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하늘에 ‘대~한민국’이 힘차게 울려 퍼졌다. 태극전사들이 오랜만에 교민들의 가슴을 시원하게 뚫어줬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26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LA 메모리얼 콜리세움에서 벌어진 코스타리카와의 평가전에서 전반 10분 터진 김신욱의 결승골로 1-0으로 이겼다. 내용은 썩 만족스럽지 못했지만, 새해에 거둔 첫 승이란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었다.


경기가 열리기 전부터 축구협회는 근심이 가득했다. 경기가 열리는 LA 콜리세움은 약 10만 명을 수용하는 초대형 구장이다. 남가주대학(USC) 풋볼팀 경기가 열릴 때는 구장에 앉을 자리가 없다. 그런데 한국 대 코스타리카의 경기에 미국인들이 관심을 가질리 만무했다. 축구협회는 입장권이 잘 팔리지 않아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
LA에는 특히 중남미에서 온 이민자들이 많다. 영어를 한마디도 못해도 스페인어만 할 줄 알면 살아가는데 별 지장이 없는 곳이다. 그렇다보니 축구를 좋아하는 남미 팬들이 대거 경기장을 찾았다. 한국교민들도 경기장에 많이 왔지만 수적으로 열세였다.

경기장 주변에서 진풍경도 벌어졌다. 한 장사꾼은 코스타리카 국기와 태극기를 들고 5달러씩에 판매를 하고 있었다. 교민들이 외국인에게 태극기를 사는 모습이 흥미로웠다.
코스타리카 팬들은 “짝짝짝짝 리코”라고 외치는 응원으로 세를 과시했다. 이에 한국교민들도 “짝짝짝짝짝 대~한민국”으로 맞섰다. 기자석에서 내려다보니 박자에 맞춰 박수치는 사람들은 모두 한국 팬들이었다. 이날 약 2000여 명의 관중들이 경기장을 찾았다.

막상 경기가 시작되자 한국의 일방적인 응원이 이어졌다. 특히 전반 10분 만에 김신욱이 선제골이 터트리면서 완전히 한국 분위기가 됐다. 가만히 있던 한국아저씨들도 기가 살아 마음껏 소리를 질렀다. 반면 코스타리카 팬들은 완전히 풀이 죽었다. 경기 전에 보여준 거칠고 터프하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결국 경기는 한국의 승리로 끝났다. 선수들은 응원해준 교민들에게 다가가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오랜만에 운동장을 찾아 마음껏 대한민국을 외친 교민들은 타향살이의 스트레스를 한방에 풀었다. 대표팀의 승리는 교민들에게 크나큰 선물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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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미국)=손용호 기자 spjj@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