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김태균(32)은 누가 뭐래도 한국프로야구 최고 타자다. 현역 선수 중 통산 타율(.316) 2위, 출루율(.419)·장타율(.525) 모두 1위에 올라있다. 김태균처럼 꾸준하게 잘 하는 타자도 없었다.
하지만 지난 2년간 프로야구 최고타자는 넥센 4번 박병호였다. 박병호는 2012~2013년 2년 연속 홈런·타점 부문 1위에 오르며 MVP를 차지했다. 1루수 부문 골든글러브도 박병호의 차지. 김태균의 꾸준함에 비결될 만한 박병호의 급성장이었다.
지난 10년간 최고 타자로 군림한 김태균은 박병호의 활약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그는 "병호의 활약에 자극받는 건 없다. 그보다 병호처럼 어린 선수들이 많이 올라와야 한국야구의 발전이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한동안 대가 끊겼던 특급타자 명맥을 박병호가 잇게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또 하나의 효과는 스스로를 향한 채찍질이다. 김태균은 "후배들이 치고올라와야 선배들도 긴장하게 된다. 여기서 안주하면 안 된다는 생각을 갖게 해준다"고 이야기했다. 여전히 최정상급의 활약을 펼치고 있는 김태균이지만 그를 위협하는 박병호의 존재는 자극이 될 만한 요소다.
현재 일본 오키나와에서 스프링 캠프에 참가하고 있는 김태균은 신중하게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그는 "아직까지 기술적인 정립이 이뤄지지 않았다. 캠프가 끝나기 전까지 확실하게 마무리할-것이다. 지금으로서는 개인적인 목표도 정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지난해 김태균은 시범경기와 시즌 초반 다리를 떼지 않는 노스트라이트 대신 왼쪽 다리를 살짝 들고 치는 타법으로 변화를 줬다. 힘이 떨어질 시점을 대비해 다리를 드는 타법을 준비했으나 팀 상황상 개인의 실험만은 할 수 없었다. 시즌 중 변화는 모험이었고, 그만 슬럼프에 빠지고 말았다.
올해는 이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타격폼에 대한 기술을 확실하게 정하고 난 뒤 실전 경기에 돌입할 계획. 김태균에게만 기댄 지난해와 달리 올해의 한화는 정근우·이용규·피에의 가세로 전력이 강화된 만큼 여러모로 부담도 덜하다. 김태균은 "새로운 선수들이 많이 들어와 해보자 하는 분위기가 생겼다. 작년보다 훈련량은 줄었지만 더욱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화는 FA 정근우·이용규와 새로운 외국인선수들의 합류로 전력 강황에 성공했다. 하지만 팀을 이끌어갈 중심은 누가 뭐래도 간판타자 김태균이다. 김태균이 최고타자의 위엄을 되찾는 날 한화의 영광도 찾아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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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키나와=백승철 기자 bai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