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영상 수상자 못지않은 거액의 몸값을 받았다. 7년간 1억5500만 달러라는 융숭한 대접을 받으며 메이저리그(MLB)로 진출한 다나카 마사히로(26, 뉴욕 양키스)의 데뷔 시즌이 큰 관심을 불러모으고 있는 가운데 객관적인 기대치도 커지고 있다.
전 소속팀 라쿠텐에 지불해야 할 포스팅 금액을 포함한 다나카의 몸값은 7년간 1억7500만 달러에 이른다. 이는 최근 LA 다저스와 연장계약을 맺은 클레이튼 커쇼(7년 2억1500만 달러)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지난해 나란히 팀과 연장계약을 체결한 저스틴 밸랜더(디트로이트, 7년 1억8000만 달러)와 펠릭스 에르난데스(시애틀, 7년 1억7500만 달러)에 버금가는 수치다. 세 선수는 모두 사이영상 수상 경력이 있다.
즉 몸값만 보면 다나카는 사이영상 수상자와 동등한 대우를 받았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이 금액에는 아직 젊은 다나카의 나이, 상품성, 그리고 FA시장 상황 등 복잡한 요소들이 섞여 있다. 7년이라는 계약 기간에서 볼 수 있듯이 장기적인 기대치도 존재한다. 그래도 당장 ‘제국의 부활’을 노리는 양키스로서는 다나카가 최소 15승을 거두면서 팀 선발진의 중추로 활약하길 바라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다면 다나카의 객관적 기대치는 어디쯤일까. 메이저리그에서 단 한 개의 공도 던지지 않은 다나카인 만큼 분석의 도구가 마땅치 않다. 모든 것이 예상이다. 그나마 근접한 것이 앞서 미국으로 진출했던 일본 선수들의 성적과 비교해보는 것이다. 정확한 계산은 아니지만 이 추측이 신빙성을 갖는다고 가정하면 다나카도 15승 정도는 기대해 볼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2007년 보스턴과 계약을 맺고 MLB에 데뷔한 마쓰자카 다이스케(현 뉴욕 메츠)는 미국으로 건너오기 직전 시즌인 2006년 17승5패 평균자책점 2.13을 기록했다. < CBS스포츠>의 따르면 직전 3년간 성적은 41승24패 평균자책점 2.40이었다. 총 소화이닝은 547⅓이닝. 이런 마쓰자카는 2007년 MLB 데뷔 시즌에서 15승12패 평균자책점 4.40을 기록했다. 32경기에 선발로 출장, 204⅔이닝을 던지며 후반기에는 체력적으로 다소 문제를 드러내긴 했으나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의 난이도를 고려하면 나쁜 성적은 아니었다.
마쓰자카의 경우는 다나카의 시대와 상당 부분 시차가 있어 정확한 정보를 반영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가장 근래 MLB에 진출한 다르빗슈 유(텍사스)가 더 적당한 비교 모델이 될 수 있다. 다르빗슈는 직전 일본리그 3년 성적이 45승19패 평균자책점 1.64였다. 그런데 다나카는 3년 성적이 53승9패 평균자책점 1.44로 다르빗슈보다 오히려 더 좋았다.
이닝소화(다르빗슈 616이닝, 다나카 611⅓이닝), WHIP(다르빗슈 0.91, 다나카 0.94)는 다르빗슈가 더 좋았지만 아주 큰 차이는 아니라고 볼 수 있다. 다르빗슈가 떠난 뒤인 2012년 극심한 투고타저 현상이 시작됐음을 고려하면 전반적으로 엇비슷한 성적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직전 3년 평균자책점이 2.87이었던 이와쿠마 히사시(시애틀)와 비교해도 다나카의 성적은 분명 가치가 있다. 어쨌든 미국에 진출한 일본 선수 중에서는 최정상급 성적을 냈다고 보면 틀림이 없다.
다르빗슈는 데뷔 시즌 16승9패 평균자책점 3.90의 성적을 냈다. 마쓰자카와 비슷하게 후반기 체력적 어려움을 겪었으나 연착륙이라고 할만 했다. 물론 다나카는 다르빗슈보다 전체적인 구속이나 힘은 떨어진다는 평가라 전체적인 성적은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가장 경쟁이 치열한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라는 점도 걸린다. 하지만 다나카도 다나카 나름대로의 장점을 가지고 있다. 결국 다르빗슈와 마쓰자카의 중간쯤 성적을 예상할 수 있다는 결론인데 이 성적만 내도 양키스의 투자는 그리 헛된 것이 아니게 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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