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 보라스를 '정직왕'으로 만들다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4.01.27 05: 59

스캇 보라스는 메이저리그 최고 에이전트로 손꼽힌다. 고객인 선수들에게 돈보따리를 자주 안겨줬기 때문이다. 그러나 구단은 보라스 소속 선수들을 기피하던 시절이 있었는데, 큰돈을 주고 영입한 선수가 실패로 돌아간 경우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추신수와 류현진, 한국인 메이저리거 두 명도 보라스를 에이전트로 두고 있다. 이번 스토브리그를 뜨겁게 달궜던 추신수는 7년 1억3000만 달러에 텍사스 유니폼을 입었고, 류현진은 지난 2012년 말 LA 다저스와 6년 총액 3600만 달러를 받는 조건에 사인을 했다.
다저스가 류현진과의 독점 계약권을 얻기 위해 쓴 액수는 2573만 달러, 여기에 연봉까지 더해 6000만 달러를 넘게 투자했다. 계약 당시에는 현지에서 검증되지 않은 투수에게 거액을 썼다며 비판적인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고, '역시 보라스가 에이전트라 다저스가 과소비를 했다'라는 말까지 나왔다.

그렇지만 류현진은 2013년 활약을 펼치며 이런 목소리를 완전히 잠재웠다. 14승 8패 평균자책점 3.00, 클레이튼 커쇼-잭 그레인키와 함께 막강 3선발로 자리 잡으며 다저스를 지구 정상까지 끌어올렸다. 류현진은 1년 만에 보라스를 '정직한 상인'으로 만들었다.
이는 자료를 살펴보면 더욱 확연히 드러난다. 2013년 메이저리그에서 규정이닝을 채운 투수는 모두 81명, 류현진도 192이닝을 소화해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그렇다면 연봉 대비 승리를 통해 효율을 따져보면 어떨까. 류현진은 작년 14승을 거뒀고, 1년 차 연봉은 333만 달러였다. 즉 류현진은 1승당 23만6000달러를 쓴 셈이 된다.
메이저리그 선수들은 풀타임 3년 차까지는 연봉이 50만 달러 수준에 머문다. 이후 연봉조정 협상을 할 기회를 얻게 되며 연봉이 한 차례 올라가고, 만약 구단이 장기계약을 제시하면 이른 시기에 거액을 쥘 수 있다. 당연히 3년 차에 미치지 못한 선수들은 연봉이 적기 때문에 효율이 높을 수밖에 없는데, 구단 투자대비 활약을 측정하기 위해서는 이들을 제외하고 계산하는 것이 정확하다.
 
류현진이 기록한 1승당 23만6000달러는 메이저리그 선발투수(3년차 이하 제외) 가운데 6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투자 대비 가장 효율적인 선수는 줄리스 샤신(콜로라도)이었는데, 그가 1승을 올리는 데에는 11만8000달러밖에 필요하지 않았다. 반면 가장 비효율적인 투자는 맷 케인(샌프란시스코)으로 1승당 무려 250만 달러가 필요했다.
단순히 승수만으로는 선수 능력을 정확하게 평가하기 힘들다. 때문에 메이저리그에서는 WAR(대체선수 대비 승리기여)라는 기록이 각광받고 있다. 류현진이 작년 기록한 WAR는 3.1인데, 평균적인 선수가 다저스 선발 로테이션을 채웠을 때와 비교했을 때 팀에 3승 만큼 더해줬다는 뜻이다. 참고로 작년 메이저리그 투수 WAR 1위는 사이영 상 수상자인 클레이튼 커쇼(다저스)로 6.5를 기록했다.
WAR로 연봉효율을 따져보면 어떨까. 여기에서도 류현진은 9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류현진이 WAR 1을 기록하는 데 필요했던 연봉은 106만5000달러 였다. 쉽게 말해서 다저스는 류현진에게 대략 100만 달러를 투자해 1승을 올린 셈이 된다. 이 부문 1위는 역시 샤신으로 WAR 1을 올리는 데 38만4000달러면 충분했다. 반면 최하위는 브론슨 아로요(신시내티)였는데 가뜩이나 고액연봉을 받는데다가 WAR가 1에도 미치지 못해 연봉/WAR는 무려 2050만 달러에 육박했다. 단순비교를 하자면 류현진보다 약 20배 비효율적이었던 셈이다.
 
이처럼 류현진은 작년 연봉대비 훌륭한 성적을 거뒀다. 다저스가 자신을 믿고 거액을 투자한 것에 충분히 역할을 해 준 것이다. 어쩌면 보라스는 정말로 '류현진이 너무 싸게 다저스와 계약을 했다'며 후회하고 있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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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참조: fangraph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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