을 받아내곤 후다닥 시간과 장소를 잡았다. 포상휴가 직후라 아직 여독이 풀리지도 않았을 테지만 그만큼 여운에서 빠져나오지도 못한 시점이다. 인터뷰어 입장에선 쾌재를 부른다. 아직은 멍멍하기만 한 인터뷰이들의 '날 것'의 이야기를 건지자.
이 둘의 취중진담은 예상대로 진솔했고 생생했다. 마치 1994년 그 청춘들의 뜨거웠던 시절처럼. 서럽지만 예쁘고, 혼란스럽지만 반짝였던 그 시절을 막 지나온 두 사람은 술에 젖고 여운에 취하고 우정에 홀려 많은 속내들을 꺼내 놨다.
# 술술술, 술이 들어간다 쭉쭉쭉~ 감독님 건배!
신원호(이하 신) "너 그렇게 취한 거 처음 봤다. 야. 괜찮았니? 잘 들어갔어?"
김성균(이하 김) "으히히히. 그날은. 하하. 그렇게 기분이 좋더라고요. 그날 제가 너무 했나요?"
OSEN(이하 O) "왜? 무슨 일이 있었어요?"
신 "하하하. 아니, 우리 사이판 갔다 돌아오는 날, 공항에서 난리도 아니었어. 성균이가 목소리가 완전 높아져가지고. 크크크. 얘가 비행기에서 주는 술을 다 받아 마신거야. 내리니까 취한거지."
김 "계속 주던데요? 그러니까 계속 마셨죠. 하하하."
O “술 좋아해요? 잘 마시나 봐요?"
김 "술 좋아해요. 아휴, 제 자신이 미울 정도로 좋아해요. 예전에 연극할 땐 장난 아니었죠. 아주 많이 마셨죠. 그래서 술 때문에 에피소드도 많았어요. 그래도 아들 낳고 데뷔 하고나서부터는 실수하면 안 되니까 조절해서 마시려고 하는데 일 년에 한두 번쯤? 그분이 오실 때가 있긴 해요. 하하하. 그날 그분이 오셨던 거 같아요."
신 "달라면 준다고 계속 마시는 놈이 어디 있냐! 으이구, 하하하. 그날도 공항에서 사람들이 많이 알아보고 쳐다보는데 혹시라도 너 오버할까봐 내가 조마조마했다!"
O "아니 근데 성균 씨는 사이판 출국할 때도 귀국할 때도 사진이 하나도 안 찍혔어요?"
신 "얘(김성균)가 모자 쓰고 안경까지 쓰고 있으니까 못 알아봤나 봐요."
김 "하하하. 떠날 때 돌아올 때 우리 다 같이 있었거든요. 제가 그날 모자 쓰고 안경까지 썼더니, 사진 기자분들도 팬분들도 저를 못 알아보시더라고요. 크크크. 재밌죠? 심지어 정우 옆에 걸어가는데 어떤 분은 저를 일반인이나 스태프인줄 알았나봐요. 제 반쪽을 배경으로 걸고 정우 사진을 찍던데? 하하하."
O "하하하. 너무 했다. 근데 두 분이 특별히 더 친해 보여요. 둘 다 술을 좋아해서 그런가?"
신 "사실 성균이랑은 술 마시면서 많이 친해지긴 했어요. 원래 드라마 촬영 들어가기 전에 대본 리딩을 많이 했거든요. 대본 리딩하고 나면 자연스럽게 한잔씩 했죠. 얘는 만날 고기 먹는다고 싫어했는데. 그래도 하루는 삼겹살, 하루는 제주도 고기, 하루는 껍데기... 하면서 종류도 바꿔가며 사 먹였는데. 성균아, 너희가 돈 낸 것도 아니잖니? 하하하"
김 "그랬죠. 감독님이랑 저랑 스타일이 비슷하더라고요. 소주든 소맥(소주+맥주)이든 먹고 나면 마지막에 시원하게 입가심으로 맥주 한잔하는 걸 둘 다 좋아했거든요. 같이 있던 일행들이 스케줄이 있거나 해서 한명씩 먼저 일어서면 결국 남는 건 저랑 감독님 둘뿐이었어요."
신 "둘 다 슬슬 눈치를 보는 거야. '성균아, 너도 갈거야?', '감독님, 한잔 더 하실까요?'하면서 교감했죠. 하하하. 그렇게 다들 가고 나서도 둘이 남아서 늦게까지 술자리를 했어요.
-가볍게 술 얘기로 시작된 취중진담. 두 사람은 술 얘기를 나누면서 실제로 소맥잔을 자주 부딪히고 들이켰다. 훌렁훌렁 목넘김 대결. 소맥을 제조하는 자의 두 손은 쉴 수 없었다. 소박한 안주들과 달큰한 소맥, 거기에 두 사람의 토크가 곁들여지니 호화판 술상이 따로 없다.
김 "이런 포장마차 얼마나 오고 싶었는지 몰라요! 오랜만이네요!"
# 삼천포는 참으로 힘들고 서럽게 상경한 아이!
O "'응답하라 1994'의 포문을 연 건 역시 삼천포의 상경기였잖아요. 너무도 흥미진진하고 리얼해서 많은 시청자들의 공감과 호평을 받았는데요."
신 "얘 서울 올라오게 하는 데 얼마나 힘들었는지 몰라요. 성균이 힘들게 상경한 애예요."
김 "아마 여의도에서 택시를 타고 촬영을 했죠? 삼천포가 창밖을 보면서 서울역도 보고 신촌도 보고 시청도 보는 거라고 상상을 하면서 연기하는 거였어요. 나중에 방송을 통해서 보니까 서울역, 신촌. 시청 등의 모습을 다 따로 찍어서 삽입하셨더라고요. 촬영할 땐 제가 직접 서울역을 보거나 한 게 아니니까 이 감정이 잘 살아날까 싶었는데 역시 편집을 잘해주셨더라고요. 편집의 마술사죠. 우리 감독님이."
신 "그게 '응답하라 1994' 첫 촬영이었어요. 여름이라 날씨도 더웠고 설정 자체가 촬영하기 힘들었던 신들입니다. 지하철역 다 돌아다녀서 예전 모습이랑 가장 비슷한 곳을 찾고. 신촌역 부근에 있던 그레이스 백화점 등 건물들은 전부 CG(컴퓨터 그래픽) 작업해야 했고요. 많이 힘들었지만 그만큼 우리 드라마의 포문을 여는 중요한 신이라 우정이(이우정 작가)나 저나 제작진이 가장 애정을 갖고 있는 신 중 하나죠."
김 "저도 참 마음에 들어요. 실제로 저도 옛날에 대구에서 처음 올라왔을 때 (김성균은 대구 출신이다) 저도 비슷한 경험들을 갖고 있거든요. 지방 출신인 분들은 무척 많이 공감했을 거예요. 어떻게 그렇게 리얼하게 잘 표현하셨는지."
신 "저는 서울 8학군 출신이라 몰라요. 하하하. (신 감독은 서울 토박이다. 지금의 송파구(구 강동구)에서 학창시절을 보냈는데 농반진반 '8학군' 출신이라 주장함) 그래도 생각해보면 그 장면 찍을 때는 일반 시민분들이 성균이를 못 알아봐서 현장 통제는 편했어요. 나중에 첫 방송 나가고부터는 야외 찍을 때마다 사람들이 몰려서 고생이 많았죠."
김 "맞아요! 상경기 찍을 땐 제가 대기하며 서있는데 제가 누군지를 모르니까 옆에서 '여기 무슨 촬영하나봐'하면서 수군대기도 하고 심지어 저도 구경꾼인줄 알고 '뭐 찍는 거래요?'하고 묻는 분도 있었다니까요. 하하하."
신 "촬영은 촬영인 거 같은데 배우는 없다 이거지. 크크큭."
김 "영화를 몇 편이나 찍었는데... 하하하."
# 신 감독과 김성균, 사실은 불안에 떨며 만난 사이?
김 "그래도 제 인생에서 가장 센 캐릭터가 이젠 '삼천포'가 된 것 같아요. '예전엔 무시무시한 악역 이미지를 어떻게 극복하지' 했는데 저만의 생각이었던 거죠. 얼마 전에 '용의자' 개봉 전 시사회에서 영화 속에 제가 등장하니까 기자님들이 다 웃어버려서 솔직히 섭섭했던 기억이 나요."
-실제 있었던 일이다. 공유 박희순 김성균 등이 출연한 영화 '용의자' 시사회 당시, 좀처럼 웃거나 울지 않는 기자들 무리 사이에서 피식거리는 웃음이 터져 나왔더랬다. 김성균의 등장과 함께. 공교롭게도 당시는 '응답하라 1994'가 이미 대박을 내고 포블리 삼천포의 매력 '포텐'이 절정을 달리고 있던 시기였다.
김 "그러니까요! 그 정도일 줄은 솔직히 몰랐어요. 하하하. 사실 신 감독님이 처음에 저를 만나보자고 하셨다는데(캐스팅 당시) 걱정이 됐던 기억이 나요. 20살 역할이라는 얘긴 들었는데 실제 김성균을 직접 만나면 혹시 외모 때문에 실망하실까봐.. 그래서 아예 처음 만나는 자리에 모자도 벗고 화장도 안하고 제 피부 그대로 나갔어요. '이래도 쓰시겠냐?' 이런 심정이었다고 봐야 할까요?"
신 "야, 정말 솔직히 (모발 상태가) 그 정도일 줄은 몰랐다! 하하하. 하지만 저와 이우정 작가는 캐스팅할 때 늘 인성(人性)이 먼저예요. 그래서 성균이도 캐스팅할 수 있었죠. 그때 우정이한테 '넌 이 드라마 끝날 때까지 김성균한테 말 못 놓을 거다'라며 내기를 걸 정도였어요. 그 중후하면서도 강렬한 카리스마란, 하하하. 이제와 얘기지만 솔직히 방송되기 전까진 조금 불안하기도 했지요."
김 "칫. 저야말로 방송 나가기 전까지 (시청자들이 날 어떻게 볼까) 얼마나 불안에 떨었는지 몰라요. 근데 감독님이 늘 '난 너는 걱정 안 된다'고 말해서 그 말만 믿고 있었거든요? 근데 첫 방송 나가자마자 감독님이 '사실 나 정말 불안했어' 이러는데... 하하하."
신 "그럼 배우한테 내가 뭐라고 해!"
김 "한마디로 전 도박이었던 거죠. 하하하"
신 "솔직히 배우가 연기를 못하면 대부분 편집으로 커버가 가능해요. 연기가 안 되는 것 같을 땐 그 장면에 목소리만 넣거나 하는 식으로 하면 되니까. 생각해보면 전작(1997) 때는 배우들이 워낙 경험 없던 친구들이니까 걱정이 좀 됐는데 이번엔 걱정 안했던 게 사실이에요. 워낙 든든한 성균이도 있고!"
-맥주병과 소주병의 개수가 늘어나고 안주 접시도 조금씩 빈자리를 드러냈다. 두 사람은 정다운 포즈를 요청하는 사진 기자 앞에서 못내 쑥스러워했다.
신 "우리 사실 이만큼 안 친한데..!", 김 "가까이 오세요~ 감독님, 부끄러워하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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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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